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2030년까지 두 배…전기·물 사용 놓고 주민 반발 확산
이 기사는 지속가능월드네트워크의 기후위기 대응 및 에너지전환 관련 조사·분석 자료를 토대로 아시아엔이 재구성했다. <편집자>
핀란드 정부가 구글의 신규 데이터센터 건설 예정지 두 곳에 대해 환경영향평가가 끝날 때까지 공사 준비작업을 중단하도록 했다. 환경평가 절차가 완료되기 전 약 530㏊에 이르는 산림에서 벌채 등 부지 정비가 진행된 것이 문제가 됐다.
인공지능(AI) 산업을 뒷받침하는 데이터센터가 세계적으로 급증하면서 전력과 냉각용수 확보, 산림 훼손, 전력망 확충 비용을 둘러싼 갈등도 확산하고 있다. 한국 역시 수도권 전력 공급에 제약이 커지고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핀란드 구글 공사 중단…환경평가 전 산림 벌채
핀란드 허가감독청(LVV)은 10월 6일 구글 자회사 투이케 핀란드가 무호스와 카야니에서 추진하는 데이터센터 사업에 대해 환경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 준비작업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현지 자료에 따르면 무호스 약 330㏊, 카야니 약 200㏊의 산림에서 벌채와 부지 정비가 진행됐다. 두 지역을 합치면 축구장 약 740개 규모다.
이번 조치는 구글이 핀란드에 130억 유로 투자계획을 발표한 지 약 한 달 만에 나왔다. 구글은 자체 환경기준에 미치지 못했다며 유감을 표명하고 당국의 지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다. 사업 전체가 취소된 것은 아니지만, 환경평가가 완료되기 전 대규모 부지 변경을 제한한 것이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 2030년 950TWh 전망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은 전년보다 약 17% 증가했다. 세계 전체 전력 수요 증가율인 약 3%를 크게 웃돈다.
IEA는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약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거의 두 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AI 중심 데이터센터의 전력 수요는 같은 기간 세 배 수준으로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문제는 전력만이 아니다. 서버 냉각에 필요한 물 사용량도 늘고 있다. 수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는 생활용수와 농업용수 확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력망 확충에 필요한 송전선로와 변전소 건설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도 쟁점이다.
미국 일부 지역에서는 데이터센터 건설을 일시 제한하거나 사업자의 전력망 확충 비용 부담을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 캘리포니아에서는 냉각용수 확보를 둘러싼 갈등이, 텍사스에서는 대규모 물 사용 시설의 관리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한국 수도권 전력 공급 최종 승인 522건 중 10건
한국에서도 전력 확보가 데이터센터 건설의 주요 제약으로 떠올랐다. CBRE코리아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6년 3월까지 수도권에서 전력계통영향평가 1차 기술검토를 신청한 사업은 522건, 신청 전력 규모는 3만3592MW에 달했다.
이 가운데 279건은 전력 공급 불가능 판정을 받았으며, 243건이 1차 검토를 통과했다. 본심사에 진입한 사업은 24건, 최종 공급 가능 승인을 받은 사업은 10건으로 승인 용량은 1010MW였다.
전체 신청 건수 대비 최종 승인 비율은 1.9%다. 다만 심사 진행 중인 사업도 포함돼 있어 이를 최종 승인 가능성으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수도권의 전력 공급 제약으로 비수도권 입지가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지방 역시 전력망과 용수 확보, 환경영향, 주민 동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서울 금천구 등에서는 주거지 인근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전력망 비용 분담·재생에너지 확보가 과제
국회에서도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 특성을 고려한 제도 개선 요구가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어기구 의원은 10월 26일 기후에너지환경부와 한국전력공사에 AI 데이터센터의 전기요금 체계와 전력망 접속 기준 정비를 촉구했다.
데이터센터는 준공 이후 서버를 단계적으로 설치하는 경우가 많아 초기 전력 사용량과 계약전력 사이에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요금체계를 합리화하고,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무정전전원장치(UPS)를 전력망 안정에 활용하는 방안이 제시됐다.
세계적으로는 전력 사용이 집중되는 시간에 소비를 조절하는 수요반응(DR), 사업자의 재생에너지 확보, 냉각용 재생수 활용, 사전 환경영향평가와 지역사회 혜택 협약 등이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한국도 데이터센터 입지를 전력·용수 공급 여건과 연계하고, 건설 이전부터 환경영향과 예상 사용량을 공개할 필요가 있다. 전력망 확충 비용이나 환경적 부담이 지역 주민에게 일방적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도 중요하다.
AI 성장 속도보다 중요한 지속가능성
핀란드 구글 데이터센터 공사 중단과 미국의 주민 반발, 한국 수도권의 전력 공급 제약은 모두 AI 인프라 확대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어떻게 나눌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AI 산업의 성장을 위해 데이터센터는 필요하다. 그러나 막대한 전력과 물, 토지를 소비하는 시설인 만큼 건설 속도뿐 아니라 환경적 영향과 지역사회의 수용성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
지속가능월드네트워크는 이번 브리핑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AI의 속도보다 중요한 것은 숲과 물, 그리고 이웃이 감당할 수 있는 속도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