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세안(ASEAN)은 어떻게 소셜미디어로 교류하는가

감수성이 풍부한 내 친구 압둘 라작(Abdul Razak)은 외국에 나갈 때면, “나는 아세안(ASEAN, 동남아국가연합) 사람”이라고 농담처럼 말하곤 한다. 그는 흰 피부를 가진 인도네시아인이다.

그는 “싱가포르에서는 중국 사람, 베트남에서는 베트남 사람, 필리핀에서는 필리핀 사람, 라오스에서는 라오스 사람, 태국에서는 태국 사람, 그리고 말레이시아에서는 말레이시아 사람으로 생활할수 있다”고 말한다. 라작은 지난 수년간 동남아언론인연합(CAJ) 총무였다. 그는 같은 지역 언론인들에 대해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CAJ는 지역정체성을 구축하려는 아세안(ASEAN)의 노력처럼 언론의 자유와 책임을 지지해왔다.

1967년 8월8일 베트남 전쟁을 배경으로 공산주의, 군부독재, 민주정치 등 다양한 정치체계를 가진 국가들이 모여 만든 아세안은 2015년까지 유럽연합(EU)같은 공동체 비전을 실현해 나가고자 노력하고?있다. 45년 전 아세안이 만들어진데는 각국의 미디어와 사회의 지지가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제는 뉴미디어가 사람들과 비정부기구들의 유대강화에?더욱 과감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아시아언론과 정보센터(AMIC)가 싱가포르에서 주최한 ‘지역사회 교류를 위한 소셜미디어 사용 워크숍’에서 그런 아이디어를 하나 얻었다. 아세안 회원국 5억 인구가 겪고 있는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이야기나 영상자료를 위한 웹사이트를 만드는 것이다.

AMIC 워크숍에서는 소셜미디어가 어떻게 시민들의 일상 속 어려움을 극복하는데 도움을 주는 지에 대해 발표가 이뤄졌다.

예를 들어, 매일 아침 무릎까지 올라오는 늪지대를 지나 학교에 가는 어린 아이들이 있다고 상상해 보라. 최악의 상황은 조류가 밀려와서 가방을 등에 멘 채 학교까지 수영을 해야할 때다. 이는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쪽으로 500km 내려가면 나오는 잠보아간시 해변에서 2km 떨어진 라야그-라야그 마을에 사는 미역 따는 어민 아이들의 일상이었다. 그들의 어려움이 페이스북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기 전까지 말이다.

대통령 집무실에서 일하는 ‘필리핀 아이들 구하기’ 담당자 제이 자보네타(Jay Jabonetta)는 2010년 대선 기간중 자원봉사자 줄지마 곤자레스(Juljima Gonzales)로부터 이 이야기를 듣고는 ‘충격’을 받았다.

제이는 “그 아이들을 생각하느라 밤잠을 설쳤다”며, 바로 다음 날 이에 대한 조치를 취했다. 그는 페이스북에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고 ‘우리가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하고 친구들에게 물었다.

그의 페이스북 친구들은 “아이들에게 배를 사주라”고 답했다. 한 주가 채 지나기도 전에 그들은 온라인 청원을 통해서 1600달러를 모았다. 정부기관에서 기증받은 나무로 제이와 친구들은 그 지역 뱃사공에게 배를 만들도록 했고, 그 배의 이름을 ‘고통-로용(공동체의식)’이라고 지었다.

5개월 후인 2011년 3월22일, 이 노란 배는 마을 아이들을 집과 학교로 실어 나르기 시작했다. 아이들을 위한 필리핀 펀드를 만든 제이는 “사람들에게 권력을 주고 이야기로 그들을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하게 하는 것이 소셜미디어의 역할”이라고 말한다.

이는 시민 언론이 지역사회 교류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보여준 감동적인 사례다.

그 다음 우리는 노인들이 우아하고도 활동적으로 노년을 보낼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있는 40대 프리랜서 언론인의 이야기를 들었다.

노년은 쓸쓸한 겨울이 아니라 두 번째 봄을 위한 약속이 될 수도 있다. 프리랜서 언론인 엘레노어 옙(Eleanor Yap)은 ‘에이지리스(Ageless)’라는 온라인 잡지를 만들어 은퇴한 사람들이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그녀는 미국에서 교육 받은 말레이시아 사람으로 싱가포르에 살고 있다. 그녀는 젊은이들에게만 주목하는 사회의 관심 밖에는 노인들이 살고 있다는 것을 느껴 이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우리는 질병이나 무력함과 같이 나이드는 일에 대해 우울해할 필요가 없다.”

엘레노어는 그녀의 어머니가 신장암 치료를 받는 과정을 보면서 이를 깨달았다. 그녀는 어머니를 치료해준 의사를 인터뷰해 ‘에이지리스’에 글을 썼다. 이렇게 노년의 고통을 함께 나누는 것 또한 에이지리스의 일이다. 50대의 나이로 스키를 타러 다니는 싱가포르 이주 영국인처럼 즐거운 이야기들은 활동적인 노년을 권장하는 온라인 활동의 주제가 된다.

에이지리스 방문자는 한달 1400명 수준. 엘레노어는 웹사이트를 좀 더 알리기 위해 얼마 전 건강과 자산관리에 대한 조언들을 모아 웹사이트를 재단장했다.

“싱가포르에서는 18~44세가 페이스북 사용자의 84%를 차지한다. 대부분의 노인들은 친구와 가족들의 사진을 보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려고 인터넷을 사용한다”고 그녀는 말했다. 엘레노어는 나이 든 네티즌들이 에이지리스에서 더 많은 것을 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태국 시민언론가들이 작년 홍수피해에서 한 일에 대해 들었다. 수도 방콕과 북쪽 여러 지방에 피해를 준 2011년 태국 홍수에서 시민들은 각자 지역의 피해상황을 사진과 글로 미디어에 알렸다.

학자 팜홀(Paphol)은 “친구들은 ‘누구의 홍수경고를 믿고 의지할수 있을까?’라며 의문을 제기했다. 몇시간 안에 우리집이 물에 잠길텐데 방콕 홍수완화센터 정보는 원활하게 알려지지 않았으며 너무 늦었다”고 말했다.

정부 언론이 시민들에게 빠르게 정보를 제공한 뒤에도 실시한 속보가 부족해 시민들의 불만이 많았다. 하지만 홍수지역들은 인공위성사진에 나타났고 사실을 숨길 수는 없었다.

“우리집이 물에 잠길 것이라는 것을 한달 전에 알았다. 물이 집근처까지 올 것이라 예상했고, 정부 언론이 내게 그 사실을 알려줄 때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

페이스북 사용자들은 홍수피해를 입은 지역 거주민들을 돕기 위해 나섰다.

트위터에서는 “홍수에 관한 뉴스가 있으면 빨리 알려달라”는 요청이 잇따랐다. 파폴에 따르면 그런 요청은 홍수 이전에 비해 250만명으로 130%가 증가했다.

그는 “이것은 정부가 홍수사태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기업 또한 홍수관리를 위해 필요한 물품을 할인가에 제시하기 위해 인터넷을 이용했다.

파폴은 “전에는 몇몇 브랜드가 시장을 독점했다. 하지만 홍수로 새로운 브랜드가 시장에 나타났고 새로운 기업들이?제품을 알리기 시작했다”고?말했다.

위의 세 가지 사례는 인상적이면서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소셜미디어를 통해 문제 인식을 알리는 법을 강조하고 있다. 또 그들은 시민들이 정부에 의지하는 쉬운 길 대신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행동하도록 도왔다.

더 큰 문맥에서 각국의 어려움을 알리고 나누는 일은 아세안 초기에 그랬듯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 이웃나라들을 여행하면서 내 친구 언론인 라작이 느꼈던 것처럼 말이다.

The AsiaN 편집국 news@theasian.asia
번역 임현정 인턴기자

*원문은 아시아엔(The AsiaN) 영문판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 http://www.theasian.asia/?p=2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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