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최명숙의 시와 사진] 무채색 간이역 11월

단풍나무숲에서 단심의 이름 하나 새겨놓고
자작나무길을 지나서 왔거나
물그림자 깊어진 강을 건너왔거나
산길 어느 길을 돌고 돌아 왔거나
한해 거름녘에서 그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시간의 기적소리는 가을의 협곡을 지나는 철새처럼 울고
늙은 역장의 수신호처럼 낙엽이 진다.
저기 강을 건너온 고독이 길어질 때
단풍잎 붉게 흩어지고
자작나무 하얀 길은 문을 닫는다.
11월, 정거장애서 내린
무채색 눈빛들에게
쉼의 노래가 되기엔 쓸쓸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