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미얀마, 반세기만에 백악관 정상회담
오바마, 국호 ‘미얀마’로 호칭…’버마’ 한 번도 안 써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했다.
미국과 미얀마 최고 지도자가 백악관에서 정상회담한 것은 47년 만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회담이 끝나고 나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면서 미국이 그동안 써온 ‘버마’ 대신 줄곧 ‘미얀마’라는 국호를 썼다.
그는 세인 대통령이 주도하는 개혁·개방 정책을 지지한다고 밝히면서 미얀마 내 소수 인종이나 종교의 소요 사태는 중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미국과 미얀마, 양국 간 긴장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세인 대통령은 미얀마의 정치 및 경제 개혁을 이끌면서 강한 지도력을 보여줬다. 지난 2년간 아웅산 수치 여사를 포함해 정치범을 꾸준히 석방했고 민주적 절차의 선거도 정착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해묵은 인종·종교 간 갈등을 해결하고 미얀마 국민의 권리를 존중하는 법 체계를 세우려 순수한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치하했다.
그는 또 세인 대통령과 더 많은 정치범을 풀어주고 개혁을 제도화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이런 변화에 맞춰, 그리고 미얀마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돕기 위해 미국이 제재를 완화해왔으며 국제 사회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그러면서도 “미얀마가 정치 개혁과 경제 발전을 위해서는 가야 할 길이 멀다. 특히 이슬람 공동체에 의한 폭력 사태를 우려하며 이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인 대통령도 미얀마가 개혁을 이행하는 데 많은 도전을 받고 있기는 하지만 이를 해결하겠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오바마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하면서 버마라는 단어를 단 한 번도 쓰지 않고 이 나라를 16차례 언급하면서 미얀마라는 현행 국호만 사용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국 현직 대통령으로는 처음 미얀마를 방문했을 때 두 단어를 혼용했다.
1989년 미얀마 군부는 버마라는 국명을 영국 식민지 시대의 잔재라는 이유로 미얀마로 개칭했으나 미국 정부는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 정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명분으로 버마를 고수해왔다.
오바마 대통령은 또 지난해 미얀마 방문 때 북한을 향해 ‘버마(미얀마)의 길을 따르라’고 촉구했으나 이번에는 북한을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