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에 바란다] 30년 전 이건희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 2류” 뼈아픈 지적…여전히 개혁 ‘절실’

오늘 당선되신 대통령께 축복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이 나라는 국민이 주인입니다. 국민이 뽑은 분이니, 하늘이 내리신 지도자입니다.
그에게 주어진 영광이 크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책임과 짐도 막중합니다. 국민의 뜻을 받들어 사명을 다한 뒤, 다시 평범한 이웃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용기와 인내, 지혜를 함께 갖추시길 기원합니다.
지금 우리 사회는 중심을 잡아줄 철학과 가치관을 상실하고 있습니다. 정치에 대한 신뢰는 낮고, 교사에 대한 존경도 예전만 못하며, 지도자들 가운데는 정직하지 못한 이들도 있습니다. 청년들은 진로에 대한 불안에 시달리고, 가정과 일의 균형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회 전반에 불신과 혼란이 퍼져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살피고 해결해야 할 책무가 정치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지난 세기,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이라는 절망의 시간을 지나 왔습니다. 그러나 국민과 지도자가 함께 힘을 모아 세계가 주목하는 산업국가로 거듭났습니다. 우리는 잠재력이 큰 민족입니다. 위기 속에서도 길을 찾아온 뛰어난 저력을 지닌 국민입니다.
오늘날 한국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 배터리, K-컬처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세계의 신뢰를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산업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 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외국인 노동자에 의존하는 현실이 반복되고 있지만, 이는 단순히 사람이 없는 것이 아니라, 일하고자 하는 유인과 조건이 부족한 구조적 문제도 있습니다. 청년들의 노동 기피를 단순히 개인의 태도 문제로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복지제도가 왜곡되거나, 노동의 보람과 처우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일하는 만큼 보상받고 존중받는 사회, 의욕 있는 이들이 마음껏 일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합니다.
우리의 교육열과 시스템은 한때 세계에서 주목받았고, 사회 발전의 중요한 동력이었습니다. 그러나 지금 교육의 질이 저하되고 교권이 약화되었다는 지적이 많습니다. 교사에 대한 존중 회복은 교사 스스로의 책임과 함께 사회적 지원이 병행되어야 가능한 일입니다.
가정 역시 중요한 사회의 기둥입니다. 최근에는 다양한 이유로 가족 구조와 역할이 변화하고 있으며, 맞벌이 가정이 늘고 있습니다. 주거비 부담 등 경제적 여건이 큰 요인이지만, 단순히 ‘맞벌이’나 ‘여성의 사회 진출’을 탓하기보다는, 가정과 일을 조화롭게 병행할 수 있는 사회적 제도를 확충해야 할 때입니다. 예컨대, 싱가포르처럼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통해 주거안정을 도모하거나, 육아와 돌봄을 공동체가 함께 분담할 수 있는 체계가 필요합니다. 미국에서도 가정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흐름이 다시 부상하고 있습니다.
故 이건희 삼성 회장은 과거 “한국의 정치 4류, 행정 3류, 기업 2류”라는 직설적 평을 남겼습니다. 가슴 아픈 지적이지만, 지금도 정치 개혁의 절박성을 일깨워주는 말로 남아 있습니다. 정직한 정치인이 신뢰받고, 가정을 돌보는 어머니와 일하는 아버지가 존중받으며, 미래를 가르치는 교사가 존경받고, 자신의 삶을 스스로 개척하는 청년이 응원받는 사회. 이런 사회가 우리가 함께 만들어가야 할 나라의 모습입니다.
대통령께서 이끄실 나라가 그런 사회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대통령 당선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