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집힌 ‘복(福)’은 복이 아니다
중국인들은 춘절(春節·중국의 설)에 가가호호 송구영신의 의미를 담은 주련(柱聯)을 장식한다. 그중 눈에 띄는 것이 거꾸로 붙은 ‘복(福)’자이다. 이는 ‘거꾸로’란 뜻의 한자 ‘도(倒)’의 중국어 발음이 ‘도달했다’는 뜻의 ‘도(到)’와 같기 때문이다. 그래서 새해에 거꾸로 붙은 복자를 보며 집 앞을 지나는 행인들이 “복자가 거꾸로 됐네(倒福)”라고 말하는 것이 “복이 왔네(到福)”라고 말하는 것과 똑같이 들리기 때문에 집안에 복이 찾아오기를 바라는 중국인들은 거꾸로 된 복자를 집 대문에 붙이게 된다. 이러한 풍습은 2차대전 이후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도 확산됐다.
그러나 뒤집힌 복이 길한 것인지 의문이다. 미(美)의 반대는 추(丑)다. 부(富)의 반대는 가난(?)이 다. 또한 복(福)의 반대는 화(?)다.
중국인들의 새해맞이는 떠들썩하다. 춘절 전야 자정 직전 사람들은 앞 다퉈 향을 피우기 위해 사찰 앞에서 인산인해를 이룬다. 그런데 사람들의 분향 열기가 때로는 부작용을 낳기도 한다. 사찰에서는 질서유지를 위해 신자들을 대상으로 분향 순서를 입찰에 붙인다. 높은 ‘헌금’의 순서대로 분향 자격을 얻게 된다. 이 돈은 사찰의 춘절 경비로 쓰인다.
모든 종교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교의(敎義)를 알리는 선교일 것이다. 나머지 활동은 부차적인 것이다. 평소 종교의 가르침을 잘 실천한다면 새해에 맨 처음 향을 피운 신자나 맨 나중 향을 피운 신자나 모두 복을 받게 될 것이다.
사실 음력 1월1일이 반드시 새해를 시작하는 첫날이 아닐 수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새로운 한 해는 춘절이 아닌 입춘에 시작한다. 그런데 계사년인 올해 입춘은 춘절보다 엿새 빠른 양력 2월4일이었다. 반면 작년 임진년의 입춘은 음력 1월13일이었다. 다시 말해 지난해 흑룡의 해 베이비붐을 맞아 춘절과 입춘 사이에 태어난 아기들은 사실 용띠가 아니다.
특히 싱가포르나 말레이시아에 사는 화교들에게 새해 첫날을 정하는 문제는 더욱 복잡해진다. 이는 1980년1월1일 이들 지역에서 시계 분침을 일제히 30분 앞당겨 새로운 시차를 적용했기 때문이다.
당시 말레이시아 마하티르 총리는 말레이시아 동부와 서부의 단결과 통합을 위해 말레이시아의 시차를 하나로 통일시켰다. 싱가포르는 말레이시아와의 교역 및 은행·주식거래의 편의성을 위해 말레이시아와 함께 시차 변경을 단행했다. 따라서 이후 춘절 사찰의 첫 분향자가 사실은 ‘첫번째’가 아니게 됐고, 흑룡의 해 첫 신생아 역시 ‘첫번째’가 아니게 됐다. 이러한 시차의 변경이 이들의 ‘팔자(八字)’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가?
조카딸 중 한 명은 기축년(2009년) 생이고 태어난 시는 미시(未時)다. ‘축(丑)’과 ‘미(未)’의 상충(相?)에 따라 사주팔자가 집안이 곤궁한 것으로 나온다. 하지만 조카의 부모는 모두 의사며 집안은 부유하다. 1980년 이전의 시차를 적용하면 조카는 오시(午時)에 태어난 셈이다. 이럴 경우 조카의 사주는 ‘금지옥엽’으로 나온다. 역경(易經)은 시진(時辰)을 매우 중시한다. 만약 시진을 무시한다면 역경은 존재 가치가 없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