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경제-산업칼럼

‘호남 재도약’은 ‘정치독점의 종식’에서 출발해야

광주 전남 지도

30년 동안 경쟁이 멈춘 호남의 구조적 재앙은 ‘공천=당선’이다. 시민의 선택권이 사실상 박탈된 셈이다. 광주는 지난 30년 동안 경쟁이 사라진 정치 실험장이었다. 정치는 시민이 아니라 당 지도부와 계파만 바라본다. 능력보다 충성, 정책보다 캠프, 미래보다 자리 나눠먹기가 우선이었다. 이렇게 퇴행한 정치 구조가 도시 성장의 씨앗을 완전히 잘라버렸다.

인사 폐쇄는 산하기관의 무능을 낳고 대형 사업은 연속 실패했다. 산하기관장은 캠프 출신, 공공사업은 용역·외주·행사 중심, 예산은 보도자료용 쪼개기라는 평가가 파다하다. 군 공항 이전 지연, AI 집적단지 실패, 광주형 일자리 부진, 광주·전남 SOC·산단 업그레이드도 진전이 거의 없다. 정치 경쟁이 사라지니 무능이 구조화된 결과를 낳은 것이다.

내로남불과 계파 정치가 일상이 되면서 시민의 삶은 뒤로 밀린다. 정치는 살아 있는데 도시는 죽어가고 있다. 다른 직할시·광역시와 비교해 광주는 한국 도시 경쟁력 최하위다. 왜일까. 호남이 나쁜 것이 아니라 정치가 나쁜 것이다. 경쟁이 없으니 발전도 없다.

광주는 대한민국에서 가장 잠재력 있는 도시 중 하나지만 동시에 가장 적게 움직인다. 군 공항 이전은 표 계산 때문에 멈춰 있고 AI 클러스터는 실체보다 홍보에 가깝다. 미래차·로봇 산업 역시 기업 투자가 미미하다. 남구·북구 공동 발전은 무능으로 끝없이 지연된다. 대학은 광주에서 다니고 직장은 서울로 가야 하는 현실, 이것이 광주 청년들의 비극이다.

지난 20년간 광주에는 대기업 한 곳도 제대로 들어오지 않았다. 기업들은 묻는다. 왜 광주인가? 그리고 그 답은 명확하다. “정치·행정이 불안정하고 느리고, 결정이 나지 않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정치 독점이 만든 결과다.

광주·전남은 2030년까지 최대 인구 감소 지역으로 전망된다. 그럼에도 독점정당은 미래 도시 전략을 단 한 번도 제대로 만든 적이 없다. 독점정당의 무능과 무심한 정치는 결국 광주를 버렸다. 광주는 독점정당을 80~90% 지지했지만, 정작 그 정당은 광주를 지지하지 않았다.

광주·전남 예산은 언제나 후순위다. 새만금, 광주공항 이전, 전남 SOC, 호남선 2단계, 에너지 산업, 지역대학 지원 등이 대표적 사례다. 호남 인재는 철저히 배제되었고, 호남인은 선거용 얼굴로만 소비됐다. 발전은 미루고 감성만 챙겼다. 정치·기념·추모만 반복됐고 생활·산업·경제는 아예 추진되지 않았다.

이제 이 분노를 뒤집는 유일한 대안은 광주·전남의 ‘대도약 공약’을 세우는 것이다. 단순한 공약이 아니라 정치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도시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는 개혁이어야 한다. 광주판 ‘능력시대’를 선언해야 한다. 인사·행정 혁명을 추진하는 것이다.

산하기관장 100% 공개경쟁, 성과평가·책임경영, 캠프·정파 인사 전면 금지, 시민감사단 운영을 통한 예산·사업 전면 감사가 그 출발점이다. 광주·전남 공동 메가시티로의 대전환도 필요하다. 광주–나주–순천–여수–목포–광양을 하나의 경제권·대도시권으로 묶고, 300만 대도시권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

대기업 R&D 본사 유치, 청년 20만 일자리 전략, 미래차·로봇·AI·바이오·에너지 산업단지 조성, 청년 창업·산업 인큐베이터 설립도 필수다. 광주공항 이전 지역에는 청년 특구를 즉시 추진해 3년 내 확정해야 한다. 갈등이 아니라 보상·발전 패키지로 해결하고, 군 공항 부지에는 대규모 첨단 신도시를 건설해야 한다.

광주형 대기업 파크를 조성해 자동차·에너지·로봇·헬스케어 중심으로 10개 기업 유치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규제 샌드박스·투자계약·채용 연계 의무 규정을 포함한 종합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 광주·전남을 한국의 ‘에너지 수도’로 키우는 것도 핵심이다. 해상풍력·수소·원전 해체 클러스터, 송전망·배터리·그린수소 산업단지, 글로벌 에너지 기업 연구소 유치를 통해 에너지 중심 도시의 면모를 갖추어야 한다.

전남·광주의 의료·교육 혁신도 뒤따라야 한다. 전남의대 신설, 대학 공동 캠퍼스, 국립호남연구원 설립, AI·과학고·국제학교 신설 등이 필요하다. 호남인은 잘못한 것이 없다. 잘못한 것은 정치다. 30년 독점 속에서 그 정당은 호남을 발전시키지 않았고, 오히려 호남이 발전하지 않아야 자신들에게 유리하다는 정치적 계산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

호남의 재도약은 ‘정치 독점의 종식’에서 시작된다.

이정현

3선 국회의원, 대통령비서실 정무·홍보수석 역임, 전 새누리당 당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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