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집트, 무바라크 ‘유혈진압’ 혐의 재판
무바라크 혐의 부인…내달 8일 재판 재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에 대한 재심이 11일(현지시간) 오전 카이로 외곽 경찰학교에 마련된 특별 법정에서 개시됐다.
무바라크는 이날 이집트 국영TV로 생중계된 재심 법정에 휠체어를 타고 선글라스를 쓴 채 나타났다.
무바라크는 두 아들 알라와 가말, 하비브 엘 아들리 전 내무장관과 함께 재판을 받았다.
법정에 설치된 철창 안에서 무바라크는 아들과 대화를 하거나 왼손으로 턱을 괸 채 검사와 변호인단의 진술을 듣는 등 시종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무바라크는 시위대 유혈 진압과 부정 축재 등의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마흐무드 알 라쉬디 담당 판사의 질문에 손을 내저으며 자신은 무죄라고 주장했다.
검찰은 이 자리에서 진상조사위원회의 보고서를 새로운 증거로 제출했다.
보고서에는 무바라크가 시민혁명 당시 시위대에게 가해진 폭력의 범위를 모두 인지하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진상조사위원회는 지난해 6월 취임한 무함마드 무르시 대통령이 무바라크 정권 인사를 정의의 심판대에 세우겠다며 꾸린 위원회다.
라쉬디 판사는 3시간여 동안 진행된 첫 재심 재판을 마치고 나서 수천쪽 분량의 자료 검토 등을 이유로 다음 재판을 내달 6일 재개한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이 열린 경찰학교 주변에는 무바라크 찬반 세력의 충돌을 막고자 경찰관 3천여명이 배치됐으나 이렇다할 큰 불상사는 발생하지 않았다.
무바라크 재심은 지난달 13일 열릴 예정이었으나 담당 판사인 무스타파 하산 압둘라 재판장이 “이해관계가 충돌해 이 사건을 맡지 않겠다”며 항소법원에 새 재판부 구성을 요청해 연기됐다.
무바라크는 지난해 6월 1심 재판에서 2011년 초 시민 혁명 기간 시위대 850여명의 사망을 막지 못한 혐의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지난 1월에 1심을 뒤집고 재심을 받으라는 판결이 나왔다.
무바라크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군 병원에 머물렀지만 최근 검찰의 명령으로 카이로 남부 토라 교도소로 이송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