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피 감독 “제주해군기지 뒤에 미국 있다”
미국 언론 “한미동맹 관련 그리 크지 않을 것” 반론
알자지라 강정기지 다큐 공개···中 일각 “제주관광 중단”
미국의 지식인 사회는 제주 해군기지가 한국 정부의 군사적 필요성에 따라 만들어지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는 반면 중국과 중동의 반미 성향 지식인들은 한미군사동맹 차원의 전략적 수준으로 제주 해군기지를 이해하는 경향이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동언론은 동북아 지역에서 한국전쟁 전후 미국이 한반도에 행사했던 다양한 역사적 사건의 맥락에서 제주 해군기지 문제를 분석하는 등 한국의 대미 종속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프리랜서 다큐멘터리 제작자인 한나 머피(Hannah Murphy) 감독은 아랍계 언론 <알 자지라>에 소개한 ‘무기에 맞선 함성(A Call Against Arms)’이란 제목의 다큐멘타리 영화에서 “제주 강정마을이 세계 최대의 군비경쟁의 중심지 중 하나로 부각돼, 주민 다수가 반대하는 등 지역사회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머피는 자신의 작품에서 “한국정부는 동북아 지역에서 가장 큰 해군기지 중 하나를 건설할 몇몇 후보지를 놓고 경합을 벌인 결과 제주도 강정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또 “새 해군기지는 48만 평방미터에 20척의 군함이 정박할 수 있어 미 해군이 이 지역에서 작전 수행을 위해 병력을 전개하는 데 필요한 전략적 요충지로 기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머피 감독은 지난 7일 <허핑턴포스트> 영국판(www.huffingtonpost.co.uk)에 기고한 ‘운동가의 심장에서(At the Heart of Activism)’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제주 주민들의 해군기지 반대 기류가 과거 한국전쟁 직전의 혼란기 미군이 제주도에서 보여줬던 군사적 조치의 맥락에서 이해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머피 감독은 다큐멘타리 내레이션에서 “남한의 수역이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군사적 대립의 중심에 있으며, 제주도는 지정학적 힘을 행사하는 것과는 한참 거리가 있는 지경에 빠졌다”는 말로 군사적 충돌 위험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머피는 “한국이 동북아에서 가장 중요한 미국의 ‘대리국가(proxy state)’라는 점을 감안, 21세기의 전략적 전쟁터인 남중국해를 중국과 미국이 서로 차지하려고 다투는 지점이 바로 이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제주기지가 미국의 이해관계에 얽혀있다고 봤다.
반면 미국 언론인들은 제주해군기지 건설이 한미동맹에 기초한 미국의 동아시아 군사전략의 일환이라는 주장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인다.
미국의 <타임>지 Stephen Kim 저널리스트는 “대규모 해군 또는 군사기지를 구축하는 데는 여러 요인들이 작용하고 한미군사동맹은 이런 여러 요인 중 하나일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한미군사동맹이 얼마나 많은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다”라면서 두 사안 사이의 연관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의 Choe Sang-Hun 기자는 “제주 해군기지 건설 문제는 한국에서 `정치화’된 문제”라고 말했다. 국방이나 외교ㆍ안보 논리와 별개로 한국 내 정치적인 이해관계에 따라 찬반양론 이 있다는 얘기다. Choe 기자는 그러나 “떠오르는 중국과, 가장 중요한 동맹국인 미국 사이에서 한국이 향후 역할을 어떻게 조정해야 하는가라는 맥락에서 제주 해군기지 건설에 대한 우려와 논란을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제주 해군기지가 미중 양국의 이해관계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 않음을 시사한 것이다.
중국정부는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공식논평을 하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해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인 랴오닝성 사회과학원변경연구소 뤼차오 소장이 9월6일 <환구시보>에 낸 기고문에서 제주 해군기지에 대해 언급한 대목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뤼차오 소장은 “제주 해군기지 건설로 중국이 전략적으로 고립될 수 있으며, 미국 주도의 미사일방어(MD) 시스템 계획에 이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미국의 중국 봉쇄에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중 간 다툼의 대상인 이어도 문제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의도”라면서 “제주도 관광을 거부하고 중국정부가 공식 해군기지 건설 중단을 요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