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죽음을 노래하며 달리는 병사들…“We go together”

유튜브에서 우연히 한 군가를 들었다. 경쾌한 리듬, 힘찬 목소리, 규칙적인 발걸음. 마치 승리를 노래하는 행진곡처럼 들렸다. 그러나 가사를 듣는 순간 조금 놀랐다. “If I die in a combat zone…”(만약 내가 전투 지역에서 죽는다면) 죽음을 이야기하는 노래였다.

왜 병사들은 죽음을 노래하면서 이렇게 힘차게 달리는 것일까. 전쟁은 언제나 죽음을 동반한다. 군인은 그것을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러나 미군 병사들은 그 현실을 외면하지 않는다. 오히려 노래 속에 담아 함께 부른다. 그것은 죽음을 가볍게 여기기 때문이 아니라,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서도 서로 의지하기 위해서였다.

If I die in a combat zone,
Box me up and ship me home.

전투에서 내가 죽으면, 나를 집으로 보내 달라는 노래다. 표현은 장엄하지 않다. 영웅이 되어 기억해 달라는 말도 아니다.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은 젊은 병사의 솔직한 마음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구절은 더욱 인간적이다.

Tell my mama I did my best. 어머니에게 내가 최선을 다했다고 전해 달라는 말.

군복을 입은 순간 병사는 전사가 된다. 그러나 군복 안에는 여전히 누군가의 아들이 있고, 누군가의 친구가 있다. 전쟁은 사람을 병사로 만들지만, 군가는 그 사람이 인간임을 기억하게 한다.

미군 병영문화에서 유머와 노래는 단순한 오락이 아니다. 전투를 앞둔 병사에게 가장 위험한 적은 적군만이 아니다. 고립감과 두려움이다. 함께 노래하고 같은 박자로 달리는 순간, 병사는 더 이상 혼자가 아니다. 그래서 미군 구보군가는 발걸음을 맞추는 노래이면서 동시에 마음을 맞추는 노래다. Left, right, left. 한 사람의 속도가 아니라 모두의 리듬이다.

영국군도 비슷했다. 한국전쟁 당시 병사들은 I Don’t Want to Join the Army를 부르며 “군대에 가기 싫다”고 노래했다. 그러나 그것은 전쟁을 거부하는 노래가 아니라 두려움을 견디기 위한 병영의 유머였다. 웃을 이유가 있어서 웃은 것이 아니었다. 웃지 않으면 두려움이 먼저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군 병사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죽음을 모르는 척하지 않았다. 죽음이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순간 옆에 있는 전우와 함께 앞으로 나아갔다.

한국군의 군가도 같은 곳을 향한다. “부모 형제 나를 믿고 단잠을 이룬다.”

미군 병사는 말한다. “Tell my mama I did my best.”

표현은 다르지만 마음은 같다. 두 군가는 서로 다른 문화에서 태어났지만, 병사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한 사람은 마지막 순간 어머니에게 자신의 최선을 전하고, 다른 한 사람은 가족이 편히 잠들 수 있도록 자신의 자리를 지킨다. 결국 두 군가가 향하는 곳은 같다. Home. 돌아가고 싶은 곳이며, 끝내 지켜야 할 곳이다.

얼마 전 천안의 한 길을 걸으며 나는 다시 “We go together”라는 문장을 떠올렸다. 마틴 길에는 철제로 만든 평면 흉상이 서 있었다. 그 아래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We go together.”

한미연합훈련에서 익숙하게 들었던 그 구호가 그날은 전혀 다르게 다가왔다. 훈련장에서 그것은 동맹의 구호였다. 그러나 천안의 그 자리에서는 이미 함께 갔던 이들을 뒤늦게 따라 읽는 문장처럼 느껴졌다. 1950년 천안 전투에서 미군과 한국군은 같은 길 위에 있었다. 그곳에서 젊은 병사들은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했지만, 같은 위험 앞에 섰다. 그들이 남긴 것은 단순한 전투 기록이 아니었다. 함께 간다는 약속이었다.

군가는 단순히 사기를 북돋우는 노래가 아니다. 그것은 병사가 왜 그 자리에 서 있는지를 기억하게 하는 노래다. 영국 병사는 웃음으로 두려움을 견뎠다. 한국 병사는 책임으로 자리를 지켰다. 미군 병사는 죽음을 생각하면서도 발을 맞추었다. 그리고 그 모든 길은 하나의 문장으로 이어진다. We go together.

함께 간다는 말. 그것은 오늘 훈련장에서 외치는 구호이면서, 먼저 걸어간 사람들에게 보내는 기억의 인사이기도 하다. 전쟁은 무기를 기록한다. 그러나 역사는 함께 걸었던 사람들을 기억한다. 어쩌면 군가는 그 기억을 다음 세대까지 걸어가게 하는 발걸음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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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건

이대 해부학교실 초빙교수, 인하의대 명예교수, '인류의 전쟁이 뒤바꾼 의학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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