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국, ‘가이 포크스 가면’ 쓰고 반정부 시위
잉락 총리 정부 부패 무능 비난…’레드 셔츠’ 맞시위
태국 방콕 중심가에서 16일 잉락 친나왓 총리 정부 반대파들과 지지자들이 동시에 시위를 벌였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방콕 시내 중심인 라차프라송 교차로 센트럴월드 쇼핑센터 앞에서 흰색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쓴 이들이 잉락 총리 정부의 부패와 무능을 비난하는 시위를 벌였다.
잉락 정부 반대파들은 최근 들어 저항의 상징인 흰색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고 시위를 벌이고 있으며, 지난 주말에도 수백명이 방콕에서 시위를 벌인 바 있다. 16일 시위대의 규모는 집계되지 않았다.
가이 포크스는 1600년대 초 영국 왕궁을 폭발시키려다 발각돼 처형당한 인물로, 최근에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소재가 되면서 저항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흰색 마스크 시위대에 맞서 현 정부와 잉락 총리의 오빠인 탁신 친나왓 전 총리를 지지하는 이른바 ‘레드 셔츠’들도 센트럴월드 쇼핑센터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현 정부 지지 시위를 벌였다.
레드 셔츠 운동가들은 탁신 전 총리를 지지하는 뜻에서 붉은색 셔츠를 입는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흰색 가면 시위자들을 이끄는 지도부는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집권 푸어 타이당과 레드 셔츠 운동가들은 이들이 그동안 현 정부를 반대해온 이른바 ‘옐로 셔츠’들이라고 보고 있다.
옐로 셔츠 운동가들은 왕실, 군부, 기업가 등 주로 기득권층을 대변하고 탁신 전 총리를 반대하는 이들을 일컬으며, 시위 때 왕권을 상징하는 노란색 셔츠를 입는 데서 붙여진 명칭이다.
방콕에서 레드 셔츠와 옐로 셔츠의 시위 및 맞시위는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으나 최근에는 반정부 시위대들이 흰색의 가이 포크스 가면을 쓰는 것이 새로운 현상으로 부각되고 있다.
‘흰 마스크’ 운동가들로도 불리는 가면 시위대들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를 통해 주로 집결하고 있으며, 본격적인 반정부 시위대로 확대될지 주목된다.
일부 흰 마스크 운동가들은 부패하고 무능한 현 정부를 무너뜨리기 위해 군부 쿠데타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비판받고 있기도 하다.
흰 마스크 운동가들은 이날 북부 치앙마이에서도 시위를 벌이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치앙마이에서는 지난 14일 오후 소규모 흰 마스크 시위대와 200여명의 레드 셔츠 운동가들이 충돌해 폭력사태가 벌어졌다. <연합뉴스/현경숙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