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승부조작 사회가 함께 책임져야”
최근 한국 스포츠계의 승부 조작 사건은 ‘야구경기 1회 첫 4볼 선수’를 맞추는 도박에 연루된 수준이지만, 이런 불법베팅도 규모가 커지면 외국처럼 선수나 감독 등이 ‘승부조작’ 수준의 포섭대상이 된다는 점에서 제도적·문화적으로 시급히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프로 스포츠구단 소속 선수들이 형편없는 처우를 받거나 각종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은 비단 구단이나 해당 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며 국가와 대부분 구단주의 대주주인 대기업, 팬클럽, 구단이 입지한 지방자치단체 등 모든 이해관계자가 나서야 할 중대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임창성 ‘야구사랑.com’ 대표는 28일 오후 2시 서울 정동 프란체스카 회관 2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승부조작 충격과 스포츠의 사회적 책임 긴급토론회’ 주제발표에서 “청소년 야구선수의 학습권 보장과 프로선수 이외의 진로를 모색하는 등 프로 비(非)진입 청소년들의 장래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면서 이 같이 주장했다.
임 대표는 지구촌 사회책임 기준인 ISO26000의 한국전문가포럼(KEF)이 주최한 이날 세미나에서 “9~10년간 학교 수업도 거의 참석하지 않은 채 오로지 야구만 하다가 20세가 된 젊은이들의 60% 이상이 갈 곳이 없는 가운데 경제적 어려움을 타고 들어오는 승부조작 유혹을 떨치기 힘들다”고 설명했다.
임 대표는 익명을 요구한 프로야구 관계자와 가진 인터뷰를 소개하면서, “프로야구 승부조작의 경우 하위팀 소속의 1.5군 투수로 경기내용을 봤을 때 볼넷 비율이 적당히 높은 선수가 도박사들에게 포섭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고 밝혔다.
또 프로야구 선수들 대부분은 초등학교 3~4학년 시절부터 고등학교 졸업때까지 9~10년을 야구만 하기 때문에 수업도 제대로 못받고 동료들과 치열하게 경쟁, 고3 졸업반 중에서 프로팀에 1명, 대학팀에 2~3명 입단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프로야구 선수들에게는 은퇴 이후의 인생설계나 재무설계 등과 같은 비스포츠 활동 프로그램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또 구단이나 선수들 스스로가 인권과 환경, 지역사회 공헌 등 각종 사회책임활동을 통해 팬과 지역사회와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는 권고다.
미국에서는 매년 4월15일을 제키 로빈슨 데이로 정하고 그의 영구 결번 등번호(42번)가 기입된 유니폼을 모든 선수들이 입고 경기에 참가,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데 기여했다. 뉴욕양키스는 장기결석하는 청소년들에게 학교 등교를 종용하는 ‘일어나라(Wake Up!) NYC!’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한편 대기업들이 주로 간여하고 있는 한국 스포츠단의 경우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측면에서 봤을 때, 규모나 기술적 발전도에 견줘 매우 낙후된 마인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SR코리아 강동근 기획실장(공학박사)은 “독거노인 연탄배달(두산 베어스)이나 야구 꿈나무 장학금(SK 와이번스), 보육원 방문 및 지원(롯데 자이언츠) 등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1.0 버전의 활동들”이라며 “단기적이고 단편적인 만큼 CSR 관리 프로세스가 거의 없으며, 비용만 쓰면서 이해관계자들과는 일방적 소통에 그친다”고 비판했다.
이상현 기자 coup4u@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