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사태’ 속 4월, 안치환은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아시아엔=김덕권 원불교문인협회 명예회장] 꽃 중에 가장 아름다운 꽃이 ‘인(人)꽃’이라고 한다. 마치 꽃씨가 뿌려져 새싹과 잎이 나고, 꽃을 피우는 것처럼 한 생명이 잉태되어 태어나고 자라는 과정은 감동 그 자체이기에 꽃 중의 꽃이 ‘인꽃’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거다.
자식은 태어나서 다섯 살이 될 때까지 평생 할 효도의 절반을 한다고들 말한다. 부모를 알아보고, 말을 하기 시작하고, 기고 걷고 하는 모든 과정에서 부모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과 희열을 주기에 충분히 공감이 되는 말이다. 아이의 작은 변화에 감동하고, 아이가 자라면서 스스로 느끼고 깨달아가면서 감동하는 모습에 또 감동하는 것이 부모의 큰 기쁨이 아닐까 싶다.
아기가 기어나닐 때쯤 되면 얼마나 잽싸게 기는지 조금만 한눈 팔면 사고연발이다. 걸으려는지 의자를 짚고 일어나 아장거려 도무지 아슬아슬하기 짝이 없다. 그런 귀염둥이가 혹시라도 아프면 온 가족이 난리법석이다. 애들은 아프면서 크는 것이 아닌가? 그런데 고뿔이라도 걸리면 온 가족이 따라 아파하는 것이 꼭 ‘인 꽃’을 피워가는 것 같다.
미국 미주리주, 어느 시골마을에 있는 작은 미용실, 그날 따라 많은 손님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그런데 손님들마다 하나같이 삭발을 요구했다. 미용사는 사연이 궁금했다. 이들은 그 마을에 50여명이 출석하는 작은 교회 신도들이었다. 처음 미용사는 이상한 광신도들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사연을 들어보니 오해였다. 교인들로부터 늘 사랑받던 여자 중학생이 있었는데 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까지 마쳤지만 교회를 나오지 않자 목사님과 몇몇 성도가 심방을 갔다.
밀어버린 머리 때문에 창피해 외출을 못 한다는 소녀. 목사님이 교회에 돌아와 성도들과 의논한 결과 교인들 모두 머리를 깎기로 결정했다. 이런 사연을 듣고 감동한 미용사는 방송국에 연락했다. 여학생에게 특별한 추억을 만들어 주자고 호소를 했다.
주일 날, 엄마는 소녀를 간곡히 설득하여 모자를 씌워 교회로 데리고 나왔다. 방송국에서 취재진이 미리 대기하고 있었다. 교회 문을 연 순간, 50여명 까까머리를 본 소녀의 눈은 휘둥그레졌다. 모자를 벗어야 되나 잠시 망설이던 소녀는 결국 모자를 벗었다. 중계하던 리포터가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크리스천이 아닙니다. 언젠가 내가 교회를 나간다면 이런 교회를 나가고 싶습니다.” 방송을 보던 많은 사람들도 눈물을 닦았다. 사랑은 감동의 꽃을 피운다. 감동은 마음의 문을 여는 열쇠다. 바위 같은 마음도 녹이는 활활 타는 용광로가 되고, 빙산 같은 마음도 녹이는 따스한 봄바람이 된다. 인간의 사랑과 감동이 그립다. 사랑의 꽃은 정성의 결과다. 우리는 모두 사랑의 꽃을 피워가는 귀한 인연이다.
인연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하늘이 맺어주는 인연이어야 꽃피고 열매 맺는다. 잠시 만나 몇 번 대화를 나눈다고 좋은 인연이 되지는 않는다. 목소리 몇 번 들었다고 영원한 사랑으로 승화하지 않는다. 사랑의 꽃인 ‘인 꽃’은 정성의 결과다. 자신의 목숨을 바쳐도 아깝지 않은 가장 아름다운 꽃, 그것이 바로 사랑의 ‘인 꽃’이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라는 노래가 있다. ‘안치환’이 불렀다. 그 노래처럼 사람을 보며 살고 싶다. 사람은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아름답게 보이기도 하고, 추하고 치사하게 보이기도 한다. 모습은 추하기 이를 데 없는데, 마음이 아주 고운 이가 있다. 마치 노틀담 사원의 꼽추처럼 말이다.
강물 같은 노래를 품고 사는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내내 어두웠던 산들이 저녁이 되면
왜 강으로 스미어 꿈을 꾸다
밤이 깊을수록 말없이 서로를 쓰다듬으며
둥켜 안은 채 느긋하게 정들어 가는지를 음
지독한 외로움에 쩔쩔매본 사람은
알게 되지 음 알게 되지
그 슬픔에 굴하지 않고 비켜서지 않으며
어느 결에 반짝이는 꽃눈을 닫고
우렁우렁 잎들을 키우는 사랑이야말로
짙푸른 숲이 되고 산이 되어 메아리로 남는다는 것을
누가 뭐래도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
이 모든 외로움 이겨낸 바로 그 사람
누가 뭐래도 그대는 꽃보다 아름다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