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오바마 방문’…기대 없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번에 팔레스타인을 방문할 때 그가 진정 중동평화를 진척시키려 하는지 의구심을 갖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썰렁한 환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20일부터 시작되는 오바마의 순방은 그동안 때때로 말썽 많았던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개선하려는 데 주목적이 있는 것처럼 비친다.
하지만 오바마가 이스라엘을 불공평하게 편들고 있다며 그를 비난하는 팔레스타인 주민들의 신뢰를 얻는 것은 훨씬 어려운 과제일 수 있다.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오바마의 첫 임기를 통해 실망을 맛보았기 때문에 그의 새 임기에서 무슨 낙관적 기대를 가질 이유가 거의 없다.
모함메드 알보우즈라는 팔레스타인 농민(55)은 “오바마는 이스라엘을 위해 오는 것이지 우리를 위해 오는 것이 아니다”면서 “그도 지난날 미국 대통령들처럼 왔다가 갈 뿐 아무것도 하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오바마를 위해 레드 카펫을 깔고 환대를 하려는 것과는 달리 서안에는 별로 열광하는 징후가 없다.
지난주 라말라에서 등장한 오바마의 대형 포스터들은 금방 낙서로 얼룩졌다. 한 작은 행동가 단체는 오바마가 올 때 조문의 표시로 검은 풍선을 날리는 ‘존엄성 캠페인’을 계획하고 있다.
오바마 자신은 이스라엘이 서안과 동 예루살렘에 정착촌을 건설하는 문제를 둘러싼 현재의 교착상태를 해결하기 위해 어느 정도 노력은 했다.
그가 처음 집권했을 때 오바마는 이스라엘의 정착촌 건설이 평화의 희망을 해친다며 이를 강력하고 공개적으로 비난했다.
오바마는 집권 몇 개월 뒤에 카이로에서 무슬림세계를 향해 이제는 정착촌 건설을 중단해야 할 시기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오바마의 이런 강력한 자세에 힘입어 팔레스타인 측은 정착촌 건설이 중단되지 않는 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는 네타냐후를 설득해 10개월간 정착촌 건설을 중단하게 했으나 팔레스타인은 그 기간이 거의 끝나도 협상을 재개하려 하지 않았다.
이스라엘의 중단기간이 몇 주일 뒤에 종결되자 네타냐후는 그 중단기간을 연장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했고 협상은 중단됐다.
이에 오바마는 이 문제를 더 추진하지 않았고 협상은 다시 열리지 않았다. 팔레스타인 측은 오바마가 미국내 이스라엘 지지자들의 지지를 잃을까 두려워하고 있다고 보고 이제는 더 기대도 하지 않고 있다.
마무드 압바스 팔레스타인 대통령의 수석 고문인 나빌 사트는 “우리가 비공개적으로 그에게 말하려 하는 것은 우리가 공개적으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평화협상이 성공하려면 정착촌 건설이 완전히 중단돼야 한다는 데는 비밀이 없다”고 말했다.
오바마는 21일 예루살렘에서 라말라로 가는 20분 동안 이스라엘 정착촌을 직접 보게 될 것이다.
한편 지난 1월 총선으로 재집권한 네타냐후는 중동평화를 위해 새로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조각된 그의 새 정부는 종전과는 달리 혼합된 성향을 보이고 있다.
그는 한편으로는 팔레스타인과 좋은 관계를 갖고 있는 중도파인 치피 리브니를 외무장관에 임명했다.
그의 연정에서 가장 큰 파트너인 중도파의 예쉬 아티드 당도 신정부가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네타냐후 자신의 리쿠드 당은 팔레스타인 측에 중대한 양보를 할 수 없다는 강경파가 주류를 이루고 있으며 또 다른 연정파트너인 조국당은 정착촌 건설과 직접 연계된 정당으로 어떤 양보도 거부하고 있다.
한마디로 팔레스타인 문제는 어려움이 산적해 있다. 이에 가자지구의 고위 하마스 관리인 예히아 무사는 친하마스 신문인 ‘펠레스틴’과의 인터뷰에서 “오바마의 방문은 빈 약속으로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진정시킴으로써 이스라엘의 점령정책을 돕기 위한 것이다”고 말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