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P THE ASIAN FOOD- 서울 상수동 ‘쿠시무라’에서 맛보는 정통 야끼토리
‘야끼토리’(일본식 꼬치)로 유명한 ‘쿠시무라’는 제대로 된 일본식 닭꼬치를 선보이는 곳이다. 쿠시무라는 비장탄(일본 최고급 숯)으로 꼬치를 구우며, 주재료인 닭의 신선도를 위해 하루에 정해진 양만 팔아 매진되는 일이 잦을 정도로 재료 하나하나에 신경 쓰는 식당이다.
쿠시무라는 재료를 낭비하는 일 없이 닭 한 마리의 거의 모든 부위로 만든 꼬치들을 선보인다. 처음이라 낯설거나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면 꼬치 다섯 종을 제공하는 세트를 시키거나 단품 꼬치를 추천 받아서 주문하면 된다. 메뉴를 주문하면 음식이 나오기에 앞서 자그마한 그릇에 담긴 양배추가 나온다. 과하지도, 모자라지도 않은 소스가 배어있는 양배추를 한 입 베어먹으면 식욕이 솟아난다.
곧이어 다리, 날개, 가슴살, 염통 등 닭의 다양한 부위로 만든 꼬치들이 등장한다. 술 한잔 곁들여 꼬치를 즐기다 보면 접시도 금새 비워진다. 쿠시무라는 음식에 맞는 술만 내놓는다는 방침에 따라 한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초록병 소주는 취급하지 않는다. 대신 꼬치에 알맞은 맥주나 하이볼(위스키-탄산수 칵테일)이나 일본주, 한국의 프리미엄 소주들을 구비해 놓고 있다.
닭완자 꼬치 쯔쿠네는 쿠시무라를 대표하는 메뉴 중 하나다. 쯔쿠네를 주문하면 계란 노른자 위에 완자 세 덩어리가 꽂혀있는 꼬치가 나온다. 한 덩어리를 소스에 찍어 한입에 먹어도 좋고, 덩어리를 둘 혹은 셋으로 나눠서 찍어 먹어도 맛있다.
닭안심 꼬치 사사미는 굽는 정도에 따라 맛이 천차만별이다. 오래 구우면 고기가 퍼석해지고, 덜 구우면 접시에 핏물이 고이지만 쿠시무라는 안심이 가장 부드러워지는 순간까지만 구워서 내놓는다. 곁들여 나온 와사비에 찍어 먹으면 입에서 사르르 녹는다.
물론 이 곳이 닭꼬치 요리만 하는 곳은 아니다. 표고버섯, 은행, 가지나 베이컨 등 다양한 재료를 활용한 꼬치들도 있다. 사이드 메뉴 중 하나인 오뎅탕은 메인 메뉴가 아님에도 퀄리티가 상당하다. 여러 종류의 오뎅들을 한 입씩 먹다보면 입이 심심할 겨를이 없다.
쿠시무라에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식당의 규모가 다소 아담하다는 것이다. 평일 피크타임이나 주말의 경우-심지어 자정을 넘긴 시간까지도- 자리가 없어 착석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발생한다. 이름과 전화번호를 남겨 대기예약을 걸어놓을 수 있는데, 회전율이 비교적 빠른 곳이라 인근 상수동 거리에서 시간을 보내면 곧 자리가 난다.
혹자는 ‘내가 왜 이 돈과 시간을 투자해 닭꼬치를 먹어야 하지’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일본식 꼬치요리를 맛보고 싶은 이들에게 이 곳은 분명 매력적인 장소다.
# 일본은 기원전 2세기 야요이 시대부터 닭을 사육한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닭 요리의 역사는 그리 길지 않다. 17~19세기 에도시대에도 닭고기보단 계란 확보가 닭 사육의 주 목적이었다. 그러나 메이지 유신 이후 육식 문화의 보급, 생산 체제 및 유통의 정비 등으로 닭 요리가 발달하며 지금의 야끼토리 문화가 자리잡게 됐다. 대개 꼬치 요리를 먹을 때 꼬치에 꽂힌 것을 한번에 빼서 접시에 놓고 먹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따로 떼어 놓으면 붙어 있을 때보다 음식이 빨리 식으며, 정교한 식당들은 꼬치가 꽂힌 순서에 따라 간을 다르게 하기 때문에 차례대로 먹는 것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