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 이 칼럼] 고종석의 ‘절필’을 보는 두개의 시선
지난 9월24일자에 ‘절필’이란 제목의 칼럼을 끝으로 ‘절필을 선언한’ 고종석씨의 ‘절필’을 두고 7일자 <경향신문>과 <한겨레>에 두명의 대학교수가 글을 올렸다. 전남대 박구용 교수(철학)는 ‘고종석의 절필, 피로와 배반 사이에서’란 제목의 경향신문 칼럼에서 이렇게 썼다.
“그(고종석)의 글을 읽어준 사람의 수가 너무 적단다. 인문 사회 학술도서가 500부 미만으로 거래되는 현실에 비추어보면 5000~6000부를 팔아온 그의 불만은 불안에 가깝다. 어쨌거나 판매량 때문이 아니고, ‘글로 세상을 바꿀 수 없다’는 판단이 절필의 참 이유란다.”(중략)
“고종석은 ‘바꿀 수 있는’ 힘에만 몰입한 나머지 어느덧 ‘어떻게’를 잊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변절해왔다.”(중략)
“고종석은 변절할 사람이 아니다. 안철수와 문재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더라도 박근혜와 싸우기 위해서다. 그렇지만 그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온몸으로 글을 써온 자신을 배반했다. 말의 한계에 직면한 글쟁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언어의 감옥’에서 벗어나고 싶은 충동에 사로잡힌다. 같은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바깥을 향한 충동은 커지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글쓰기의 바깥이 정치판은 아니다. 위대한 시인 김수영이 ‘피로’를 감내하며 <달밤>에도 불온시를 쓴 사연이다.”(중략)
“그러니 고종석이 안철수의 옆자리에서 피로를 느끼고 빈 공간으로 돌아오길 바란다. 그곳엔 언어를 빼앗긴 채 신음하는 사람과 사물이 있다.”
충남대 오길영 교수(영문학)은 한겨레에 쓴 ‘어느 에세이스트의 절필’이란 칼럼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그는 글쓰기의 영향력에 큰 회의를 갖게 된 듯하다. 안타깝다. 내 생각에 글은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없다. 글쓰기는 힘이 없다. 글쟁이 자신, 혹은 글을 읽어주는 ‘소수의 독자들’의 마음을 아주 조금 바꿀 수 있을 뿐이다. 그게 ‘문학의 정치’ 혹은 ‘글쓰기의 정치’의 한계이지만, 그런 미약한 글쓰기들이 모여 아주 가끔은 의미있는 세상의 변화를 이끌 수도 있다고 나는 믿는다.”(중략)
“글쓰기는 결국 그 누구도 아닌 글쟁이 자신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사회운동이 그렇듯이.” (중략) “에세이스트 고종석이 조만간 ‘한국문학공화국’의 시민으로 귀환하기를 한 애독자로서 희망한다.”
앞서 한겨레신문은 25일자 인터넷판에서 “고종석이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고씨는 24일 저녁 자신의 트위터(@kohjongsok)에 “나는 대한민국 제18대 대통령으로 안철수씨가 뽑히기를 바란다. 안철수씨에 대한 정식 지지선언이다”라는 글을 올렸다.?
그는 “안철수씨가, 야권 단일화를 통해서든 아니든, 그와 내 조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기를 기원한다. 그리되지 않길 바라지만 혹시라도 문재인-박근혜 구도가 된다면, 나는 문재인씨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자신의 ‘절필 선언’ 칼럼 원고를 신문사에 넘긴 지 만 하루 조금 지나 정치적 입장을 밝힌 것이다.
고씨는 “안 후보를 지지하는 이유는 박근혜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고 이 신문은 보도했다. 그는 “안철수씨가 나와 그의 조국을 지금보다 크게 살 만한 나라로 만들 거라곤 믿지 않는다. 안철수씨 개인에 대한 환상도 없고, 특히 그 주변 사람들 몇에 대해선 경멸감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그러나 박근혜씨가 다음 대통령이 되는 건 대한민국의 재앙이다”라며 안 후보 자체에 대한 호감보다는 박 후보에 대한 반대 때문에 안 후보를 지지한다고 말했다.
이상기 기자 winwin0625@theasian.asi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