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귀룡 칼럼] 정치범람의 시기, 교육은 ‘교육논리’로 풀어야

대선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정치에 몸담고 있지 않은 사람으로서는 오불관언하면서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을 듯하다. 그렇지만 정치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기 때문에 단순히 구경만 하고 지낼 수만도 없다. 국민 개개인의 정치에 대한 관심은 건전한 민주주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건 분명하지만 정치 과잉에 따른 예기치 않는 부작용도 경계할 필요가 있다. 정치에 오염되지 말아야 할 분야까지도 권력을 잡기 위한 패도(覇道) 전술에 좌지우지 되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에서 최근 언론에 제시된 화두는 ‘국립대학 체제 개편’에 관한 논의이다. 기존의 국립대학을 하나의 통합네트워크로 묶어 지역별로 특성화된 캠퍼스로 편성하여 대학 서열화와 학벌철폐를 도모한다는 안이다. 제대로만 된다면 입시 과열경쟁 해소, 고교교육 정상화, 지방 국립대 살리기, 지역균형 발전 등과 같은 여러 마리의 토끼를 함께 잡을 수 있는 획기적인 방안이라고 할 만하다.

국립대학 통합 네트워크 안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4년에 이미 한 번 제시되었다가 반대에 부딪혀 무산된 안이다.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고 부작용 해소안이 정교하게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못한 안이다. 국립대학의 체제 개편안은 단순히 대학에만 국한된 사안이 아니고 입시 정책, 중등교육, 지역 발전, 고등교육 재정, 교육에 관한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 문제들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는 전사회적인 어젠다다.

고등교육의 경쟁력 강화, 초중등교육 정상화, 입시 과열경쟁과 같은 문제들이 산적해 있는 교육계에서는 국립대학 통합네트워크는 시도해 볼 만한 안이긴 하나 이것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선결해야 할 조건들이 있다.

첫째, 이 사안은 미래 100년을 내다보는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 불과 몇 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서 표를 얻기 위해 사회적 반향이 큰 주제를 던지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권을 잡고 나서 반대여론 때문에 용두사미 식으로 슬며시 사라질 수 있는 공약(空約) 중 하나로 치부해서는 곤란하다는 것이다.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의 선거용 정책이라고 한다면 이 사안의 취지에 적극 공감하는 필자부터도 이 안의 용도 폐기에 적극 동참하고자 한다.

둘째, 이 사안은 사회전체의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는 포괄적이고 광범위한 어젠다로서 접근해야 한다. 단순히 교육 분야에만 국한된 협소한 문제로 접근해서는 실현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이다. 국가의 인재를 양성하는 교육 및 인적자원 개발 전반과 얽혀 있는 문제이기에 국가 운영을 결정짓는 사회적 합의, 가치관의 재편과 그에 따른 제도 확립, 재정 확보 등과 연계하여 사회적 우선성이 부여되지 않는다면 이 사안은 성공하기 어렵다.

셋째, 가장 중요한 선결요구조건으로서 이 사안을 정치로부터 떼어내야 한다. 우리의 각종 교육제도는 정권이 바뀌면 위정자의 입맛에 따라 수시로 변화해 왔다. 우리나라 입시제도의 변화무쌍함은 전 세계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이며 이에 따른 국민들의 혼란은 구태여 열거할 필요조차 없다. 교육의 공공성, 교육의 수월성 중 어느 입장에 서느냐에 따라서 중등교육은 우왕좌왕하고 있으며, 대학에 대한 정권의 개입은 이미 도를 지나친 상태에 와 있다. 대학의 판도를 송두리째 바꾸고자 하는 이 사안은 정치적 입장에 따라 해결하고자 하면 실현되기도 어렵고 근본 의도나 취지가 손상될 우려가 있다.

위의 조건들은 역설적으로 정치 범람의 시기에 탈정치적인 시각에서 문제에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주장으로 요약할 수 있다. 즉 국립대학 체제 개편 안이 현실에 접목되기 위해서는 먼저 이 사안을 정치로부터 독립시켜 보다 포괄적이고 항구적인 시각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말이다.

차제에 국가의 교육 전체를 특정의 정치적 입장으로부터 자유로운 정치적 무풍지대로 만드는 방안도 생각해봄직하다. 우리 국민들은 아이들의 장래를 특정 정치권력에 따라서 조변석개하는 교육정책에 내맡기는데 지쳐 있다. 적어도 아이들 교육은 보다 광범위한 사회적 합의를 통해 마련된 준영구적인 원칙에 따라 안정적으로 시행되는 정책에 맡기고 싶은 것이 평범한 시민들의 속마음일 것이다. 특정 정치집단의 국정(國政) 철학보다는 좌우를 떠나 모든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통해 시행되는 항구적인 교육 정책이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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