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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모] 앞에 나서는 대신 먼저 손을 내밀던 사람, 솔라후딘 AJI 전 사무총장

필자 에디 수프랍토와 고 솔라후딘

아래 글은 인도네시아 독립언론인연맹(AJI) 사무총장을 지낸 언론인 솔라후딘(Solahudin)을 추모하며, 그의 오랜 친구이자 동료 언론인인 에디 수프랍토(Eddy Suprapto) AJI 창립회장(아시아기자협회 부회장 역임)이 쓴 글입니다. 1998년 인도네시아 민주화 전환기와 언론 자유의 현장을 함께 통과해온 두 사람의 기억은 한 언론인의 삶을 넘어, 아시아 언론 연대의 한 장면을 보여줍니다. 솔라후딘은 수하르토 독재 이후 인도네시아 언론 자유를 현장에서 지켜온 언론인이자, AJI 사무총장으로 활동하며 기자 보호와 독립 저널리즘의 원칙을 실천한 인물입니다. 이후 이슬람 사상과 극단주의를 연구하며, 소란보다 기록을 택한 조용한 지성으로 평가받아 왔습니다. AJI(Alliance of Independent Journalists)는 1994년 언론 탄압에 맞서 결성된 인도네시아 대표 독립언론인 단체입니다. 언론 자유 수호, 기자 권익 보호, 저널리즘 윤리 확립을 목표로 활동해왔으며, 권력과 자본으로부터 독립한 언론의 상징적 조직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편집자>

1998년 5월은 인도네시아 현대사에서 쉽게 지워지지 않는 시간이다. 수하르토 대통령의 퇴진은 오랫동안 억눌려 있던 민주화의 흐름을 한꺼번에 분출시켰고, 개혁의 열망은 사회 곳곳으로 번져 나갔다. 하비비 대통령은 짧은 과도기를 거쳐 퇴장했고, 그 뒤를 이은 구스 두르 대통령은 언론과 시민사회에 전례 없는 자유의 공간을 열었다.

고(故) M. 야민은 당시를 회상하며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에드, 우리가 뭘 하든 괜찮아. 구스 두르 시절엔 다 허용되잖아.” 그 말은 가볍게 들렸지만, 혼란과 희망이 뒤섞였던 시대의 공기를 정확히 담고 있었다.

바로 그 전환기의 한가운데서 나는 장학금을 받아 호주 캔버라로 향했다. 수카르노-하타 공항에서 나를 맞이한 이는 솔라후딘이었다. 흰색 마즈다 승용차를 몰고 온 그는 오랜 친구이자 동료 언론인이었다. 당시 그는 <움맛> 기자였고, 호주에 머무는 동안 여러 인도네시아 언론의 통신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캔버라에서 솔라후딘은 단순한 친구가 아니었다. 그는 길잡이였고, 연결자였으며, 동시에 날카로운 비판자였다. 의회와 정부 기관을 오갈 때마다 그가 앞장섰고, 내가 머물던 아파트를 두고는 “너무 비싸다”고 솔직히 지적하기도 했다. 나는 그것이 대학의 배정이었고,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고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대화조차도 지금 돌아보면 그의 진심 어린 걱정이었다.

연수 과정이 끝나갈 무렵, 그는 나를 호주국립대(ANU)의 암리 위도도에게 소개해 주었다. 이후 우리는 각자의 길로 흩어졌고, 다시 만난 곳은 자카르타, 인도네시아독립언론인연맹(AJI)이었다.

2001~2003년 세마랑에서 열린 AJI 총회에서 아티 누르바이티가 의장으로, 솔라후딘이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재정도, 여건도 넉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강한 신념 하나로 버텼다. 솔라후딘은 소란을 피우지 않았고, 앞에 나서 자신을 드러내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러나 누구든 도움이 필요하면 가장 먼저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다.

오랜 시간이 흐른 뒤, 나는 그가 이슬람 연구에 깊이 몰두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가 닿지 않는 장소들을 직접 찾아다니며 자료를 모으고, 방대한 재판 기록을 묵묵히 읽어 내려가 책으로 남겼다. 그의 작업은 느렸지만 단단했고, 조용했지만 깊었다.

다시 만났을 때 그는 눈에 띄게 달라져 있었다. 산을 오르며 몸은 훨씬 가벼워졌고, 삶의 에너지는 오히려 더 충만해 보였다.

오늘, 그의 부고를 접하며 우리는 또 하나의 빈자리를 마주한다. 솔라후딘은 자신의 삶을 타인을 위해 사용한 언론인이었다. 목소리를 높이기보다 현장을 지켰고, 명성을 좇기보다 원칙을 선택했다.

편히 쉬십시오, 솔라후딘. 이 땅에서의 당신의 역할은 충분히 완수되었습니다. 당신이 남긴 침묵의 헌신을 우리는 오래 기억할 것입니다.

에디 수프랍토

인도네시아 사가르뉴스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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