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본 사람과 함께 일한 사람은 달랐다…최승우 보좌관의 ‘오자복 장관 사과’ 일화

“장관님, 제가 잘못 봤습니다. 사죄드립니다.”
사람에 대한 평가는 얼마나 정확할까. 멀리서 바라본 사람과 가까이에서 함께 일해본 사람은 전혀 다를 수 있다. 최승우 전 국방부 보좌관(육군 준장)이 1988년 오자복 국방부 장관을 모시면서 겪은 일은 그 간극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일화다.
최승우는 오자복 장관을 직접 보좌하기 전 그에 대해 좋은 인상을 갖고 있지 않았다. 그가 기억하는 자신의 평가는 상당히 혹독했다. “교활하고 비겁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으로 생각했습니다.”
누군가에게서 들은 이야기로 그렇게 판단한 것은 아니었다. 회의 등에서 멀리서 지켜본 모습과 오자복 장관의 말과 행동, 표정 등을 보면서 스스로 형성한 인상이었다고 최승우는 회고했다.
그러던 그가 오자복 장관을 직접 보좌하게 됐다. 장관 가까이에서 일하면서 최승우는 자신이 갖고 있던 선입견과 실제 인물 사이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하루하루 장관이 사람을 대하는 방식과 현안을 판단하는 과정, 업무를 처리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렇게 한 달이 흘렀다. 최승우는 더 이상 자신의 과거 판단을 그대로 갖고 있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자복이라는 사람을 잘못 판단했다는 확신이 들었다.
그는 장관을 찾아갔다. 그리고 자신이 장관을 모시기 전 어떻게 생각했는지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저는 장관님을 인간적으로 교활하고 비겁하고 우유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부하가 현직 국방부 장관 면전에서 하기에는 쉽지 않은 말이었다.

그러나 최승우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그 다음이었다. “직접 한 달을 모셔보니 자신의 판단이 객관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을 알게 됐으며, 그래서 사죄드리러 왔다”는 것이었다.
오자복 장관은 그 말을 불쾌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승우 장군의 기억에 따르면 오히려 상당히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자신의 과거 평가까지 솔직하게 털어놓고 그것이 잘못됐다고 인정하는 참모의 말을 진심으로 받아준 것이다.
세월이 흐른 뒤 주변에서 오자복 장관을 회고하는 평가도 이어졌다. “그 분이 일을 그렇게 잘했다더라.” “일을 참 잘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오자복 장관의 업무 능력을 이렇게들 기억했다.
최승우의 사과는 군의 인사 비화보다 어쩌면 더 오래 남을 이야기다. 상관을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부하를 잘못 판단할 수도 있다. 문제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어떻게 행동하느냐다.
최승우는 한 달 만에 생각을 바꿨고, 생각을 바꾼 데서 멈추지 않았다. 당사자를 직접 찾아가 자신의 선입견을 고백하고 사과했다.
오자복 역시 자신을 “교활하고 비겁하고 우유부단하다”고 생각했다는 부하의 고백을 받아들였다. 두 사람 사이에 있었던 짧은 장면은 결국 리더십과 참모의 자세에 관한 이야기로 남는다. 사람을 제대로 아는 데 필요한 것은 평판이 아니라 함께 일해보는 시간일 수 있다. 그리고 자신의 판단이 틀렸음을 인정하는 것 역시 중요한 덕목이자 능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