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잠깐묵상] 계약(Contract)과 언약(Covenant)의 차이

1659년 하르먼스 판 레인 렘브란트 (Harmensz van Rijn Rembrandt)가 그린 ‘신으로부터 십계를 전달받은 모세’. 십계는 토라 계율 중 일부에 해당하며 토라는 유대 근본주의자들의 종교적 기반이 됐다. <사진=위키미디어>

신명기 10장

“내가 조각목으로 궤를 만들고 처음 것과 같은 돌판 둘을 다듬어 손에 들고 산에 오르매 여호와께서 그 총회 날에 산 위 불 가운데에서 너희에게 이르신 십계명을 처음과 같이 그 판에 쓰시고 그것을 내게 주시기로”(신 10:3-4)

모세가 십계명이 새겨진 돌판을 땅에 던져 깨뜨렸을 때, 하나님과의 관계는 끝이 났어야 했습니다. 이미 그들은 하나님 대신 금송아지를 선택했고, 하나님께 등을 돌렸습니다. 스스로 계약서를 찢었습니다. 계약을 먼저 파기한 것은 이스라엘이었습니다. 그런데 하나님은 새로운 돌판에 다시 계명을 새겨 주십니다. 일반적으로 계약을 어긴 후 다시 맺으려면 더 까다로운 조건이 붙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하나님은 이전과 같은 말씀, 같은 계명을 주십니다.

이것이 계약과 언약의 차이입니다. 계약(Contract)이란 고용 계약, 임대차 계약, 보험 계약처럼 쌍방의 이익과 조건이 맞아야 유지됩니다. 한쪽이 계약을 어기면, 그 계약은 파기됩니다. 그러나 언약(Covenant)은 다릅니다. 언약 관계란 한쪽이 약속을 어겨도 다른 한쪽이 지키면 지켜지는 관계입니다. 인간 관계 중 언약 관계에 가장 가까운 관계가 부모-자녀 관계입니다. 부모는 자녀가 실패했다고 해서 부모 되기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계약은 ‘서로의 쓸모’를 바탕으로 하지만, 언약은 ‘서로의 존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입니다.

계약적 관계 속에서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지치고 소진됩니다. 나의 쓸모를 입증하기 위해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실수하면 계약이 깨어지고, 한순간에 관계가 무너질 수 있기에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계약 관계 속에서 우리는 ‘유용성’으로 평가받습니다. 주고받는 것(give and take)의 균형이 깨어지면 관계도 깨어집니다. 그러나 언약 관계가 단단한 사람은 이러한 계약 관계를 잘 견딥니다. 소진되지 않습니다. 언약 관계 안에서 존재 자체로 사랑받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우리와 계약이 아니라 언약을 맺으셨습니다.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 그리스도를 통하여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과의 관계를 계약처럼 여기며 하나님과 거래하려 할 때도, 하나님은 여전히 우리를 언약적 사랑으로 대하십니다. 심지어 하나님을 사장님처럼 여길 때에도 하나님은 우리의 아버지이기를 포기하지 않으십니다.

(잠깐묵상 오디오듣기⬇)
https://youtu.be/i6t4djiHWs0?si=ZVOdLKLfHm99wBDc

석문섭

베이직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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