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라운드업 20250424] ‘관세전쟁’ 중국, 근거 있는 자신감

1. ‘관세전쟁’ 중국, 근거 있는 자신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향후 2∼3주 안에 관세율을 새로 정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대(對)중국 관세 인하를 시사하는 등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면서 미중 양국 간 무역협상 진전 가능성에 관심이 쏠림. 수입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는 물론 주요 수출품에 대한 통제로 하루가 멀다고 맞불을 놓았던 양국이 이제는 향후 어떤 협상으로 타협점을 찾을지 주목받고 있음. 다만, 중국이 수세적인 태도를 보였던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미중 무역전쟁과는 달리 이번에는 새로운 역학 구도를 만들어가는 중국 정부의 기조에서 준비된 자신감이 읽히며 상황은 여전히 예측불허.
– 앞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대급 관세 폭탄이 투하될 때마다 중국은 ‘필요하다면 끝까지 맞설 것’이라며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보복 조치를 즉각 하나씩 차례로 꺼내어 보였음. 영국 BBC방송은 이처럼 중국이 전투적 행보를 할 수 있게 된 배경을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중국이 쥔 5장의 카드’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24일 소개.
– BBC는 먼저 중국이 미국보다 어느 수준까지는 고통을 더 감내할 수 있다는 점을 첫 번째 협상 카드로 꼽았음. 공산당 체제인 중국은 미국처럼 선거를 앞두거나 여론을 신경 쓰거나 하지 않고 정부 차원에서 설정한 기조를 조금 더 장기적으로 밀어붙일 수 있음. 중국 내수시장이 불황을 겪고 있기는 하지만 정부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통해 경기를 어떻게든 끌어올리려고 하고 있으며, 세계 2위의 경제대국으로서 다른 국가들보다는 버틸 여력이 있다는 점도 유. 또한 무역전쟁이 격화하면서 중국에서는 자국 상품을 구입하자는 ‘애국주의’ 바람까지 불고 있음.
– 더불어 올해 초 전 세계를 뒤흔든 생성형 인공지능(AI) 모델인 ‘딥시크’ 같이 중국의 ‘기술 굴기’ 성과가 곳곳에서 나타나면서 중국 내부에서 고무적 분위기가 나온 것도 중국이 드러낸 자신감의 원천인 것으로 보임. 중국의 두번째 협상 카드로 “미래에 대한 투자”를 꼽으면서 BBC는 딥시크를 비롯해 세계 1위의 전기차 브랜드가 된 비야디(BYD), 중국 내 시장 점유율에서 애플을 제친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화웨이와 비보 등을 거론. 저가 상품을 생산하며 ‘세계의 공장’으로 불렸던 중국이 정부의 전폭적 투자를 통해 첨단기술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여준 것.
– 중국은 2018년 트럼프 당시 대통령이 중국산 태양광 패널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한 이후 ‘탈미 전략’을 가속화. BBC가 제시한 세번째 카드. 이는 주로 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다시 만들어보겠다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와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남반구의 신흥국)와의 관계 강화를 통해 이뤄졌음. 또 중국의 최대 수출 시장도 미국이 아닌 동남아시아가 됐으며, 중국은 2023년 기준 60개국의 무역 파트너국. BBC는 “중국의 무역 다변화는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중국의 전략적 움직임”이라고 분석.
– 이어 BBC는 “주식 시장이 붕괴하는데도 꿈쩍 않던 트럼프 대통령이 국채 시장으로 충격이 번지자 중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에 대한 ’90일의 상호관세 유예’를 택했다”라면서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이 흔들리는 타이밍을 이제 알게 됐다”고 강조. 중국은 7천억달러(약 1천조원)의 미국 국채를 보유하고 있으며, 이는 일본에 이은 2위 규모. 중국이 가진 네번째 카드. 마지막으로 BBC는 실질적인 무기로 쓸 수 있는 카드로 중국이 틀어쥐고 있는 희토류를 꼽았음. 희토류는 첨단산업 분야의 필수 원재료로, 중국은 희토류 자원의 채굴과 정제(가공) 영역을 완전히 장악.
2. “중국 기업들, 엔비디아 H20칩 수조원어치 확보”
– 알리바바와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대기업들이 올해 수십억 달러(수조원)어치의 엔비디아 인공지능(AI) 칩 H20을 확보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닛케이아시아가 23일 보도. 이들 기업은 내달 말까지 약 100억 달러(약 14조2천억원)어치의 H20을 보내 달라고 엔비디아에 요청했으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달 H20의 중국 수출을 제한해 실제 출하 물량은 이보다 적었다고 한 소식통이 닛케이아시아에 밝혔음.
– 닛케이아시아는 “바이트댄스, 알리바바, 텐센트는 미국이 H20 수출을 규제할 가능성에 대비해 지난해부터 (대책을) 준비해 왔다”며 “중국 업체들은 미국의 수출 규제를 받지 않는 중국 이외 지역에서 엔비디아 칩을 구매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고 전했음. 이에 앞서 정보기술(IT) 전문 매체 디인포메이션도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트댄스 등 중국 기술 기업이 올해 1∼3월 H20을 160억 달러(약 22조8천억원) 이상 주문했다고 지난 2일(현지시간) 보도한 바 있음.
– H20 칩은 그동안 미국 정부의 규제 적용을 받지 않는 한도 내에서 중국이 확보할 수 있는 가장 고급 사양의 AI 칩이었음. 연산 능력은 낮지만, 고속 메모리 및 기타 칩과의 연결성이 뛰어나 슈퍼컴퓨터를 만드는 데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음.
– 엔비디아는 지난 9일 미국 정부로부터 H20 칩을 중국에 수출할 때 당국 허가가 필요하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음. 이어 14일에는 이 규제가 무기한 적용될 것이라는 통지를 받았다고 전했음. 엔비디아는 H20 칩이 중국의 슈퍼컴퓨터에 사용되거나 본래 목적과 다른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를 미국 정부가 규제 근거로 들었다고 설명.
3. 일본 언론 “중국 서해구조물, 현상변경 수단”
– 일본 언론이 중국의 서해 구조물을 현상변경 시도를 위한 수단으로 평가. 요미우리신문은 한중 정부가 전날 연 ‘제3차 해양협력대화’에서 중국이 서해 잠정조치수역(PMZ)에 무단 설치한 구조물에 대해 논의했다고 24일 보도하면서 이런 평가를 덧붙였음.
– 신문은 “해상에 구조물을 만들어 자신의 권익을 주장하는 것은 중국이 늘 써온 수단”이라며 “남중국해에 인공섬을 만든 뒤 비행장을 지어 실효 지배를 강화한 것 이외에 동중국해에서는 가스전 개발에 관한 구조물이나 부표를 설치해 일본과 대립했다”고 설명. 그러면서 “중국은 안보상 황해(서해)를 중시한다”며 “이번 구조물도 현상변경 시도의 하나로 장래에 관할권을 주장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
– 한중 정부는 전날 강영신 외교부 동북·중앙아국장과 홍량(洪亮) 중국 외교부 변계해양사 국장이 양국 수석대표로 참석한 가운데 서울에서 ‘제3차 해양협력대화’를 열었음. 한국 정부는 중국이 한중 경계획정 협상이 진행 중인 서해 수역에 일방적으로 구조물을 설치한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자제를 촉구했을 것으로 보임.
– 중국은 서해 한중 200해리 배타적경제수역(EEZ)이 겹치는 잠정조치수역에 심해 어업 양식 시설이라며 선란 1호(2018년)와 2호(2024년)를 설치했고 2022년에는 관리시설이라며 석유 시추설비 형태의 구조물도 설치. PMZ는 한중이 서해상 해양경계획정 협상을 진행하던 중 어업분쟁 조정을 위해 2000년 한중어업협정을 체결하면서 설정된 곳인데, 양국이 절충한 중간수역에 중국이 무단으로 수상한 구조물을 설치한 것. 특히 지난 2월 한국이 중국 측 구조물 조사에 나섰다가 중국이 막아서면서 양측 해경이 대치하는 일도 발생.
4. 베트남, 종전 50주년 앞두고 대규모 축하행사 준비
– 베트남이 베트남전 종전·통일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초대형 퍼레이드 등 국가적 축하 행사 준비에 한창. 2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 VN익스프레스 등에 따르면 전날 저녁 옛 남베트남 수도였던 호찌민에서 통일 50주년 퍼레이드 리허설 행사가 열렸음. 본 행사가 아닌 리허설인데도 1만여명에 이르는 베트남군·공안 병력이 호찌민 중심가를 행진하는 가운데 이를 구경하는 인파 수만 명이 몰렸음.
– 오는 30일은 1975년 북베트남이 사이공(현 호찌민)을 장악하고 남베트남 정부의 항복을 받아낸 지 50주년. 기념일 당일에는 오전부터 군·공안 등 1만3천여명이 호찌민 시내에서 퍼레이드를 벌임. 이들은 남베트남 대통령 관저였던 독립궁 앞의 메인 관람석을 지나간 뒤 더 많은 국민이 행사를 관람하고 도로 정체를 줄이기 위해 4개 경로로 나뉘어 행진하게 됨. 공군은 수호이(Su)-30MK2 전투기, 야크(Yak)-130 경전투기, Mi-8·Mi-17 헬기를 투입해 시범 비행을 벌임. 또 중국·라오스·캄보디아 군대도 베트남 정부의 초청으로 퍼레이드에 참여.
– 당국은 호찌민 중심가 곳곳에 20개의 대형 스크린을 설치하고 TV·소셜미디어로 생중계해 현장에 가지 못한 국민도 관람할 수 있도록 할 계획. 호찌민 외에 수도 하노이에서도 당일 불꽃놀이 등 행사를 열어 통일을 자축할 예정. 50주년 기념일을 앞두고 베트남의 전쟁 관련 유적지 등을 찾는 참전용사와 관광객도 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음.
– 호찌민의 전쟁박물관에는 매년 약 50만명의 관람객이 오는데 이 중 약 3분의 2는 외국인. 이 박물관은 1968년 미군이 베트남 민간인 수백 명을 살해한 미라이 학살과 고엽제 살포 등 미국의 전쟁 범죄와 잔혹 행위를 주로 전시하고 있음. 베트콩 게릴라들이 미군을 피해 활동하기 위해 호찌민 북쪽 외곽에 구축한 거대 땅굴인 꾸찌 땅굴도 매년 관광객 약 150만명을 끌어들이고 있음.
5. 카슈미르 총기테러, 남성 관광객·비이슬람교도 겨냥
– 인도 북부 카슈미르 휴양지 총기테러범들이 남성 관광객과 비이슬람교도를 골라 총격을 가한 것으로 전해졌음. 23일 AFP통신과 인도 PTI통신 등에 따르면 인도령 카슈미르 지역 휴양지인 파할감에서 약 6㎞ 떨어진 바이사란에서 전날 벌어진 총기 테러로 최소 26명이 사망하고 17명이 다쳤다고 경찰은 밝혔음. 희생자는 대부분 인도 관광객이며, 아랍에미리트(UAE)와 네팔 국적 외국인도 포함됐다고 당국은 전했음. 현지에서는 사망자가 28명으로 늘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음.
– ‘미니 스위스’로 불리는 바이사란은 울창한 소나무 숲과 산으로 둘러싸인 광활한 초원으로, 여행객들이 즐겨 찾는 곳. 목격자들은 무장 테러범들이 나타나 산책하거나 조랑말을 타는 관광객을 공격했다고 전했음. 한 목격자는 “무장 집단이 목초지 인근 숲에서 나와 총을 쏘기 시작했다”고 AFP에 말했음. 그는 “분명히 여성은 살려두고 남성을 향해서만 계속 쐈다”며 “한 발을 쏘기도 하고, 여러 발을 쏘기도 했다. 폭풍 같았다”고 회상. 테러범들이 무슬림이 아닌 이들을 골라 살해했다는 정황도 나왔음. 현장에 있던 26세 여성은 “(테러범들이) 텐트에 있던 아버지에게 이슬람 경전 구절을 외우라고 했다”며 “외우지 못하자 아버지를 세 번 쏘고 삼촌도 쐈다”고 PTI통신에 증언.
– 경찰은 이번 사건을 이 지역에 대한 인도 통치에 반발하는 무장 세력 테러로 규정. 파키스탄 테러단체 ‘라슈카르 에 타이바'(LeT)와 연관된 현지 반군조직 ‘저항전선'(TRF)은 이번 테러의 배후를 자처하고 나섰음. 사우디아라비아 방문 중 급거 귀국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카슈미르 테러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 극악무도한 행동의 배후에 있는 자들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음. 모디 총리는 긴급 내각 회의를 소집해 테러 대응 방안 등을 논의.
– 인도군은 수만 명을 투입해 카슈미르에 대한 경계를 강화하고 수색 작전에 나섰음. 지역 상점 대부분이 문을 닫았고, 현지에 있던 관광객들은 서둘러 빠져나갔음. 인도군은 이날 이번 테러와 별개로 카슈미르 내 인도령과 파키스탄령 분계선에서 교전을 벌여 인도 쪽으로 넘어오려던 무장조직원 2명을 사살했다고 밝혔음.
– 카슈미르는 인도와 파키스탄의 영유권 분쟁 지역. 인도는 카슈미르 계곡과 잠무를 통치하고, 파키스탄은 카슈미르 서쪽을 실질 지배하고 있음. 테러가 발생한 파할감 지역은 힌두교도가 다수인 국가인 인도가 지배하는 곳이지만, 무슬림 주민이 다수. 인도는 자국령 카슈미르에 파키스탄 배후 테러단체가 자주 침범해 테러를 일으킨다고 주장해왔음. 인도 현지에서 이번 테러 배후에 파키스탄이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가운데 파키스탄 정부는 원론적인 애도 성명을 발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