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이슬람계 시위대 해산” 경고
군부, 무르시 지지 시위대 무력 진압 나설 듯…전날밤 충돌로 1명 사망·62명 부상
서방과 아랍권에서 시도하는 이집트 군부와 무함마드 무르시 전 대통령 지지 세력 간의 중재가 사실상 무산된 가운데 이집트 총리가 무르시 지지 시위대를 해산하겠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했다.
이집트 사태 해결의 돌파구로 여겨졌던 외부의 중재를 과도정부가 실패로 규정하면서 이집트의 정국 안정화 노력은 또다시 미궁 속으로 빠져들 전망이다.
이집트 대통령실은 7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과도정부와 무슬림형제단의 교착 상태를 벗어나기 위한 서방과 아랍권 외교관들의 노력이 실패로 끝났다고 발표했다.
대통령실은 이어 “열흘 전에 시작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기대했던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하젬 엘베블라위 총리는 대통령실 발표가 나온 뒤 곧바로 국영TV를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카이로의 이슬람주의자 시위대는 해산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무르시 지지 시위대에 조속히 자진 해산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발표는 과도정부를 이끄는 이집트 군부가 무르시 지지 세력을 상대로 마지막 결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들을 무력으로 진압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암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군부가 카이로 나스르시티 라바광장과 카이로대 앞 나흐다광장에 설치된 무르시 지지 농성촌을 해산하고자 비상 사태를 선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엘베블라위 총리는 “지금까지 금식성월인 라마단으로 농성촌을 해산하지 않았다”며 “라마단 금식은 오늘 밤으로 끝난다”고 말해 해산 작전이 임박했음을 알렸다.
이에 앞서 이집트 관영 일간 알아흐람은 전날 “현재의 위기를 평화적으로 해결하기 위한 미국과 유럽,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특사들의 무슬림형제단 설득 작업이 실패로 끝났다고 정부가 곧 선언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과도정부는 또 9개월 안으로 선거를 시행하겠다는 등의 내용을 담은 정국 안정 ‘로드맵’ 진행에 착수할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정부의 이번 발표는 무르시 찬반 세력의 충돌로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집트를 방문한 미국의 존 매케인(공화·애리조나), 린지 그레이엄(공화·사우스캐롤라이나) 상원의원이 무슬림형제단 단원들을 즉각 석방하고 조속한 민정이양을 촉구한 다음 날 나왔다.
그레이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이집트 과도 정부의 무르시 전 대통령 축출을 ‘쿠데타’로 표현하고 “현재 정부를 맡은 사람들은 선출직이 아니며 국민이 뽑은 사람들은 모두 교도소에 있다”며 “현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그레이엄 의원의 발언에 대해 이집트 과도정부 측은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아들리 만수르 임시 대통령의 아흐메드 엘무슬레마니 대변인은 성명을 내고 “이집트는 혁명과 국가를 보호할 능력이 있다”며 “외부의 압력이 국제적 규범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전날 밤 카이로와 제2의 도시 알렉산드리아 등지에서 무르시 찬반 세력이 격돌해 1명이 숨지고 최소 62명이 부상했다고 관영 메나(MENA)통신이 보도했다.
이집트 군은 치안이 악화한 시나이반도 북부에서 최근 한달간 “테러리스트 60명을 사살했다”고 이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유럽, 중동권 특사에 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무르시의 석방을 촉구하고 이집트 군부에 조속한 민정 이양을 촉구했다.
유엔은 6일 성명을 내고 반 총장이 이집트의 나빌 파흐미 외무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무르시의 석방을 다시 한번 요청했다며 “과도정부에 표현과 집회의 자유를 비롯한 이집트 국민의 인권을 보장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