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시타르’의 전설, ‘라비 상카’ 별세
인도의 전통악기 시타르의 전설로 통하는 라비 상카(92)가 11일(현지시간) 미국 샌디에이고의 한 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라비 상카는 전통적인 인도음악에 클래식과 재즈, 록을 접목시키며 세계적인 거장으로 발돋움한 뮤지션이다.
그는 1920년 힌두교 성지인 인도 바라나시의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났다. 카스트 최고 계급인 브라만이다. 1950년대부터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 시타르를 연주하며 이름을 날렸다.
현악기인 시타르는 페르시아 악기인 세타르가 14세기 무렵 인도에서 개량된 것으로 힌두음악에서는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보통 5줄의 멜로디 현과 리듬이나 박자를 강조하는 데 사용되는 5~6줄의 저음 현, 볼록한 동체 아래 9∼13개의 공명 현이 자리잡고 있다.
상카는 시타르를 통해 1960년대 히피 음악의 아이콘이 됐다. 세계적인 록페스티벌인 우드스탁에서 공연했고 영국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스’와 어울리며 그들에게도 큰 영향을 끼쳤다. 특히 비틀스에서 기타를 맡은 조지 해리슨(1943~2001)은 상카를 ‘월드뮤직의 대부’로 칭하며 시타르를 사사했다. 1971년 두 사람은 자연재해 등으로 황폐해진 방글라데시를 위해 자선공연을 열기도 했다.
또 상카는 미국의 바이올리니스트 예후디 메뉴인(1916~1999), 미국의 색소포니스트 존 콜트레인(1926~1967)과 협업하기도 했다.
극대화된 영혼의 자유로움을 추구하는 상카는 악보 없이 10시간을 연주하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최적화된 소리를 들려주기 위해 시타르 조율에만 2시간 가량 공을 들였다.
‘그래미의 여왕’으로 통하는 미국의 재즈 스타 노라 존스(33)는 상카가 혼외정사로 낳은 딸이다. 존스는 그러나 아버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아버지의 존재 없이 홀어머니 밑에서 자란 그녀는 상카와 교류하지 않았다.
만모한 싱(80) 인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상카를 ‘인도의 보물’이라고 추모했다. <A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