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당선] 대입폐지해야 교육정상화

수능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

[아시아엔=전창림 <미술관에 간 화학자> 저자, 홍익대 바이오화학공학과 교수] 선진국인 OECD 국가들의 평균 자살률이 인구 10만명 당 12.9명(2011년 통계)인데, 우리나라가 33.5명입니다. 2배가 훨씬 넘죠. 특히 10대, 20대, 30대의 사망원인 1위가 자살입니다. 그리고 15~19세 청소년들의 자살 원인 1위가 성적과 진학문제입니다. 자살충동을 느꼈다는 청소년은 10%에 달합니다.

유태인은 전세계 인구의 0.3%밖에 안 되지만 과학분야 노벨상을 30% 넘게 차지합니다. 그런데 국민 전체 IQ 평균이 세계 1위인 한국은 아직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잘못된 교육의 결과입니다.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 최강입니다. 그런데 왜 우리는 노벨상 하나 못 타고, 학생들은 자살을 할까요? 지금 우리나라 출산율은 세계 최하위입니다. 아이를 안 낳는 원인 1위가 교육비랍니다. 사교육비 때문이죠. 학교폭력, 왕따, 청년들의 실업과 불행감, 사회 부적응, 창의력 부재 등 모든 큰 문제의 원인은 교육입니다. 특히 우리나라 교육의 모든 문제점은 대학입시에 기인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입시의 병폐는 잘 아실 것입니다. 대학만 들어가면 된다는 지상목표로 초중고 시절의 인성교육이 절멸되었습니다. 창의력은 말살되고 선행학습과 암기와 반복적인 문제풀기 연습만 합니다. 유치원부터 대학입시를 겨냥한 교육을 합니다. 초등학생들이 이미 공부와 시험과 숙제에 지쳐서 일찍부터 공부를 지겨워합니다. 호기심도 꿈도 없습니다. 교육의 가장 큰 역할이 협동하여 행복한 사회를 만드는 것인데 아이들은 서로를 경쟁상대로 전쟁만 배웁니다. 개개인의 특성에 따른 자유활동이나 음악·미술교육은 이미 다 포기했습니다. 토론도, 창의력도, 철학적 사고력도 필요 없습니다. 학원에서 공부하고 학교에서 잠을 잡니다. 학교에서 예절이나 도덕교육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체육시간이 거의 사라져 아이들 체력이 약화되었고 독서와 예능교육을 거의 안하여 인성이 메마르고 인문소양과 철학이 없습니다. 사교육비가 천문학적이어서 교육의 불평등도 더욱 심화되었습니다. 대학만 들어가면 공부 안합니다.

이렇게 문제가 많기 때문에 그동안 상상할 수 있는 모든 방법으로 대입제도를 바꿔왔습니다. 아무리 대입제도를 바꿔도 문제는 더욱 커져만 가고 사교육은 더 심해집니다. 독서를 많이 하는 학생들이 유리하도록 에세이시험을 도입했더니 책을 안 읽어도 에세이를 잘 쓰게 해주는 고액 사교육시장만 커졌습니다. 대학입시가 있는 한 절대로 안 고쳐집니다. 너무 문제가 많습니다. 모두가 큰일 났다고 아우성을 칩니다. 그러나 아무리 교육전문가들이 모여 장시간 토론해도 “그러면 되겠네” 하는 방안 비슷한 것이 단 한번 나온 적이 없습니다.

여기, 정말 확실한 방법이 있습니다. 대학입학시험을 폐지하면 이 모든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됩니다. 말이 안 되는 것 같지만 유럽의 많은 나라들에 대학입학시험이 없습니다. 그 나라들은 대개 질 높은 복지국가를 이루고 세계시장에서 앞서가고 있습니다. 입시가 폐지되면 학생들은 초중고교 때 체육을 마음껏 하며 독서와 음악·미술을 즐기며 체력과 인성과 창의력을 키울 수 있습니다. 대학에 들어가서는 졸업을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쓸데없는 데 시간을 쓰지 않습니다. 전공이 정해진 뒤에 공부하므로 자신이 원하는 실질적인 공부를 하게 됩니다. 전공과 직업의 불일치 같은 문제도 없어집니다.

방법은 대략 이렇습니다. 누구나 원하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첫 학기에 100명이나 300명이 수강해도 학점은 정한 인원(예를 들어 30명)밖에 안 주면 유급되고 한 학기 후에는 다른 대학으로 전학하거나 과를 바꿔 다시 시작해야 합니다. 1년을 허비한 셈이 되죠. 프랑스가 이렇게 합니다. 두 학기 즉 1년만 지나면 지방대학까지 다 채워지고 정리가 끝납니다. 대학의 랭킹은 수능점수가 아니라 졸업 후에 진짜 졸업생의 실력과 활약상에 의해 매겨지니 대학도 교수도 교육부가 관리하지 않아도 잘 가르치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합니다. 이렇게 여러 장점이 많은 대입 폐지가 우리나라에서 공론화가 안 되는 것은 이런 이유라고 봅니다. 먼저 대입이 없다는 것을 상상해 본 적도 없고, 다음으로 대입이 없는 나라 즉 유럽에 장기간 유학한 교육지도자들이 없어서라고 생각합니다. 단기간 현장을 둘러보아 봤자 보이지 않습니다. 대입이 없는 세상은 상상해본 적이 없으니 그런 발상을 하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합니다. 우리나라 교육에서의 모든 문제는 대입제도에서 기인합니다. 대입을 폐지하지 않고서는 아무 것도 해결이 안 됩니다.

누구나 서울대를 들어갈 것이라고 걱정할 수도 있습니다만, 1년 후에는 정리가 되고 곧 정착이 될 것입니다. 옛날 졸업정원제를 실시했다가 실패했으므로 또 실패할 것이라고 걱정합니다. 하지만 그건 기우입니다. 같이 입학해 다니다가 10~20% 정도만 탈락할 경우는 문제가 될 수 있을 테지만 10%밖에 진급을 못하고 대부분 퇴교해야 한다면 문제가 없습니다. 졸업이 너무 어려워 대학에서 사교육이 생길 거라고 걱정하기도 합니다만, 전공에서의 사교육이나 특별공부는 이미 머리가 커진 뒤에 하는 것이므로 필요하기도 고 좋은 것입니다. 그러다 보면 노벨상도 나오겠지요. 1학년에 학생 수가 너무 많아 수업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걱정할 수 있습니다만, 지금은 온라인 교육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대입으로 먹고 사는 사람들의 사교육시장 붕괴를 걱정하기도 합니다만 이것은 마약시장 붕괴를 염려해 마약을 허용하는 것과 같습니다.

우선 대입을 폐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다른 나라 제도를 연구하면 답은 나옵니다. 대입을 폐지하여 생기는 부차적인 선영향(善影響)은 아마 상상을 초월할 것입니다. 초중고교에서는 학생들이 마음껏 창의력을 발휘하고 체력을 키우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최대한 탐구하고 토론수업을 하며 인성과 예절교육도 할 수 있습니다. 대입을 폐지하면 우리나라는 전혀 다른 경쟁력을 가진 나라로 거듭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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