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Talk] 개인의 삶 채점하는 중국판 빅 브라더 ‘사회신용제도’···자유와 사생활은 어디에?
[아시아엔=알레산드라 보나보미 기자]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되고 있는 영국 티비 시리즈 ‘블랙 미러’는 첨단 기술과 인간의 상호작용을 그린 작품이다.
각각의 단편으로 구성된 시리즈 중 ‘추락’(Nosedive)은 가장 흥미로운 에피소드로 꼽힌다. ‘추락’ 속 사람들은 증강현실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사람의 가치를 별 5개 만점으로 평가한다. 사람들은 어떤 상황에 처하더라도 항상 친절하고 공손하게 행동해야만 하는 거짓된 사회를 살아간다.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높은 점수인 4.2점을 획득하나, 집 사는데 필요한 보증금을 할인 받기엔 여전히 점수가 부족하다. 그녀는 목표치를 달성하려 노력하지만, 예상치 못한 위기에 처하게 된다.
2015년 출시된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피플’도 이와 유사한 시스템으로 작동한다. ‘피플’의 사용자들은 타인을 별 5개 만점으로 평가하며, 자세한 부연설명도 곁들인다. 인간을 점수로 평가하는 비인간적인 시스템들. 이보다 더 나쁜 것이 지구 상에 존재할까? 불행히도 그렇다.
2014년 중국 정부는 ‘사회신용제도 구축을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이 제도는 이름 그대로 13억 인민의 신용을 평가하기 위해 시행됐다. 무엇을 사고, 어떤 친구를 만나고, 공과금을 제때 내는지 등 시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이 감시된다. 당국은 이를 토대로 각 개인의 점수를 채점한다. 아직까지 이 제도의 참여 여부는 개인의 자유이지만 2020년경에는 의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시행하기 위해 중국 당국은 차이나 래피드 파이낸스-중국 소셜미디어 ‘위챗’의 개발사인 텐센트와 파트너쉽을 맺은 금융기업- 등 여덟 곳에 이 시스템을 관리할 권한을 부여했다. 각 개인은 최저 350점, 최고 950점 사이의 점수를 획득하게 되지만, 평가방식은 정확히 공개되지 않았다. 이들 기업 중 하나인 세사미 크레딧의 기술이사 리 잉원이 “하루에 열 시간 이상 게임 하는 사람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할 것이다”라는 모호한 답변만 남겼을 뿐이다.
이 시스템 하에서 각 개인은 점수대에 따라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예를 들어 600점을 얻은 사람은 5,000 위안(약 82만원) 상당의 온라인 쇼핑을 할 수 있고, 650점을 얻은 사람은 차를 보증금 없이 빌릴 수 있으며, 700점 이상의 고득점자는 별도의 서류제출 없이 싱가포르로 여행갈 자격을 얻는다.
낮은 점수를 받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이와 관련 월간 <와이어드 UK>는 “저득점자들은 인터넷 속도에 제한을 받을 것이다. 이들은 해외로 여행갈 권리는커녕 식당이나 클럽, 골프장 출입에도 제약을 받을 것이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보험이나 대출 자격 요건, 심지어 사회보장제도와 관련된 불이익을 받을 수도 있다.”라고 보도했다. 때문에 평판을 사고파는 암시장까지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물론 이에 대한 중국의 변론도 있다. 중국 당국은 “이 프로젝트는 전통적인 신용제도 시스템 하에서 소외됐던 저소득층이나 학생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라고 항변했다.
중국인들은 이 제도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필자는 중국에 거주하고 있는 고학력자 다섯 명(20~40대)과 익명을 전제로 인터뷰를 가졌다. 그 결과 다섯 중 셋은 ‘사회신용제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세 명은 1) 금융거래가 용이해질 것이다 2) 테러를 방지하는 등 국가안보에 도움이 된다 3) 서구가 조장하는 ‘페이크 뉴스’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등 각기 다른 이유로 이 정책을 지지했다.
반대했던 나머지 둘 역시 이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서 반대하진 않았다. 다만 이들은 ‘사회신용제도’의 실제 작동 여부에 대해 확신하지 못했다. 인터뷰이 중 개인의 사생활과 관련된 부작용을 언급한 사람은 한 사람도 없었다.
인터뷰를 정리한 후 한 가지 의문이 떠올랐다. 은행대출을 보다 쉽게 받기 위해서라면 자유와 사생활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