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태 기자의 경제편편] 2014 한국경제는 ‘외화내빈’

[아시아엔=차기태 기자] 올해 우리나라는 11월까지 819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다. 12월까지 84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경상수지 흑자는 지난해 799억달러에서 40억달러 늘어날 것이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내년에는 흑자 규모가 1087억달러에 이르러 1천억달러도 돌파할 것으로 국회 예산정책처는 전망했다.

그야말로 화려한 실적이다. 전세계에서 연간 경상수지 흑자가 1천억달러를 넘는 나라는 몇나라 안된다. 지난해의 예를 보면 독일은 2549억달러의 경상수지 흑자를 냈고, 중국(1828억달러), 사우디아라비아(1326억달러), 스위스(1039억달러)도 1천억달러를 넘겼다. 우리나라는 네덜란드(871억달러)에 이어 6위 국가였다.

그러나 내부를 들여다보면 사정은 전혀 다르다. 산업생산은 부진하고 주식시장은 사실상 ‘나홀로’ 약세를 면치 못했다.

올해 국내 주식시장의 대표 지수인 코스피지수가 5% 가까이 하락해 주요국 증시와 어긋났다.

30일 코스피는 1,915.59로 한해를 마쳤다. 작년 말 폐장일 2,011.34보다 4.76% 하락한 것이다.

이날 기준 주요국가의 주가 상승률은 아르헨티나가 56.6%로 1위를 차지했고 중국(49.7%), 인도(29.4%), 터키(24.0%), 인도네시아(21.1%), 일본(8.8%), 미국(8.8%) 등도 모두 올랐다. 루블화 폭락사태를 빚은 러시아만 44.9% 하락했다.

코스피는 7월 30일 2,082.61로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환율 불안, 기업 실적 악화 등의 악재에 시달리면서 뒷걸음질했다. 외국인은 올해 유가증권시장에서 4조8천억원을 순매수해 3년째 매수기조를 유지했음에도 이처럼 저조한 실적을 낸 것이다.

다만 삼성SDS와 제일모직 등 대형주의 연이은 상장 덕분에 코스피 시가총액은 1192조원으로 작년보다 6조원 늘어났다. 연말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다. 덕분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보유주식 가치 8조6천527억원으로 7조5천억원 가량 늘어났다. 결국 이재용 부회장이 올해 시가총액 상승의 ‘수훈갑’이 된 셈이다.

산업생산도 부진했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11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전체 산업생산이 전월보다는 0.1% 늘었다. 그러나 작년 같은 달보다는 0.5% 감소했다.

광공업생산의 경우 실적이 더 나쁘다. 전월보다 1.3% 늘었지만 작년 같은 달보다는 3.4% 줄어든 것이다. 지난 1월 -4.3%를 기록한 이후 10개월 만에 최저치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1.3%에 머물러 2년 연속 1%대에 그쳤다. 또 1999년 이후 가장 낮았다.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안정목표(2.5∼3.5%)에도 크게 미달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우리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고 있다는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한국경제의 여러 측면을 살펴볼 때 ‘외화내빈’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릴 듯하다.

그럼에도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1일 경제장관회의 자리에서 “11월 광공업 생산이 반등하고 소매판매와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증가하는 등 우리 경제에 긍정적 신호들이 있다”고 말했다. 최 부총리는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너무 낙관해서도 안 되지만 너무 비관해서도 안 된다”고 강조했다.

애써 낙관적 태도를 보여주려고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과연 최 부총리의 말대로 내년에는 한국경제에 숨통이 트일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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