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인지 이제껏 필자는 무엇인가를 포기한다는 것은 대단히 무능력하다는 것과 동일한 개념으로 생각해 왔고 필자의 삶에서 그 어떤 경우일지라도 포기라는 단어가 사용되지 않기를 바래왔다.
그러나 가만히 생각해 보니 포기라는 것이 매사에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도 아닌 듯하다. 경우에 따라서는 포기함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점도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늦은 밤 간식 먹는 것을 포기하는 순간 보다 건강하게 될 수 있으며 자신의 고집을 버리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순간 인간관계가 더욱 좋아질 수 있다. 또한 매일 뉴스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각종 사건·사고 역시 당사자 간 조금만이라도 자신의 이기적인 생각이나 말 그리고 행동을 포기했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일들이 종종 있다.
이를 거꾸로 말하면 차라리 포기했으면 좋았을 것을 포기하지 않고 집착해서 문제가 생기고 피해를 주는 경우가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고 지나온 날들을 돌이켜보니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포기 대신 집착을 선택함으로써 원치 않던 결과를 얻게 된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되었다. 이로 인해 발생한 아쉬움과 후회는 덤이기도 했다.
우리가 포기 대신 집착을 선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포기라는 단어 자체가 지니고 있는 부정적인 인식과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럽고 스스로 용납하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설령 그것이 진작 포기했어야 하는 일일지라도 말이다.
그렇다면 포기해도 될 일과 포기해서는 안 되는 일은 무엇일까? 이는 개인별로 처한 상황이나 여건이 다르기 때문에 명확하게 구분해서 제시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포기할 수 있는 일과 포기할 수 없는 일을 나누는 기준은 무엇일까?”로 생각해보면 보다 명쾌한 답을 구할 수 있는데 개인이 추구하는 삶과 자신이 몸담고 있는 업(業)이 지니고 있는 의미나 가치가 대표적인 기준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살아가면서 포기하지 않는 것은 정말 중요하다. 매사에 포기를 밥 먹듯이 하는 사람에게서는 미래를 기대할 수 없다. 반대로 모든 것을 붙잡고 놓지 못하는 사람에게도 미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이 사람의 경우에는 잡을 수 있는 혹은 잡아야만 하는 일생일대의 기회가 오더라도 양손 양발에 들고 있는 것 중 아무 것도 포기하지 못해 정작 필요한 것을 잡을 수 없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제부터는 포기할 수 있는 것과 포기해서는 안 될 것을 선별할 줄 아는 기준을 세워보자. 그리고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은 과감히 포기하는 법도 배워보자. 더 나아가 포기함으로써 생기게 된 여유와 에너지를 포기할 수 없는 일에 투입하자. 포기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자만이 결국 아무 것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