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오늘의 시] ‘수문을 열다’ 이희국

내 마음의 담수호에는
삼십년이 넘는 시간이 담겨있다
꽃샘추위에 웅크린 새싹처럼
병치레가 잦은 아이들
잎맥만 남은 잎사귀처럼
촉촉하고 말랑한 속 자식에게 다 주고
식탁 앞에 혼자 앉은 푸석푸석한 사람들
통증에 무너지면서도
괜찮다고 숨을 몰아쉬는 노인들,
흑백의 시간조차 지워가는 치매어르신
한바탕씩 스치고 가는 애틋한 바람을
새벽기도로 준비하는 호수
오늘도 삼정사거리 동경약국에는
절뚝거리는 사람들이
처방전이 없는
아픔과 외로움을 들고 찾아온다
꽃과 열매를 다 내어준 빈 가지들
가슴 쩍쩍 갈라진 사람들에게
마음의 수문을 활짝 열어
단비 같은 위로를 포장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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