비만 방지 ‘메타보 법’ 시행하는 일본···”개인의 선택과 사적인 영역을 사회가 침범할 수 있는가”

[아시아엔=서의미 기자] 뚱뚱하다는 이유로 핀잔받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다만 지나칠 정도로 마르든 아니면 살이 찌든,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체형을 선택할 권리가 있다.

2012년 인권변호사 요피 티로시가 기고문을 통해 “법은 체형의 자유를 보장해야 한다. 감량에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정책들이 과연 옳은 것인지도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말하며 이른바 ‘뚱뚱할 권리’가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그녀는 “동성애, 피임, 개인의 사생활 등 여러 사안에서 선택의 자유가 보장되는 시대에 정부가 오히려 체중 증량을 금지하는 법안을 시행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같은 단체들이 제시한 자료들에 의하면 1975년 이래 비만인구는 약 세 배 가량 증가했으며, 2016년엔 전세계 5세 이하의 어린이 4,100만이 과체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비만과 관련 있는 것으로 알려진 심혈관 질환을 앓는 환자가 갈수록 증가하자 WHO는 2014년 “비만은 예방할 수 있다”는 문구를 웹사이트 메인 페이지에 내걸기도 했다. 이들은 ‘살 권리’와 ‘나은 삶을 누릴 권리’를 위해 비만을 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만에 대한 전세계의 주의가 환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은 2008년부터 이미 ‘메타보 법’이라는 관련 법률을 시행해 왔다. 이 법은 당뇨병이나 심장질환을 야기할 수 있는 메타볼릭 신드롬(비만·고혈당·고중성 지방 혈증·고(高)콜레스테롤 혈증·고혈압 등의 위험 인자가 겹쳐진 상태)을 방지하기 위해 고안됐다. 그런데 놀랍게도 법안을 시행하고 있는 일본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마른 나라’ 다. 15세 이상 인구 중 비만인구가 약 3.6%에 불과하다. 토카이 의과대학 요이치 오구시 교수가 “일본은 체중을 감량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말할 정도다.

엄밀히 말하면 일본 정부는 국민들이 비대해지는 것을 법적으로 금하진 않는다. 대신 기업 직원들의 허리둘레가 기준치(남자 85cm, 여자 90cm)를 초과할 경우 기업에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이 수치는 사람의 생활습관과 관련된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마련된 국제당뇨병연맹의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이다.

일본은 법이 시행된 2008년부터 2015년까지 과체중 인구를 25% 줄이는데 초점을 맞춰왔다. 메타보법 아래 40~74세 사이의 성인은 매년 허리둘레를 측정해야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시행 이후 몇 년 간 비만인구 수치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관련 법과 다양한 프로그램 등으로 일본 정부는 국가가 비대해 지는 것 만큼은 효과적으로 막은 듯 보인다. 덕분에 일본은 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비만율을 유지해오고 있다.

‘개인의 선택과 사적인 영역을 사회가 침범할 수 있는가’라는 논란은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나 비만인구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은 일본 사회 전반에 더 큰 불안을 야기할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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