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엔 해외필진 기고문의 한글번역본과 원문을 함께 게재합니다.
2025년 5월 3일 치러진 싱가포르 총선에서 집권 인민행동당(PAP)은 전체 97석 중 87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습니다. 이는 로런스 웡 총리 체제에서 치러진 첫 선거로, PAP는 평균 65.57%의 득표율을 기록해 지난 2020년 선거보다 지지율을 높였습니다. 야당인 노동당(WP)은 기존 10석을 유지하며 선전했고, 진보싱가포르당(PSP)과 싱가포르민주당(SDP) 등 소수 야당도 지지 기반을 확대했습니다. 이번 선거는 PAP의 안정성 대 야당의 변화 요구가 맞부딪친 세대 교체의 분수령으로 평가됩니다. 아래 글은 싱가포르 베테랑 언론인 아이반 림 기자가 이번 총선을 앞두고 작성한 것으로, 선거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던 당시 유권자들의 표심과 정치 지형의 변화를 생생히 읽을 수 있어 <아시아엔> 독자들과 공유합니다. <편집자>
싱가포르 여당인 인민행동당(PAP)은 2025년 총선을 코로나19 팬데믹이 한창이던 2020년의 위기 상황에 비유하며, 도널드 트럼프 시절 미국의 ‘관세전쟁’에 견주는 방식으로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로런스 웡 총리는 “다가올 폭풍 속에서도 국가라는 배를 안전하게 항해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강한 손을 달라”고 국민에게 호소했다. 하지만 치솟는 생활비와 공공주택 가격 등 시급한 민생 문제 앞에서, ‘안전지대’에 머물자는 웡 총리의 메시지는 젊은 유권자들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했다.
60년 넘게 정권을 유지해온 인민행동당의 정치 방식은 4세대(4G) 지도부로 바통이 넘어갔음에도 시대에 뒤처진 인상을 지우지 못했다. 로런스 웡 총리가 이끄는 4G 팀은 ‘포워드 싱가포르(Forward Singapore)’ 정책 청사진을 발표하며 희망적인 출발을 했지만, 복지 지출에 대한 당의 보수적 원칙이 걸림돌로 작용했다.
총리이자 재무장관인 웡 총리의 정책 리셋은 혁신적이라기보다는 점진적인 수준에 머물렀다. 그는 생활필수품 가격 상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각종 바우처를 지급하고, 교통·전기·수도요금 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하려 했다. 그러나 이런 조치들은 야당으로부터 ‘바우처 의존 문화를 조장한다’는 비판을 받았고, 야당은 그 대신 최저임금 혹은 생계임금 인상 같은 구조적 해법을 제시했다. 게다가 정부는 2023년과 2024년에 소비세(GST)를 5%에서 9%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한 바 있다. 이는 예산 흑자를 기록하고 있음에도 감행된 조치로, 물가상승을 부추겼다는 비난을 받았다.
정부는 소비세 인상이 고령화 사회 대비를 위한 재정 확보 차원이었다고 설명했지만, 이는 결국 인민행동당의 전통적 경제 논리를 되풀이한 것에 불과했다. 즉, 국가 준비금의 투자 수익 중 절반 이상은 지출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유지한 것이다.
이번 총선은 여당의 보수주의와 야당의 변화 요구가 정면으로 맞붙는 선거가 되었다. 9일간의 선거운동 기간 동안 총리 웡의 차분한 유세와 국회 야당 대표 프리탐 싱(Pritam Singh) 의원이 이끄는 노동당(WP)의 열정적인 연설이 대조를 이뤘다. 노동당 외에도 진보싱가포르당(PSP)과 싱가포르민주당(SDP) 등 소수 야당들 역시 활력을 보여주며 인민행동당의 기반을 위협하고 있다.
노동당은 8개 선거구에서 26석에 도전하며 연일 대규모 유세를 이어갔다. 집권당이 모든 선거구에 후보를 낸 것과 비교해도 눈에 띄는 움직임이다. 노동당은 기존의 5인 선거구인 후강(Hougang), 단일구인 알주니드(Aljunied), 4인 선거구인 셍강(Sengkang)을 지키는 데 무난할 것으로 보인다.
젊은층의 지지는 노동당의 신예 팀이 새로운 퐁골(Punggol), 이스트코스트, 탐피니스 등의 선거구에서 돌파구를 마련할 수 있게 해줄 수도 있다. 이 지역들에는 간 킴 용(Gan Kim Yong) 부총리가 인민행동당 후보로 출마해 맞대결을 벌이고 있다.
노동당의 간판 주자 하프리트 싱(Harpreet Singh) 변호사는 셍강과 가까운 선거구에서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을 벌이며 주목받고 있다.
잘란카유(Jalan Kayu) 단일 선거구에서는 전직 육군참모총장이자 전국노총(NTUC) 사무총장을 지낸 PAP의 응 치 멩(Ng Chee Meng) 후보가 젊은 변호사 오드리 로우(Audre Low) 노동당 후보와 맞붙는다. 응 후보는 NTUC 인컴과 독일 알리안츠(Allianz) 간 합병 추진 과정에서 사회적 책무를 저버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PSP의 탄 챙 복(Tan Cheng Bock) 전 의원은 데스먼드 리 장관이 이끄는 인민행동당 후보군과 재대결에서 승리를 노리고 있으며, SDP의 지지부진했던 치 순 후안(Chee Soon Juan) 박사도 삼바왕 웨스트(Sembawang West) 선거구에서 변화의 바람을 타고 도전장을 냈다. 같은 당의 폴 탐바야(Paul Tambyah) 박사도 부킷 판장(Bukit Panjang)에서 팝의 리앙 엥 화(Liang Eng Hwa) 의원과 격돌한다.
로런스 웡 총리는 지난해 5월 리셴룽 전 총리로부터 당 지도부를 넘겨받은 뒤, 안정적 리더십과 정책 경험을 바탕으로 전임자보다 강력한 지지를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2020년 총선에서 인민행동당은 전체 93석 중 83석을 확보했고, 득표율은 61.24%였다.
다음은 영어 원문입니다.
Singapore PM’s ‘Safe Haven’ Appeal Fails to Sway Young Voters
In a political gambit reminiscent of the COVID-19 era in 2020, the ruling People’s Action Party (PAP) framed the 2025 General Election as a looming economic crisis akin to Trump-era tariff wars, urging voters to back the government for stability.
Prime Minister Lawrence Wong appealed to the electorate, saying: “Give us a strong hand to steer the ship of state safely through the coming storm.” However, this “flight to safe haven” message has failed to resonate with young voters preoccupied with immediate issues like rising living costs and housing prices.
After more than six decades in power, the PAP’s political brand appears to have lost some of its appeal, even under the leadership of the fourth-generation (4G) team headed by Wong. Although the 4G leaders introduced the Forward Singapore manifesto with promise, they remain constrained by the party’s traditional fiscal conservatism—particularly in the realm of welfare spending.
As Finance Minister, Wong’s efforts to “reset” key policies have been seen as modest and insufficiently bold to tackle persistent challenges such as soaring costs of essentials. In response, the government has rolled out various vouchers to help lower-income households cope with inflation and rising utility and transportation fares. While appreciated by the needy, these measures have drawn criticism from opposition candidates, who accuse the government of fostering a “voucher culture.” They advocate instead for implementing minimum or living wages.
Critics have also blamed the government for stoking inflation by pushing ahead with Goods and Services Tax (GST) hikes—first from 7% to 8% in 2023, then to 9% in 2024—despite having a budget surplus. The government has defended the GST increases as necessary to build reserves for caring for an aging population, echoing PAP’s long-standing economic doctrine that includes limiting government spending to no more than 50% of investment returns from national reserves.
This year’s election has come to encapsulate a clash between the PAP’s conservative ethos and the opposition’s calls for reform.
Over the nine-day campaign period, a stark contrast has emerged between Wong’s measured, cautious rhetoric and the fiery speeches delivered by opposition figures, particularly Workers’ Party (WP) chief and parliamentary opposition leader Pritam Singh.
Smaller parties like the Progress Singapore Party (PSP) and the Singapore Democratic Party (SDP) are also mounting more vigorous campaigns, steadily chipping away at the PAP’s dominance.
The WP is drawing larger and more enthusiastic crowds at its rallies in eight constituencies, where it is contesting 26 seats. It appears poised to retain its current strongholds: the five-member Aljunied GRC, Hougang SMC, and four-member Sengkang GRC.
The surge in youth support could potentially tip the scales in favor of the WP in new battlegrounds such as Punggol, East Coast, and Tampines GRCs, all contested by PAP teams led by Deputy Prime Minister Gan Kim Yong.
A key race to watch is in East Coast GRC, where WP’s star candidate, Senior Counsel Harpreet Singh, is challenging the PAP’s established slate, hoping to benefit from the party’s existing momentum in adjacent Sengkang.
Another close contest is expected in Jalan Kayu SMC, where former army chief and NTUC Secretary-General Ng Chee Meng of the PAP faces off against WP’s Audrey Low, a young lawyer. Ng has come under fire for his role in the failed NTUC Income–Allianz merger, which sparked public backlash over concerns about NTUC abandoning its social mission.
In West Coast GRC, veteran PSP leader Dr. Tan Cheng Bock is aiming to reverse the results of the last election by unseating the PAP team led by Minister Desmond Lee.
SDP chairman Dr. Paul Tambyah is also mounting a serious challenge against PAP’s Liang Eng Hwa in Bukit Panjang, while SDP’s longtime leader Dr. Chee Soon Juan seeks a breakthrough in Sembawang West against incumbent Poh Li San.
Prime Minister Wong, who succeeded Mr. Lee Hsien Loong as PAP leader in May 2024, is banking on the party’s track record and steady governance to win a stronger mandate than his predecessor. In the 2020 general election, the PAP won 83 out of 93 seats with 61.24% of the popular vot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