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카위국제요트대회’ 이스라엘 불참, 왜?···말레이 정부 “옷에 국기달아선 안돼”
[아시아엔=김아람 기자] 지난 27일 말레이시아 랑카위에서 막을 올린 국제청소년요트대회(YWC)에선 끝내 이스라엘 선수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이유가 황당하다. 말레이시아 당국이 “이스라엘 선수들은 국기를 달고 대회에 출전할 수 없으며, 출신국을 나타내는 어떤 상징도 요트나 서핑보드, 옷에 붙일 수 없다”는 요구를 이스라엘 측이 거절했다는 이유로 비자승인을 불허했기 때문이다.
이에 까를로 크로스 국제요트연맹(ISAF) 회장은 진상규명 의지를 밝혔다. 그는 27일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 출신 요아프 오머, 노이 다리한 선수와 메이어 야니브 감독이 비자를 거절 당했다”면서 “국제요트대회는 전세계 선수 누구나 동등한 조건에서 참가할 수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다른 국가들은 버젓이 국기를 달고 대회에 나서는 가운데, 유독 이스라엘에만 이런 제재 조치를 취하는 까닭은 말레이시아가 현재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말레이시아올림픽위원회(OCM) 서기관으로 일하는 다뚝 시에 코크 치씨는 “말레이시아 정부는 그간 이스라엘 스포츠 선수에게 엄격한 비자발급기준을 내세워왔다”고 전했다.
실제로 외교관계가 수립되지 않은 국가 간에서 이런 일은 흔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11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에서 열린 유도국제대회에서 이스라엘 선수들은 메달을 거머쥐었지만, 시상식에서 이스라엘 국기는 찾아볼 수 없었다. 아랍에미리트 정부와 이스라엘은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사이다. 이는 과거 남아프리카 국가들이 국제대회에 참가하는 유색인종을 제한하기 위해 사용한 정책이기도 하다.
이번 사태가 국제적 논란으로 붉어질 조짐을 보이자, 까이리 자마루딘 말레이시아 문화청년체육부 장관은 “이번 일은 이스라엘 정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면서 “말레이시아 정부의 법규에 따라 합법적으로 결정한 일”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44년간 명성을 이어온 국제요트대회는 내년 3일까지 열리며, 총 300여개국 출신 청소년 선수들이 시합을 펼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