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 ‘마이티 스토어’, 재미와 즐거움으로 통하는 어뮤즈먼트스토어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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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엔=이상기 기자] 37살 박세준씨는 좀 특이한 ‘옷장사’다. 2015년 가을 그의 꿈은 종합 어뮤즈먼트 비즈니스라고 했다. 기자가 “그러면 토털 어뮤징 비즈니스맨이라고 부를까요?” 했더니 “아주 맘에 듭니다”고 했다. 대학 졸업 후 만 10년 가까이 티셔츠를 판매해 온 박세준씨는 “매장에 들르는 분들이 옷가게라고 많이들 생각하지만 캐릭터에 관련 된 제품이면 옷, 모자, 피규어, 완구, 디자인 소품 등 모두 다 갖춘 매장이다”라고 했다.

<매거진 N>은 10월6일 경기 용인시 보정동 박씨의 ‘마이티’ 매장을 찾았다. 매장엔 그의 특장기인 티셔츠와 모자, 피규어가 보기좋게 진열돼 있었다. 박씨는 “<마블 어벤져스> <슈퍼맨> <배트맨> <스타워즈> 등 모두 영화에 나오는 캐릭터에서 따온 것”이라고 했다.

영화 속의 캐릭터 상품에 집중하는 이유는?
“한마디로 추억이다. 슈퍼맨은 1930년대, 스파이더맨은 1960년대에 시작한 캐릭터인데 아직도 꾸준히 영화화되고 만화로도 연재되고 있다. 물론 노령층에서 슈퍼맨에 열광하는 사람은 드물지만, 어린 손주나 할아버지, 아버지 등 모두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어 세대간 공감대가 크다. 장수 캐릭터들은 어느 요소에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는 점이 내가 이 분야를 선택한 이유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인간적인 요소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의 양상을 바꾸어 준다는 건 아이폰만 보아도 실감할 있다.”

주로 고객은 어떤 분들인가? 피규어는 아이들, T셔츠는 30, 40대도 찾을 것 같은데.
“주타겟층이니 주고객 연령층이니 하는 단어를 없애는 게 ‘마이티’ 스토어의 방침이다. 주타겟은 30대 남성이니 30대 남성 위주로 구색을 갖추는 순간부터 그 외의 연령층이나 다른 성별은 제외되고 만다. 잠시 여성 청바지를 수입해서 판매한 적이 있었는데, 통계적으로 여성이 쇼핑의 주체라는 건 꼭 장사를 않더라도, 웬만하면 다 안다. 그래서 나름대로 주타겟을 경제력 있는 여성 25~35살 사이 유행에 민감한 여성을, 보조타겟을 20대부터 40대의 유행에 민감하기 시작하거나 유행을 잘 이해하는 경제력 있는 여성으로 설정해 청바지를 기본으로 하고, 티셔츠와 탑을 미국에서 나름 잘나가는 스타일을 열심히 구입해 진열했다. 1년에 절반 정도 구입을 위해 미국을 돌아다녔다. 그러나 매출이 늘기는커녕 줄어 직원들마저 떠나갔다. 무엇이 문제인지 봤더니 옷이 화려하고 멋있긴 한데, 한국인 체형과 맞지 않는 패턴이라 못입는 옷들이 너무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신체 건장한 남자들에게 여자 옷을 팔고 있었던 거다. 누가 그 가게에 들어오겠는가?
결국 최종 소비자와 공급자 사이의 긴밀한 소통이 되지 않는 한 악성재고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걸 깨달았다. 이후 내 머리에서 통계수치를 지웠다. 모두 싸그리 지웠다. 유행이니 트렌드니, 인터넷에서 떠드는 것 다 따라가자니 몸이 열개라도 부족했다. 인터넷 유행 아이템, 지금은 온데 간데 흔적도 없다. 머리를 다 지우니 단순해지더라. 그리고 결심했다. ‘즐거움에만 집중하자, 나부터 즐겁게 지내자. 내가 잘 아는 것으로 승부를 내자’고. 고가냐 저가냐는 퀄리티와 비례하는 것이지 제대로 된 물건이냐 유사상품이냐는 별개의 문제였다. 타겟을 소비자에게 두지 않고 공급자에게 두고 정품만 공급하는 제조자를 만나 소비자에게 전달해나갔다. ‘제대로 된 물건이라면 남녀노소 누구나 다 즐거워 할 것이다. 타겟을 마진에 두지 말고 신뢰에 두자’고 다짐했다. 유사상품들이 마진은 몇배 더 좋지만 신뢰를 얻는 게 더 중요하다는 것이 마이티 스토어의 핵심 모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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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40대를 바라보는 나이다. 그동안 셔츠 매장을 하면서 고생도 많이 했을 것 같다.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그 이유는 뭐라고 보나?
“소비자의 요구에도 민감해야 하지만, 내 자신의 목소리를 듣지 않는 채 좇는 데 시간을 보낸 것이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다. 그로 인해 돈을 잃은 것 이상으로 시간과 기회들을 놓치고 말았다. 내 자신의 경험과 경력은 외면한 채 남들만 좇아간 게 실패 원인이었던 것 같다. 세상의 통계와 반대로 가란 뜻은 절대 아니다. 시작부터 좀더 멀리 보고 작은 것부터 시작해서 불려가는 방법을 터득했다면 좀더 나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미국 LA에서 물건을 떼다가 파는 등 꾸준히 탐구하고 시장조사를 했다고 들었다. 실제로 외국 어디어디서 사왔으며 국내에선 어디서 구매하나. 구매기준은 뭔가?
“예전에는 동남아제품도 구입했는데, 물론 라이센스 태그도 달려 있지만, 거래하다 보니 퀄리티 차이를 발견했다. 지금은 미국에서도 공증된 제품 거래처로 한정해 공급받고 있다. 국내 공급자와는 거래를 아직 않고 있다. 하지만 질 좋고 라이센스가 있는 국내상품은 언제라도 받을 계획이다. 다만 공식인증(officially licensed) 제품이어야 한다는 점이다.”

요즘 경기도 안좋아 사실 힘든데도 불구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것 같다. 어떤 때 가장 기쁜가?
“구매와 상관없이 우리 마이티 스토어에 내방하는 분들과 제품과 캐릭터에 대해 이야기하는 게 즐겁다. 좋아하는 캐릭터 상품을 보고 반가워하는 모습이나 영화내용을 이야기하며 회상하는 모습들을 보면 참 행복하다. 마이티 스토어에서는 세상을 잠시 잊고 유치해지더라도 아이처럼 해맑게 웃는 시간이 되었으면 하고 늘 바란다. 그럴 때면 이따금 내가 사업하는 맞나 하는 생각도 들긴 한다.(웃음)”

바겐세일은 절대 안한다고 들었다. 손해보는 데도 그러는 이유가 특별히 있나?
“우리나라 백화점은 365일 중 절반은 바겐세일을 한다. 계속 이름만 바뀌어서 세일을 하게 되는데, 물론 좋은 상품은 세일 전에 품절될 수 있으니 세일상품은 남아 있는 제품이라는 인식이 강하게 남는다. 마음에 드는 물건을 며칠 전 제 가격에 구입했는데 마음에 들어서 또 무언가를 사러갔을 때 그 제품이 할인품목으로 가격할인에 들어가면 기분이 상당히 나쁘다. 별로 가치 없는 제품을 비싼 돈 주고 샀다는 생각도 든다. 그래서 세일을 할 생각으로 비싼 가격을 마크업 하고 세일을 하는 것보다, 언제 어느 때 오더라도 같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는 스토어가 바람직하다고 본다.
마이티의 경우 의류가 많다 보니 계절도 문제가 되긴 하겠지만, 캐릭터 선호도나 유행에도 관계가 있다. 가령 스파이더맨 영화 시즌이라 스파이더맨 제품은 잘 팔리는데 배트맨은 잘 안나가서 할인한다고 하면, 배트맨을 좋아하는 매니아의 경우 유행일 땐 비싸게 샀다가 내려간 가격을 확인하는 순간 싸다고 하나를 더 살 수는 있겠지만, 그 뒤로는 가격 책정을 믿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마이티 스토어는 가입 회원께만 절기마다 포인트나 적립금, 온라인상품권을 발행해서 내가 팔고 싶은 제품을 싸게 파는 게 아니라 손님이 사고 싶은 제품을 할인받아 살 수 있는 혜택을 드리고 있다.”

옷을 팔면서 사람들의 소비성향과 취향을 잘 파악할 것 같은데, 싼 짝퉁과 비싼 정품 혹은 명품 가운데 어떤 선택을 하는 게 현명한지 알려 달라.
“현명한 소비는 자신의 성향에 맞는 걸 사는 거라고 본다. 어떤 사람은 명품을 사서 평생 손때 묻혀 가며 빈티지를 만들어 가는 것을 좋아하거나 적당한 제품을 적당히 쓰는 분도 있다. 패션에 너무 민감해서 여러 벌 옷이 필요해서 저가 브랜드의 옷을 여러 벌 가지고 그때 그때 입는 것을 좋아하는 분도 있다. 자신의 경제수준에 맞는 소비 패턴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짝퉁소비는 자제해주면 좋겠다. 정품시장의 정착 문제도 있지만, 내수 브랜드나 국내 캐릭터들이 살아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작가가 아닌 상인 입장에서 보면, 캐릭터 산업도 결국 돈이 들어가고, 그 캐릭터들이 외국 유명캐릭터처럼 50~60년 오래 살아 남으려면 영업이익이 있어야 유지가 되는데, 내수 캐릭터 제품에서 소비가 일어나지 않으면 결국 오래 지속되기는 힘들다. 캐릭터의 선호도와 가격도 중요한 요소지만, 제품의 퀄리티도 꼼꼼히 따지면 좋겠다.”

지금까지 어디어디서 상점을 운영해왔는지? 거기마다 특징이 있을 것 같다. 옷 장사의 성공의 비결이나 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처음엔 서울에서 가장 좋은 상권 중 하나인 코엑스에서 시작했다. 장사가 무언지도 모르면서 부모님이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다. 일단 장점이라면 사람이 너무 많았다. 하지만 임대료와 인건비가 많이 들었다. 영업 가능시간과 고객들이 많다 보니, 소비 회전도 빠르고, 무엇이든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갔다. 소비자들도 직장인부터 외국 관광객까지 하면 어마어마한 상권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구매 욕구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장소다. 다양한 데이터를 통해서 더 넓은 시야로 제품과 서비스를 구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만큼 좋은 상권은 국내에 몇 없다고 본다, 단점이라면, 바로 이 장점을 보고 입점한 점포들끼리 과다경쟁으로 인해 힘든 경우가 많다. 이론적으로는 모든 상점들이 저마다의 특화상품으로 차별화된 판매를 하면 좋겠지만, 현실 속에서는 그렇게 쉽지 않다. 결국 유행이나 시즌이 바뀌면 우루루 쏠리면서 상점들끼리 과당경쟁이 있다. 개별 상점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질서 정연하게 정리해주고, 또 상점이 처한 고민을 제시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정해진 틀이 생기고 틀 안에서만 개선을 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정신이나 도전정신으로 진취적인 영업을 하기는 힘든 상권이다.
두번째로 옮긴 곳은 도봉구에 위치했다. 상권이라기보다 코엑스몰 리뉴얼 공사로 상점을 반납한 후 아이템에 강한 애착과 희망이 있어 잠시 인터넷사업을 했던 곳이다. 집에서 출근하기 편하고 원하는 면적이 나오면서 유지비가 저렴한 곳을 찾은 것이다. 그곳에서 그동안 비축해둔 제품들을 인터넷 쇼핑몰에 올리기 위해 사진을 찍어 쇼핑몰 홈페이지를 구축했다. 언젠가 홈페이지는 더 업그레이드 될 거고, 코엑스몰 리뉴얼 공사가 끝나고 재입점 되면, 가장 좋은 상권에서 로드샵과 온라인숍을 같이 운영해보고 싶어서였다.
거기서 1년 정도 사진작업과 온라인 쇼핑몰 구축에 힘쓰다가 코엑스몰 재오픈을 앞두고 코엑스 인근으로 사무실을 옮겼다. 그런데 코엑스몰 재입점에 실패하고, 온라인 판매만으로는 어려워 반포의 한 커피숍에서 알바를 잠시했다, 그리고 지금 용인시 보정동 카페거리에 입점해서 마이티를 운영하고 있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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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마이티 스토어의 장단점은 뭐라 생각하나? 그리고 장소와 위치가 영업에 얼마나 중요한가?
“마이티 스토어가 위치한 보정동 카페거리는 독특한 인테리어와 레시피, 그리고 안락한 느낌 등으로 인근 주민들이 많이 찾아온다. 코엑스처럼 거대 상권은 붐비지는 않아 바쁘지 않은 만큼 온라인 스토어 일을 병행할 수 있다. 매장 내에서 제품사진도 촬영과 온라인 주문 택배 발송에도 유리하다. 단점이라면 카페거리다 보니 의류 구매보다는 주로 식음료점에서 소비가 많이 일어난다. 주민들의 소비패턴과 구매가격대, 구매대상 등을 더 연구해 그에 맞춘 제품을 준비하려 한다.”

마이티라고 상호를 지은 특별한 이유라도?
“패션을 전공하지 않아서, 옷장사를 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브랜드 의류 즉 티셔츠와 순면제품 전문 경험과 모든 남성들이라면 가지고 있는 콜렉터 기질(수집광)을 바탕으로 형형색색의 티셔츠에 각종 그래픽 가령 만화나 영화 뿐 아니라 시사 적인 이슈를 담고 있는 티셔츠들을 구입해 판매해 보려는 게 애초 컨셉이었다. 그래서 ‘마이 티셔츠’라는 뜻으로 마이티를 생각했다. 온라인 쇼핑몰을 하다 보니 예상보다 의류를 온라인에서 판매하는 게 쉽지가 않았다. 사이즈도 많고 패턴에 따라 체형이 맞는 사람 찾는 것도 어렵다. 원단의 제작공법이나 고유 특성은 말로 하기보다 먼저 만져보았을 때 손끝에서 느껴지는 걸 입어야 착용감이 좋기 때문이다. 그래서 티셔츠와 함께 사이즈가 상대적으로 덜 다양한 모자나 피규어, 아트토이, 디자인 소품을 같이 판매하고 있다.
마이티가 티셔츠만 의미하면 다른 것을 품을 수 없겠구나 싶어서, 캐릭터 속 영웅들의 특징이 강하다는 뜻과 결부시켜 영어의 ‘mighty’(강력한)의 발음 그대로 지었다. 하루 하루 조금씩이더라도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해지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강하고 활기가 넘쳐야 즐거움이 찾아와도 누릴 수 있을 것 아닌가? 마이티 고객들 또한 날마다 더 강건해지시고 즐거워지기를 바라는 마음을 상호명에 담았다.”]

박세준 대표의 꿈은?
“옷 장사로서의 꿈보다 옷이든 소품이든 제대로 된 세계 각국의 다양한 제품을 수집하고 테마별로 정열해서 셀렉션 완성도를 높이고, 제대로 된 제품을 합리적으로 즐길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 의류 브랜드사업이라기보다 일상생활 속에서 여흥을 즐길 수 있는 제품에서 시작해 공간 및 거기서 풍기는 이미지까지 연출하는 종합 어뮤즈먼트 비즈니스를 하고 싶다. 앞으로 마이티 스토어가 거대쇼핑몰로 갈지, 주거단지 인근 상권에 머물지 혹은 놀이동산이나 극장가로 갈지 현재로선 가늠할 수 없다. 물론 온라인스토어 등 여러 가능성도 열어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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