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사망자 610명 이상

EU, 방글라 정부에 거듭 ‘압박’…”무역조치도 검토”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건물붕괴 사고로 사망자 수가 6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정부 측은 열악한 의류업계 노동조건 개선책을 발표하고 나섰다.

유럽연합(EU)은 방글라데시 정부에 노동조건 개선책을 주문하면서 정부가 부응하지 않으면 무역조치를 검토할 수 있음을 거듭 내비쳤다.

방글라데시 정부 “다음 회기 노동법 개정안 제출”

방글라데시 외무부는 4일(현지시간) 정부, 국제노동기구(ILO) 대표단, 의류업계 노사가 의류공장 노동환경 개선 및 사고방지 대책에 합의했다고 발표했다고 현지언론이 5일 전했다.

이번 합의는 ILO 대표단이 지난달 24일 수도 다카 외곽 사바르 공단의 의류공장 붕괴사고 후 방글라데시를 찾아 정부와 의류업계 노사를 만나 논의를 벌여 도출한 것이다.

ILO 대표단을 이끈 질베르 포쑹 웅보 ILO 사무차장은 노동조건 개선문제 해결에 대한 방글라데시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면서 정부와 의류업계 노사가 즉각 행동에 나설 것을 주문했다.

발표된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6개월내 200여명의 의류공장 감독관을 채용해야 한다. 또 ILO는 작년 11월 발생한 ‘타즈린 패션’ 의류공장 창고 화재를 비롯해 최근 사고가 난 의류공장의 노동자 및 부상자에 대한 기술개발 및 훈련 프로그램을 마련해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의류공장 노동자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의류업계에 집단 협상권을 부여하기 위한 노동법 개정안을 차기 의회 회기에 제출해야 한다.

정부, ILO, 의류업계는 또 방글라데시에 있는 모든 수출용 기성복 제조공장의 건물 구조 및 화재 안전에 대한 평가를 올해 안에 실시키로 했다.

이들 3자는 방글라데시에서 최근 6개월 사이 일어난 참사에 책임이 있는 자들을 반드시 처벌하는데도 뜻을 같이했다.

이들은 이번 대책을 이행하기 어렵다는 점도 시인했다. 그러면서 전세계 의류 구매자와 원청업체가 앞으로 책임감을 지니고 노력한다면 방글라데시 의류공장 안전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럽연합, 방글라 정부에 노동조건 개선 거듭 ‘압박’

카렐 데 휘흐트 EU 통상담당 집행위원은 5일 벨기에 공영방송 RTBF에 출연, 방글라데시 정부에 의류업계 보건 및 안전 조건 개선을 위한 즉각적인 행동을 재차 주문했다.

데 휘흐트 위원은 “방글라데시 정부는 뭔가 바꿔야 한다”면서 “그러지 않으면 나는 실태 조사에 벌여 EU에 대한 방글라데시의 무역 특혜를 중단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 결과 T셔츠와 진 바지 가격이 조금 올라가도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방글라데시 의류업계 노동자들이 적절한 조건에서 일할 권리를 지니고 있다”면서 “우리는 그들이 그런 권리를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방글라데시 의류의 EU 및 미국 바이어와 ‘행동강령’ 개발문제를 논의할 의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데 휘흐트 위원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이 수용할 수 없는 보건 및 안전 조건에 직면해 있다”면서 “이는 현대판 노예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30일 캐서린 애슈턴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함께 공동성명을 내고 “방글라데시 최대 무역국으로서 현지 노동조건이 심히 우려된다”며 “현지 공장들이 국제 노동기준을 따르도록 조속한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방글라데시 정부에 촉구한 바 있다.

당시 그는 “개도국 관련 유통체인에서 책임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EU가 적절한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며 “여기에는 ‘일반특혜관세제도'(GSP)를 통한 방법도 포함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GSP는 선진국이 개발도상국으로부터 수입하는 농수산품이나 공산품에 대해 관세를 면제하거나 저율의 관세를 부과하는 제도를 말한다.

방글라데시는 지금까지 EU와 거래할 때 무기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대해 세금을 면제받고 쿼터 제한을 받지 않는 등 GSP 혜택을 누려왔다.

한편 방글라데시 당국은 5일 저녁(현지시각) 현재 사망자수가 610명에 달했다면서 현재 149명만 실종상태라고 설명했다.

‘라나 플라자’ 공장건물 사고현장에는 시체 썩는 냄새가 여전히 진동해 앞으로 더 많은 주검이 발굴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고는 방글라데시에서 발생한 역대 산업재해 중 최악으로 기록될 전망이다.

희생자 유족측은 같은날 라나 플라자 건물 소유주와 공장 대표, 엔지니어를 고소했다. 이들이 살인혐의가 인정되면 사형에 처해질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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