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이재명 대통령의 조갑제·정규재 보수언론인 오찬···진심 어린 통합인가 정교한 연출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7월 1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언론인 오찬 회동에서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정규재 전 한국경제신문 주필, 이 대통령, 조갑제 전 월간조선 편집장,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사진 대통령실>
[아시아엔=최보식 <최보식의 언론> 편집인, 전 조선일보 사회부장] 이재명 대통령이 명망있는 보수언론인 조갑제와 정규재 씨를 만난 것은 전임 윤석열 전 대통령과 비교된다. 잘한 일이다.

사견이지만 조갑제 선배는 현존 국내 언론인 중 개인적인 역량에서 가장 뛰어난 분이다. 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은 직접 만나지는 않았으나, 말과 글에서 발군의 능력을 타고난 분이다.

취임 한달이 넘은 이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65%를 찍었다. 대선 때 얻은 지지율보다 20%p 가까이 늘려 놓았다.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전임자 윤 전 대통령과 비교될수록 더 올라갈 것이다.

이 대통령은 어떻게 국정 운영을 해야 하는지, 국민의 마음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를 본능적으로 아는 것 같다. 하지만 너무 능수능란하면 오히려 안 해도 될 의심이 든다. 대통령 취임 뒤로 그는 거의 ‘정치 9단’의 기술을 시전하고 있는 중이다. 

그저께 보수논객 조갑제, 정규재와의 오찬 자리도 그런 연장선상에서 보인다. 만남 직후 대통령실 이규연 홍보수석은 “국민통합”이라는 말로 브리핑했다. 그러자 조갑제, 정규재 씨도 SNS와 유튜브를 통해 이 대통령과 오찬 중에 나눴던 대화를 다 풀어놓았다. 

조갑제 선배는 “이 대통령은 ‘대화가 되는 사람” “이름에 밝을 ‘명(明)’자 들어가 있는 것처럼 대통령 직무의 막중한 스트레스에도 밝고 낙천적인 사람”이라고 했다. 정규재 대표는 “이 대통령을 만나는 것은 늘 즐겁다”라며 신경림의 시를 인용해 들뜬 기분을 드러냈다.

두 분의 유튜브를 보면 그날 오찬 자리에서 평소 자기가 갖고 있는 생각을 조언의 형식으로 이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체로 유익한 얘기였다. 이 대통령도 어떤 부분에는 공감을 표시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나는 대통령과 두 명망 있는 보수언론인의 ‘오찬 성격’이 궁금했다. 정규재 대표의 경우 이 대통령과 대화 중에서 얻어낸 ‘오는 9월 경주 APEC 회의에 중국 시진핑이 참석할 것’이라는 특종(?)을 공개했다. 

두 시간의 오찬 자리가 보도를 목적으로 대통령에게 묻고 정보를 얻어내는 인터뷰 자리인가(대통령실은 비보도를 걸지 않았다고 함). 아니면 대통령이 단지 ‘국민 통합’을 보여주려고 마련한 정치적 쇼에 두분이 출연한 것인가. 

이 대통령이 경륜 높은 보수언론인을 초대했으면 국정 운영과 관련된 본인의 고민을 얘기하고 상의하는 자리였어야 했지 않나 아쉬움이 있다. 

이 대통령은 당선되기가 바쁘게 트럼프발 관세협상, 방위비 분담금, 전작권 환수, 전승절 참석, 중국의 서해구조물 설치 등 나라의 장래가 걸린 중대 현안에 직면했다. 국내적으로는 윤석열 김건희 특검, 야당과의 관계, 부동산 급등, 경기침체 문제 등이 있다. 이런 핵심 이슈에 대해 이 대통령은 자신과 그 세력이 공유하는 생각과는 다른 의견을 한 번 듣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  

가령, 트럼프가 저렇게 막 나오는데 만약 전작권 환수 카드를 한 번 써도 되겠나. 그럴 경우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겠느냐.

중국의 전승절 참석 초청에 응하는 게 좋겠느냐. 보수 진영에서는 반대하지만, 공개 초대를 거절하면 우리 머리 위 중국과의 관계를 앞으로 불편하게 갖고 갈 수밖에 없지 않느냐.

내란극복은 해야 하는데 정치보복이라고 반발하니 윤 전 대통령 부부 문제를 어떻게 하면 좋겠느냐.  

당연히 ‘비보도’를 전제로 해 대통령이 의견을 구하고 속 깊은 얘기를 서로 나눠야 하는 자리가 됐어야 했다. 지금 대통령과 그 집단이 대략 결정해 놓은 방향과 정책을 다시 검토해보고 문제점을 체크해볼 기회가 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통령의 오찬은 정치적 쇼로서 보수언론인 두 분을 잘 활용했고 소비했다는 느낌이 없지 않다. 

조갑제, 정규재 두 분은 오찬이 있은 뒤 이 대통령을 향해 최고의 칭찬을 해놓았는데 앞으로 어떤 관계를 설정할지 궁금하다. 매사 이 대통령을 너그럽게 감싸는 쪽이 될까.

‘완벽한’ 권력자는 없다. 권력자는 늘 견제와 비판의 대상일 뿐이다. 지금 점수를 따고 있는 이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이 그대로 갈 리 없다. 또 국정 운영 스타일만 좋다고 잘못된 방향과 정책이 커버되는 것도 아니다. 조만간 여러 불협화음과 갈등이 터져 나올 것이다.

주제넘은 말이 될 지 모르나 책임 있는 언론인은 ‘대통령의 사람’이나 ‘홍보수석’이 되는 걸 경계해야 한다. 언론의 위치는 항상 권력자의 맞은 편에 있어야 하는 것이다. 

작년 말 비상계엄 정국에서 나는 당시 민주당 대표였던 이 대통령과 통화에서 “앞으로 보수 쪽 언론인이나 인사들도 만나보라”고 조언한 바 있다. 자신이 속한 물에 갇히지 말고 사고의 균형과 확장을 하라는 뜻에서 였다.  그 통화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그 뒤로 이 대통령은 ‘보수 중도’ 확장의 스탠스를 취했다. 

대통령 당선 다음날 의례적인(?) 감사 문자가 왔을 때 ‘반대편에서 볼 줄 알고 듣기 불편한 말을 해주는 참모도 꼭 곁에 두시라’는 답변을 보냈다. 국정 책임을 맡은 대통령은 자신 집단 속에서 추호의 이견이 없는 결정에 대해 적어도 의심과 검증을 거치라는 뜻이었다.    

실제 자기 진영 사람이 아닌 인사를 뽑을 리 없고, 설령 그런 인사를 해도 대통령의 ‘듣겠다는’ 의지가 없으면 소용이 없다. 내부 참모나 고위관료가 대통령이 듣기에 불편한 말을 하거나, 좌파 진영의 가치와 이념 성향과 반대되는 직언을 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이 대통령의 조각(組閣)인사에 대해 ‘통합 인사’ ‘실용 인사’라고 수식어를 내세워지만, 이는 ‘외양’을 그렇게 보이도록 한 것뿐이다. 이 대통령은 좌파 진영에 기반을 둔 ‘좌파 정부’이고, 그쪽 세력에 의해 국정이 운영된다는 아주 기본적인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좌파는 집단주의 전체주의적 경향이 강하다. 그 속에 뛰어난 우파 인사가 들어간다고 해서 자신의 생각을 구현하기 어렵다. 단순히 이 대통령 개인과 우호적 관계로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자유시장경제과 개인의 가치를 주장해온 보수논객 이병태 교수는 이재명 캠프로 옮길 때 자신이 뭔가 주체적으로 바꿀 수 있을 거라고 여겼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교수라서 나이브하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그의 캠프행은 그쪽 세력의 반발로 선언 하루 만에 불발됐다. 우리가 해줄 수 있는 일은 이재명 정권이 ‘극단’으로 치우치지 않게 막아주는 데 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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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AsiaN 편집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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