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상 ‘가시밭길’
팔레스타인 “재개 미결정”…이스라엘도 내부 반발
‘1967년 이전 국경선’ 등 구체적 협상조건이 문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평화협상 재개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협상이 의미있는 진전을 이루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국경선 기준 조정과 정착촌 건설 중단 여부 등 핵심 사안들이 구체적으로 들어가면 좀처럼 타협하기 어려운 쟁점들을 안고 있어서다.
팔레스타인은 협상의 ‘선결조건’인 이들 문제가 여전하다며 협상 재개에 합의했는지조차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고, 이스라엘도 정권 내부 보수파들의 반발이 만만찮은 상황이다.
◇ 협상재개 발표는 나왔지만…”케리 압박전술” 의심도
지난 19일(현지시간) 존 케리 미국 국무장관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측 협상대표들이 조만간 워싱턴DC에서 만나기로 했다며 “(양측 간) 직접적인 최종 지위 협상의 기초를 이룰 합의에 도달했다고 발표하게 되어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의 협상재개 발표 이외에는 양측의 입장 진전 등과 관련해 확실히 알려진 내용이 거의 없는 터라 오히려 혼란이 일고 있다.
팔레스타인 측 공식 대변인 중 한 명인 야세르 아베드 라보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사무총장은 21일 ‘팔레스타인의 소리’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도부가 아직 최종 결정을 하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그는 직접적인 대화 재개의 조건은 “많은 핵심 문제들이 명확히 해명되는 것”이라며 “여러 가지 ‘걸림돌’이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했다.
팔레스타인 당국의 다른 고위 관계자들도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이 케리 장관의 요구를 들어주는 차원에서 워싱턴에 대표단을 보내는 데만 동의했다며 아직 물밑대화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는 일단은 회담 재개에 긍정적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연립정권 내 강경파들을 달래야 하는 상황이다.
네타냐후의 연정 파트너인 아비그도르 리버만 전 외무장관은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앞으로 적어도 몇 년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의 해법이 없다”며 “중요하고 또 가능한 것은 ‘갈등 관리'”라고 주장했다.
리버만이 이끄는 극우정당인 베이테누당은 네타냐후 총리의 집권 리쿠드당과 지난해 합당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케리 장관이 갑작스럽게 협상 재개를 발표한 것은 양측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기 위한 일종의 ‘압박 전술’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고 로스앤젤레스타임스(LAT)가 전했다.
◇ “악마는 디테일에” 넘어야 할 산 많아
AFP통신은 앞으로 양측의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전망하면서 “악마는 협상 조건의 디테일에 있다”고 지적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뒤부터가 진짜 문제라는 것이다.
무엇보다 팔레스타인의 요구대로 이스라엘의 ‘1967년 이전 국경선’을 평화협상의 기준으로 삼을 것인지를 두고 양측이 전혀 진전된 입장을 보이지 않고 있다.
1967년 경계는 이스라엘이 제3차 중동전쟁을 통해 동예루살렘, 요르단강 서안, 가자지구 등을 점령하기 이전 상태를 의미한다.
팔레스타인은 그동안 이 국경선을 협상의 기초로 인정하는 것이 ‘선결 조건’이라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케리 장관이 이를 보장하겠다는 내용의 서한을 팔레스타인에 보내면서 협상 재개가 성사됐다는 보도도 있었지만, 팔레스타인 정부 일각에서는 미국이 아닌 이스라엘 당사자로부터 ‘구체적인’ 약속을 받아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스라엘의 유대인 정착촌 건설 강행도 불신을 지속게 하는 요인이다.
이런 의미에서 공은 이스라엘로 넘어갔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간 ‘조건 없는 대화’를 주장해 온 네타냐후 총리는 국경선 문제에 대해 확실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으며 연정 내 강경파들의 반발도 거세다.
네타냐후 총리는 국제사회로부터의 고립을 해소하기 위한 수단으로 평화협상을 추진한다는 의심도 받고 있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는 “네타냐후 총리가 평화 ‘협상’에만 관심이 있는지 아니면 정말로 합의를 이뤄낼 의지가 있는지는 아직 물음표”라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대변인을 지낸 가산 카티브는 “언제나 문제는 ‘협상의 부재’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표리부동과 미국의 미온적 태도”라며 “협상 재개 자체가 목적으로 여겨져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