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내수시장 기반 다지기 나섰다
아시아 각국 최저임금 인상 러시…글로벌 대기업 ‘비상’
아시아 각국이 최저임금 수준을 잇따라 올리고 있다. 한국 고용노동부는 최근 2014년 최저임금을 시간당 5210원으로 확정 고시했다. 올해 대비 350원(7.2%) 오른 금액이다.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최저임금 증가세는 더욱 가파르다.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해온 중국은 내수 기반 성장모델로의 체질개선 작업의 일환으로 임금인상에 적극적이다. 중국<제일재경일보>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 지역 최저임금이 평균 16% 이상 올라 월 1000위안(163달러)을 넘어섰다. 상하이의 경우 1620위안, 선전 1600위안, 광둥성 1550위안, 신장웨이우얼 1520위안, 톈진 1500위안 등 최저임금 상위 5개지역은 1500위안을 넘었다. 장시성의 경우 지난해 870위안에서 1230위안으로 41.4%나 올랐다.
동남아시아도 급속한 성장을 바탕으로 최저임금이 급상승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요구를 받아들여 올해 최저임금이 작년보다 44% 오른 227달러가 됐다. 태국은 잉락 친나왓 총리의 총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해 일일 최저임금을 300바트(10달러)로 책정해 35% 상승했다. 베트남도 물가상승률을 반영해 17%가 올랐다. 올해 초 말레이시아 내각은 사상 처음으로 노동자들의 최저임금을 규정한 법안을 승인했다. 최저임금은 263~296달러.
중국, 동남아 국가들의 최저임금 인상 랠리가 이어지며 저임금 수혜를 누려온 다국적 기업들의 고민이 늘고 있다. 임금은 정부 통제로 제한하기 어려운 예측 불가능 변수며 지속적인 비용증가가 예상되는 부분이기 때문이다.
2015년까지 평균급여 40% 인상
중국의 홍콩계 기업 레버스타일은 일본 유니클로에 납품하는 선전 공장라인을 지난 4월 베트남으로 이전했다. 이 회사는 미국 노스트룸백화점에 공급하는 의류공장도 인도로 옮기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13억 거대인구와 물류시스템이 완비된 중국 대신 베트남에 최대 스마트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그룹 계열사인 삼성전기도 베트남 진출을 선언했다. 공식적으론 “베트남의 인력과 인프라가 뛰어나서 선택했다”는 상투적인 이유를 댔지만 임금문제가 가장 큰 요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그러나 동남아 시장도 안전지대는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의 신민금·이재호 연구원은 ‘2013년 동남아 주요국의 임금인상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최근 동남아의 임금인상 기조가 경영환경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태국의 임금상승 부담은 대기업 0.57%, 영세기업 17.8%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은 섬유봉제업, 의류제조업 등 노동집약 제조업 부문에서 해고와 폐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각국 경제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최저임금을 지나치게 올릴 경우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물가 압력이 높아지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말레이시아 노동부는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수 있다”고 경고했다. 말레이시아 중소기업연합회의 마이클 강 회장은 “고소득 국가가 되기 위해서 최저임금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하지만, 너무 많이 올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반론도 만만치 않다. 인도네시아의 경우 최저임금 44% 인상이 높아 보이지만, 많은 수출업체들은 이미 최저임금을 크게 웃도는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 최저임금이 가이드라인으로서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이들 업체는 전체 비용에서 임금이 차지하는 비율이 그리 크지 않다. 따라서 최저임금 기준을 상당히 올려도 자동차와 석탄 등 주수출 품목의 생산비용에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웨이쳉키트 시티그룹 분석가는 “임금인상으로 인해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말했다. 기업들이 비용상승분 중 많은 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려 하지 않을 것이며 비용 중 일부는 생산력 확대로 상쇄될 수 있다는 것이다. 태국은 지난 4월 일부 지역에서 최대 40%까지 최저임금을 인상했지만, 그에 따른 부정적 여파는 아직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했다.
최저임금 인상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아시아 주요국의 임금동향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개도국들이 노동자 임금을 높여 노동계의 불만을 잠재우고, 한편으로 국민 소득증대를 통한 소비활성화를 꾀하고 있기 때문에 당분간 임금인상 흐름은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