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인물이 자기 시대를 벗어나서 계속 시간을 관통하는 경우는 썩 드물거나 극소수이다. 고전을 탐독하다가 불현듯 만나게 되는 인물, 그를 찾아서 흔적을 더듬는 일은 애달프고도 눈물겹다. 부안 기생 매창이 그러하다. 나는 수년 전 그녀의 영전에 가서 한 잔 술 부어올리고 영적 대화를 시도하였으나 그녀는 종내 묵묵부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