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시선] 탈레반에 붙잡힌 ‘대령’ 군견
“얼마나 당혹스러울까” 탈레반에 붙잡힌 영국군 ‘대령’ 군견
오랜 세월 인간과 함께 살아온 때문일까. 개처럼 표정이 풍부하고 정확한 동물도 없다. 그래서 더욱 슬프고 가슴 아픈 순간이 있다. 이번에 아프가니스탄에서 탈레반에 붙잡힌 영국군 군견이 그랬다. 위 사진이 그 모습이다. 전쟁터에서 주인 잃고 적군에 붙잡힌 군견. 세계 언론에서 화제가 되면서 ‘놀라 겁에 질린 모습’이란 설명이 많았다. 하지만 잘 보면 녀석은 분명 자신이 처한 상황을 잘 이해하고 있다. ‘경악’이나 ‘공포’보다는 ‘낙담’의 표정이라 봐야 할 것 같다.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아프가니스탄 탈레반 반군이 지난 2월7일 트위터에 동영상 하나를 공개했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무렵 카불 동쪽 라만 주에서 전투 중 군견 한 마리를 생포했다는 내용이었다. 무장반군들은 군견을 향해 “알라신이 이슬람 전사에게 승리를 안겨줬다. 이 스파이를 쓰러트리자”라고 외쳤다. 쇠사슬에 묶인 군견은 카메라와 조명장치, GPS 수신기 등 장비가 달린 갑옷형 조끼를 몸에 두른 모습이다. 동영상 속 목소리는 이 군견이 ‘대령(colonel)’으로 불린다고 말했다. 영국군과 미군은 실제로 군견을 잘 관리하기 위해 군견에게 높은 계급을 붙여준다고 한다. 나토 연합군은 당시 군견이 실종된 사실을 확인했으나 더 이상의 설명은 하지 않았다.
전쟁포로 모습을 비디오로 공개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그 포로가 개인 경우는 유례가 없었다. 탈레반 대변인은 개가 다치지 않았으며 학대당하지 않았고 안전하게 있다고 밝혔다. 짙은 갈색의 이 개는 장시간 임무수행이 가능해 군견으로 많이 활용되는 벨지안 셰퍼드 말리노이즈 종으로 확인됐다. 군견은 폭발물·가옥 수색 등에 널리 쓰이고 있다. 무슬림들은 개를 불결한 동물로 여기기 때문에 연합군이 아프가니스탄에 군견을 들여와 활용하는 데 반감을 보여왔다. 10년 넘게 정부군과 탈레반 반군 사이 내전이 계속되고 있는 아프가니스탄에선 지난 한해 동안만 민간인 2959명이 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