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시 천재를 만났다. 눈발이 세차게 흩날리는 해안동, 갤러리 유~. 그는 없었다. 갤러리 주차장을 잠시 거니는데 찬 바람이 온몸을 후벼댔다. 전화했지만 받지도 않는다. 천재들은 제멋대로인가? 속으로 생각했다.
아라동에서 다른 일을 보고 다시 갔다.
1년 만에 만났다. 그런데도 엊그제 만난 사람처럼 정겹다. 양기훈의 공간조형전이다. 1986년부터 40년간 작업한 조형 작품들, 예전에 그가 했던 말이 기억났다. 제주의 마을 전을 할 무렵이었다. “환갑이 넘으면 첫 전시회를 허쿠다, 인생을 배우고 공간을 장악할 수 있는 작품들을 만들었을 때 마씀”. 40년 만에 내놓은 그의 작품이 3천여 점을 넘는다. 얼핏 우주라는 공간이 떠 오른다. 잠시 환상이었던 선이 현실의 원이 되는, 뭔가 잡힐 듯이 보였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조형 작품들이다.

나는 그림을 잘 모른다. 그럼에도 양기훈의 조형 작품 앞에서는 뭔가 보인다. 인연이다. 사람, 자연, 사물들이 얽히고설켜 있다. 우주의 빅뱅, 공간 자체의 빠른 팽창, 빛의 존재, 별의 세계, 아~ 우주의 소멸까지 생각한다면 내 머리도 사라질 것 같다. 양기훈 작가가 이 글을 읽으면 ‘카 카 카’ 웃으며 “보이긴 뭐가 보인 댄 말이 꽈?”라고 되물을 것이다. 그의 작품에는 인연뿐 아니라 숱한 이야기를 품고 있다.
귤의 여신, “귤~”이라고 이야기하는 여인의 입술, 참 곱다. 대한민국의 5대 과일을 말할 때 이처럼 이쁜 입술이 나올 수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래서 귤 입술을 형상화하는 공모전을 열자고 한다. 무궁무진한 아이디어의 소유자다. 사실 감귤박람회 최고의 아이템이 될 수도 있겠다.

한때 그는 제주MBC 라디오의 인기 프로그램이었던 <돌 하루방 어디 감수가>의 주인공이었다. 제줏말로 하는 3분가량의 시사평을 출근길 시민들은 놓칠래야 놓칠 수 없었다. 그날의 화제이고 화두였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내게 제주어방송국을 만들라고 닦달했다. 할 수 없이 그러겠다고 답을 했다. 죽기 전에 또 하나의 숙제가 생겼다.
예전에 양기훈 화백을 천재라고 소개한 적이 있다. 미켈란젤로를 빼닮았다. 그는 조각가이고 건축가이며 화가이기도 하다. 신문 만평을 그리기도 했고, 제주의 마을 탐방 기사를 쓰는 작가이며 방송인이다. 그의 전시회는 3월 5일까지이다. 지금 뭔가 막힌 게 있다면 그를 만나라. 풀릴 것이다. 이건 나만의 비밀인데, 그가 한라산 신령의 환생일 수도 있다.
아래는 필자가 2022년 2월 22일 페이스북에 쓴 글이다.
양기훈 화백을 만난 건 제게 행운이었습니다. 저는 미술을 잘 모르지만 화가 미켈란젤로를 참 좋아합니다.
그는 조각가였고 화가였고 건축가이면서 시인이기도 했습니다. 로마의 시스티나성당에 그려 넣은 최후의 심판은 지금까지도 세계인들에게 감동을 주는 불멸의 작품이기도 합니다.
미켈란젤로가 세상을 떠난 지 450년이 지났습니다. 제가 가끔씩 혹시 미켈란젤로의 환생은 아닌가 생각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바로 양기훈 화백입니다. 그는 미켈란젤로처럼 건축가이고 조각가이며 화가이기도 합니다. 한때는 제주지역 일간지에 만평을 그렸고 ‘돌하르방 어디 감수가’로 유명한 방송인이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공공설치미술가로 고등학교 미술교과서에서 소개할 정도로 인정받는 예술가입니다. 저는 이 사람이 천재라고 생각합니다. 미켈란젤로의 환생은 아닌가 착각할 때가 많습니다.
또 있습니다. 양기훈 화백은 1982년 제1회 KBS 개그맨 콘테스트에서 여러분도 잘 아는 개그맨 심형래가 동상을 받을 때 그를 제치고 은상을 차지했던 유망한 개그맨이기도 했습니다.
양기훈 화백은 지난 6년 동안 한라산 속에 틀어박혀 살았습니다. 한라산 신령과 교감도 했다고 합니다. 거기서 그림을 그렸는지, 도를 닦았는지를 잘 모르겠습니다만 분명한 것은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시장인 소더비나 크리스티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겠다는 일념으로 그 세월을 보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천재 양기훈 화백과 제주마을의 가치를 드높이기 위한 이런 작업을 하게 된 것을 매우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매우 고맙게 생각합니다. 제주마을의 멋과 아름다움, 낭만 넘치는 풍경을 앞으로도 계속 그려 낼 것입니다. 저는 평소 예술은 사람을 살리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양기훈의 미술은 제주마을과 관광을 살리고 제주도민을 살릴 것이라 생각합니다. 양기훈의 백리백경전에 많은 사랑과 관심을 부탁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