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대한민국 해양주권에 애도를 표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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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단속하던 해양경찰 ‘이청호 경장’의 순직 소식을 듣고 문득 지나간 일들이 머리를 스쳤다. 필자가 원양어선의 선장으로 10여 년간 승선을 한 후 사조산업에서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다. “제37오룡호가 몰디브 당국에 나포되었다”는 긴급전문 한 통이 날아들었고 서둘러 현지 출장을 떠났다.
도착해서 보니 재판에 기소된 내용은 “모든 선박이 자유롭게 통항하는 국제항로이지만 어선의 경우에는 24시간 전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법률을 위반했다는 것이었다. 석방조건으로 벌금 150만 달러가 부과되었는데, 너무나 터무니없는 금액이어서 이에 불응하자 선장을 비롯한 선원 전원을 각 섬에 유배하고 선박 및 어획물은 몰수한다는 황당한 판결이 내려졌다.
몇 년 뒤 필자는 스페인 라스팔마스의 원양선사에서 근무하게 되었는데 우리 어선들이 어족자원이 풍부한 모로코(산란기에는 금어기를 실시하므로 자원이 풍부함)를 비롯하여 모리타니아 등 연안국 수역(EEZ: 배타적경제수역) 내에서 불법조업을 하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되었다. 운 나쁘게(?) 경비정에 발견되어 정선 명령을 무시하고 도주하는 경우에는 경비정으로부터 기관총 세례를 받아 선교(bridge: 브리지)를 비롯한 외판에 구멍이 뚫리는 것은 예사고, 나포가 되는 경우엔 벌금 부과는 물론 어획물 및 어구까지 몰수 당하는 것이 기본이었다.
하지만 상기의 어느 경우에라도, 법을 어겼기 때문에 우리 정부는 물론이고 해당 어선 선사에서도 항의는 아예 생각조차 하지 못했고 그저 선원들과 선박의 조속한 석방을 위하여 백방으로 노력하며 모든 손해를 감수하는 수 밖에 없었다.
이청호 경장의 순직 소식을 들으면서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건 우리 해양경찰의 태도이다. 불법 조업한 선박이 나포되더라도 벌과금을 납부하면 어획물도 몰수하지 않고 석방을 한다고 하는데 이것은 마치 불법으로 잡은 고기를 팔아 벌과금으로 대체하라는 것과 같은 뜻이며, 그간 그렇게도 많은 해양 경찰들이 다쳤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가장 원시적인 방법으로 단속하고 있는 점에는 그저 어이가 없을 따름이다.
해양경찰의 임무는 당연히 해양주권을 지키는 것이며 이는 곧 우리 어민들의 삶의 터전을 지키는 것이기도 하다. 일선 경찰의 경우 정해진 규정에 의해 불법이 확인되면 단호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면 되는 것이지 정치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만약 정치적으로나 외교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그건 정치인들과 외교관들의 몫이다. 고 이청호 경장의 명복을 기원하며 유족들에게도 애도를 표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한민국 해양주권이 없음에 애도를 표하는 바이다.
*글쓴이 이완식은 국립부산수산대학교 어업학과(현재 부경대학교)를 졸업한 뒤 10여 년 동안 원양어선 선장으로서 전세계를 항해했다. 이후 사조산업에서 근무했으며 엘림수산 대표 등을 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