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가을은 와인으로 물든다

[아시아엔=이정찬 기자] 2015년, 홍콩의 슬로건은 ‘아시아 월드 시티’다. 건축의 거장들이 설계한 마천루와 눈부신 야경 때문만이 아니다. 2008년 이후 홍콩의 와인 산업은 뉴욕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급격하게 성장했고, 이곳은 세계 와인의 수도로 등극했다. 올해는 10월 22일-25일까지 시작되는 와인페스티벌로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은 그 명성을 가장 황홀하게 확인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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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의 새로운 수도, 홍콩

어떤 정책은 도시의 정체성마저 바꾼다. 2008년 2월, 홍콩 정부는 30도 이하의 와인에 세금을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80%에 이르던 주세가 철폐됐고, 와인 셀러에 등급제를 도입하는 등 품질을 효과적으로 유지하려는 제도도 고안됐다. 홍콩이 와인 애호가들의 천국으로 변하는 데는 그리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샴페인 기포처럼 부풀어오른 통계들이 이 문장을 증명한다. 2009년, 소더비에서 거래한 와인의 60%가 이곳에서 판매됐다. 같은 해, 뉴욕의 와인 판매 총액은 40% 정도 상승했지만, 홍콩은 그 다섯 배인 206%의 성장율을 보였다. 영국의 <가디언>은 이 작은 도시에 ‘와인 소비의 킹콩’이라는 호칭을 선사했다.

그러나 와인 중심지로서 홍콩의 진면목은 지루한 숫자와 딱딱한 통계들로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매혹적인 와인 바들이 즐비한 소호(Soho)의 골목들은 흥청이는 음악과 웃음 소리, 포도주의 향기로 밤새 붐빈다. 피에르 가니에르, 조엘 로부숑 등 세계적인 스타 셰프들의 레스토랑에서는 경탄할 만한 와인 리스트들을 경쟁하듯 선보이고, 잘 단장한 와인 상점들에는 다양한 나라에서 방문한 애호가들이 모여 든다.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Hong Kong Wine & Dine Festival)’은 그 감미로운 공기를 가장 강렬하게 만끽할 수 있는 기회다.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은 2009년부터 시작해 작년에는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운집했으며, 최고의 음식과 다채로운 와인들, 와인 업계의 명사들이 함께 하는 축제다. 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2015 역시 다양하고 흥미로운 프로그램들을 준비했다.

가을, 세계의 와인들이 홍콩에 집결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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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흘 동안 이어지는 축제의 현장은 뉴센트럴 하버프론트 (New Central Harbour Front)다. 이곳은 최근 몇 년간 홍콩에서 가장 새로운 호텔과 쇼핑몰들이 세워진 지역이다. 출렁이는 파도 너머 빅토리아 하버의 스카이라인이 한 눈에 들어오는 가운데, 재즈 선율이 부드럽게 흐르는 바닷가 산책로에는 200개의 와인 부스와 100개의 음식 부스가 빼곡하게 들어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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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 교환권인 토큰을 사용해 보르도의 그랑 크뤼 와인부터 독특한 컨셉트의 신대륙 와인까지 방대하게 구비된 와인들을 테이스팅해 볼 수 있는데, 토큰과 입을 헹굴 물, 글래스 홀더 등을 함께 제공하는 패스를 구입하면 더 편하다. 희귀 와인에 관심이 많다면, 콜렉터와 와인 메이커가 소장품을 제공하는 와인 자선 경매에 참여해 보는 것도 즐겁다. ‘동양과 서양의 조화’라는 슬로건에 맞춰, 음식 부스에서는 와인과 잘 어울리는 정통 광둥 요리 역시 만나볼 수 있다. 중국 4대 요리 중 하나로 꼽히는 광둥 요리는 정밀한 기교와 다양한 고급 식재료로 담백하고 풍성한 맛을 낸다.

포맷변환_Wine&Dine Festival2012(3)_HKTB10월 22일부터 25일까지, 입과 코의 호사에 할당된 기간은 나흘이다. 그러나 축제가 끝났다 해서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은 ‘와인의 달’로 공식 지정된 10월의 개회식과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란콰이퐁 카니발(Lan Kwai Fong Carnival)을 시작으로, 11월 와인의 달로(Wine Month) 내내 홍콩은 지상에서 가장 맛있는 도시로 등극한다. 낡은 건물들과 테라스가 딸린 레스토랑, 감각적인 클럽들이 공존해 ‘홍콩 속의 작은 유럽’이라 불리는 소호에서는 ‘와인 앤 다인 카니발’이 열리고, 고급 레스토랑들이 밀집한 침샤추이 이스트에서 푸드 페스티벌이 이어진다. 분주한 도심보다 한산한 교외에 더 끌린다면, 11월 에 여행을 계획하는 것도 좋다. 부호들의 저택과 낭만적인 해변 마을이 어우러진 스탠리(Stanley)에서는 고풍스러운 머레이 하우스와 해안 레스토랑들이 참여하는 스탠리 플라자 푸드 페어가 열린다.

매혹적인 도시에서의 맛있는 나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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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 2015는 본격적인 마니아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다양하게 은빛 산맥 같은 마천루들 뒤쪽, 라이찌와 두리안을 가득 쌓아 놓은 시장 골목이 좁다란 물길처럼 흐르는 도시. 북유럽 레스토랑과 스페인식 타파스 바, 소박한 국수 가게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숨이 막히는 야경을 뒤로 한 채 붉은 돛을 단 정크선이 밤바다를 가르는 곳. 서양과 동양, 현대와 과거, 유행과 전통이 교차하는 홍콩은 매혹적인 혼돈, 그 자체다. 10월 22일 와인 앤 다인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축제 불꽃처럼 화려하게 이어질 1개월은 그 위에 또 다른 즐거움을 덧붙일 것이다.

자료 제공: 홍콩 관광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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