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사외이사 관피아·정권실세 출신 ‘수두룩’
13개 은행 최근 3년간 사외이사 140명 중 49명 국가기관 출신
[아시아엔=강준호 기자] 정부의 ‘관피아(공무원 출신)’ 척결 의지에도 국내 은행권 사외이사에 국가기관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국회 정무위원회 강기정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13개 시중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전체 사외이사 140명 중 국가기관 경력자가 모두 49명으로 35%에 달했다.
특히 경제부처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등 출신 인사가 61%나 포진하고 있다.
사외이사 중 국가기관 경력자 비율이 가장 높은 은행은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으로 전체 12명 중 7명(58%)이었고 경남은행이 전체 9명 중 5명(56%)으로 뒤를 이었다.
13개 은행 중 SC은행과 경남은행, 국민은행, 부산은행 등 4개 은행은 전체 사외이사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들은 재무부·재경부 등 경제부처와 한은·금융위·금감원 등 금융회사에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관 출신이 전체 49명 중 31명(61%)이었다.
심지어 권오규 전 재정경제부 장관이 씨티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했으며 이용만 전 재무부장관과 이귀남 전 법무부 장관이 우리은행 사외이사로 재직하는 등 장관 출신 인사들마저 사외이사에 임명됐었다.
강기정 의원은 경제관료 및 금융감독 당국 인사들이 퇴직 후 사외이사로 가면서 관치금융과 로비의 통로가 되고 사외이사 제도의 도입취지는 퇴색하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부산은행의 한 사외이사는 사외이사로 재직하면서 새로운 금융관련 투자기업을 세울 때 거쳐야 하는 금감원의 ‘금융투자업인가’ 외부평가 위원으로 활동하는 사례도 있었다.
물론 평가과정에서 제척사유에 해당돼 재직중인 은행과 관련된 안건에서는 배제되지만, 다른 외부평가위원을 소개하는 창구로 활용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강 의원은 “실질적으로 경영진에 의해 선임되는 현 사외이사제도하에서는 독립성을 보장하기 어렵다”며 “사외이사 추천위원회의 경영진 배제, 사외이사 인력뱅크 법제화, 소액주주 선임 등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할 수 있는 제도적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