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여 특전사를 만나다
2006년 입대한 쌍둥이 자매, 언니는 중사 · 동생은 전역
지난 24일 저녁. 레바논에서 돌아온, 아니 우리나라 최초 천리행군의 주인공 김정아 상사를 만나는 자리. 그곳엔 특별한 여군 두 명이 더 있었다. ‘쌍둥이 자매 특전사 입대’로 2006년 여러 언론매체에 소개됐던 조경희·경미(29) 자매였다. 김정아 상사가 군대 상관이기도 했지만 같은 지붕 아래 살고 있는 동거인 관계였다.
조 자매는 50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특전사가 된 특별한 여성들. 1.5km를 7분 안에 주파하고, 윗몸일으키기를 2분에 70개 이상, 팔굽혀펴기를 2분에 50개 이상할 수 있는 강인한 여군이다.
허나 첫인상은 군인이라기보다는 성격 좋은 그 나이 또래의 예쁜 아가씨. 게다가 집게를 들고 고기를 굽고 반찬을 먹기 좋게 세팅까지. 김정아 상사는 “군에 입대하는 여성들은 자신에 대한 믿음이 있기 때문에 보이는 모습도 평균 이상”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인터뷰에 앞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무엇인지 물었다.
“특전사에 지원한 동기죠. 심지어 동기들끼리도 서로 이 질문을 가장 많이 해요. 대단한 뭔가가 있지는 않았죠. 그냥 도전해 보고 싶었어요.” 조경희 중사의 말이다. 2006년 한 신문의 인터뷰에는 “특전여군이 전문성과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인기 직업일 뿐 아니라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미루었던 대학진학도 병행할 수 있는 ‘멋진’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과감히 ‘특전여군 부사관’의 길을 선택했다”고 말했다.
육체적 고통보다 정신적 외로움 힘들어
언니 따라 군에 간 조경미 씨는 지난해 전역하고 지금은 상이군경회에서 일하고 있단다. 힘들어서 전역했냐는 질문에 “입대할 때부터 새로운 것을 경험해 보자는 마음이 컸고 4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해 나왔다”고 했다. 그리곤 군에서 가장 힘든 것은 육체적 고통이 아닌 외로움이라고 덧붙였다.
“군대에 여자가 많지 않잖아요. 특히 특전사는. 저는 언니가 있었으니까 그나마 다행이었는데, 다른 동기들은 대화 상대가 없어 무척 외로워했어요. 그게 가장 힘든 점이죠.” 현재 특전사로 복무 중인 여성은 100여 명, 매년 지원자는 10여 명에 불과하다.
그래도 고공낙하, 잠수 훈련, 행군 등은 견딜만했을까. 조경희 씨는 “워낙 물을 좋아해서 잠수 훈련은 재미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고공낙하도 어렵지 않지만 대테러진압 임무를 주로 하다 보니 고공낙하 훈련은 많이 못 했단다. 지금까지 25번 점프를 했다고.
기자의?군 복무 시절, 훈련소에서 특전사로 차출돼 고공낙하 훈련 중?다리를 다쳐 어찌어찌 의무병으로 왔다는 고참이 있었다. 2년 내내 그 무용담을 지겹게 들었던 기억과 자랑스럽게 부착하고 다녔던 공수기본휘장이 떠올랐다. 그 고참은 사실 세 번째 낙하 훈련에서 다쳐 왔기 때문에 공수마크를 달 수는 없었다. 조 중사는 강하횟수가 20번 이상이니 진짜 은성휘장을 달고 있다.
참고로 공수기본휘장은 3주간의 공수훈련을 마치고 강하횟수 4회 이상인 자가 달 수 있고 은성휘장은 강하횟수 20회 이상 또는 강하조장(Jump Master) 교육을 수료한 자가 가슴에 새길 수 있다. 월계휘장은 강하 40회, 금성휘장은?100회 이상인 자만 달 수 있다. 100회 추가 시마다 노란색 별이 더해진다. 최고의 영예인 금장휘장은 강하회수 1000회 이상. 휘장 전체가 노란색으로 반짝반짝 빛난다.
“김정아 상사처럼 존경받는 여군 목표”
훈련 중 다친 적은 없을까. 조경희 씨는 “입대 전 합기도장에서 다친 적은 있지만 군 훈련 중에는 없다”고 말했다. 조 자매는 태권도 3단, 합기도 1단의 유단자이기도 하다.
갑자기 남자친구가 있는지 궁금했다. 경미 씨는 경호업체에서 근무 중인 남자친구가 있다고 했다. 남자친구 역시 특전사 출신. 인터뷰 중간 중간 전화가 왔다.?네 살 연하의 착하고 건강한 남자라고 수줍게 자랑했다.
결혼 자금은 충분한지, 특전사 여 부사관 월급은 얼마나 되는지 궁금해 경미 씨에게 4년 복무하고 퇴직금은 얼마나 받았는지 에둘러 물어봤다. “700만 원이?채 안 됐던 것 같아요.” “그럼 1년 연봉이 2000만 원이 안 된다는 이야기네요.” “음, 수당이 많으니까 그 이상은 되죠. 또 집 임대료, 식사비의 지출 없고 생필품도 PX에서 구입하니까 제 또래 여성들과 비교해 낫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불판에 고기가 식어갈 무렵 마지막 질문으로 꿈을 물었다. “저는 김정아 상사처럼 후배들에게 존경받는 여군이 됐으면 좋겠어요”(조경희) “밖에 나왔으니까 무엇으로든 사회에 이바지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어요. 물론 결혼해서 행복한 가정을 이루는 것도 작은 목표고요.”(조경미)
식당을 나오는 길에 조경희 씨는 특전사를 지원하고자 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고 했다. “요즘은 인터넷이나 여러 경로를 통해 특전사에서 어떤 훈련을 받고 생활은 어떤지 대충은 알고 들어오잖아요. 그런데 막상 기본 훈련을 받고 포기하는 숫자가 제법 돼요. 쉽게 생각하지 말고, 일단 들어왔으면 인내심을 갖고 견뎌 나갈 수 있는 후배들이 지원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