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경기 둔화 우려, 자금 ‘주식’에서 ‘채권’ 이동
“국내 채권펀드, 7년만에 주식펀드 추월할 것”
[아시아엔=박영준 기자] 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세계 경기둔화의 우려가 확산되고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증가하면서 글로벌 투자 자금이 주식에서 채권으로 대거 이동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시장도 지난 2007년 이후 7년만에 채권 펀드가 주식 펀드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13일 증권투자업계에 따르면 IMF가 지난 7일 발표한 세계 경제성장율은 3.3%다. 이는 지난 4월 전망한 3.6%에서 7월 3.6%로 떨어진 이후 추가 조정된 수치다.
올해 세계경제성장률에 대한 IMF의 전망치는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하향조정 돼 왔다.
세계 경기둔화의 우려가 확산되면서 세계주가는 미국과 유럽 등을 중심으로 하락하고 있다. 주요국들의 국채금리도 안전자산 선호 증가 등으로 하락 중이다.
.세계 벤치마크 금리인 미국의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9일 기준 2.31%로 전주 대비 0.12%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지난해 말보다도 0.71%포인트 내려간 수치다.
독일과 스페인의 10년물 금리도 각각 0.91%와 2.08%를 기록하며 전주대비 0.2%포인트, 0.3%포인트 떨어졌다.
문정희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달러 강세의 원인이기도 했던 유로존의 경기부진이 경기침체 우려로 확대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안전자산 선호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며 “독일 국채 금리 급락 이후 달러화 강세, 원자재 가격 조정에 이어 최근 주식시장의 가격 조정으로 전이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지난 2일부터 8일까지 1주일간 선진국과 신흥국 시장 모두 주식과 펀드에서 자금이 대거 이탈해 채권 펀드로 옮겨갔다.
선진국 시장에서는 93억8400만달러가 주식 펀드에서 순유출했다.
이 가운데 미국 등 북미지역의 유출 규모가 가장 커서 65억600만달러에 달했다. 서유럽 지역은 16억1500만달러, 아시아태평양 지역은 15억1500만달러가 주식 펀드에서 이탈했다.
신흥국 시장에서도 주식펀드에서 모두 34억86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반면 채권 펀드에서는 선진국 시장에서 151억4천900만달러가 순유입했다.
북미지역이 122억9천900만달러로 가장 많았고, 서유럽 지역은 18억5천900만달러가 흘러들어왔다.
신흥국 시장도 6억3800만달러가 채권 펀드에 순유입했다.
이미선 하나대투증권 연구원은 “세계 경기 침체 우려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확산되면서 지난주 선진국 채권 펀드로 2014년 2월 이래 최대 규모인 151억달러가 유입됐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한국시장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을 보였다.
지난주(6∼8일)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은 7195억원 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지만 채권시장(6∼8일)에서는 3309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국내 시장의 경우 주식에서 채권으로의 이동이 가속화하면서 지난 2007년 8월 이후 7년만에 채권 펀드가 주식 펀드의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