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17일 오후 3시부터 5시까지,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와 외교부 건너편 일대에서 주한 이란 교민들이 주최한 ‘이란 정부의 시민 학살 규탄 집회’가 열렸다. 이날 집회에는 100여명이 참가했다. 차가운 날씨 속에서도 두 시간 넘게 침묵과 구호가 교차하는 시위가 이어졌다.

집회 현장에는 이란 국기를 비롯해 다양한 상징물이 등장했다. ‘No signal. No witness. No justice(신호도, 증인도, 정의도 없다)’라는 문구가 적힌 플래카드는 이란 내 인터넷 차단과 정보 통제를 비판하며, 침묵이 곧 공범이 될 수 있음을 말하고 있었다. 또 다른 피켓에는 불타는 국기, 시위 진압 장면, 거리에서 희생된 시민들의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배치돼, 현재 이란에서 벌어지고 있는 폭력 사태를 고발했다.
눈길을 끈 것은 집회 구성원들이었다. 유모차 대신 엄마의 손을 꼭 잡은 다섯 살 어린이가 현장에 함께했고, 독일인 배우자와 결혼한 캐나다 국적 참가자도 모습을 드러냈다. 국적과 세대를 넘어 이란 사태에 대한 문제의식이 공유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참가자들은 “이것은 이란만의 문제가 아니라 인류 보편의 인권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일부 플래카드에는 ‘MIGA(Make Iran Great Again)’라는 문구와 함께 팔레비 왕가의 상징 이미지가 등장했다. 이는 특정 정치 세력을 지지하기보다는, 현재의 폭력적 통치 구조를 넘어 자유롭고 존엄한 국가로서의 이란을 회복하자는 염원을 담은 상징적 표현으로 읽혔다. 또한 ‘Help free 80 million Iranian hostages(8천만 이란인을 인질 상태에서 해방하라)’라는 손글씨 문구는, 국민 전체가 억압 속에 놓여 있다는 집회 참가자들의 인식을 단적으로 드러냈다.

집회는 과격한 충돌이나 소음 없이 비교적 차분하게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구호를 외치는 한편 피켓을 아래 위로 흔들거나, 휴대전화로 현장을 기록하며 국제사회가 이란의 현실을 외면하지 말 것을 호소했다. 한 참가자는 “우리는 폭력을 원하지 않는다. 진실이 보이고, 들리고, 기록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서울 한복판에서 열린 이날 집회는 규모는 크지 않았지만, 플래카드와 사진, 그리고 참가자들의 존재 자체가 하나의 메시지가 됐다. 침묵을 강요받은 채 죽음으로 항거하는 이란 현지 시민들을 대신해, 이날 참가자들은 분명하게 외쳤다. “정의는 목격되고 전파될 때 비로소 시작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