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일 칼럼] “내일은 또 다른 도둑이 오리니…”

조선 팔도 어딜 가거나 그 고을의 수령이 갈리게 되면 송덕비(영세불망비)를 세우게끔 되어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어느 날 악명 높았던 과천현감이 임기가 차서 고을을 떠나게 되었다. 현감이 떠나기 전 옷깃을 여민 채 종이로 싸놓은 송덕비를 제막했더니, 그 비면에 송덕은커녕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 즉 “오늘 이 도둑을 보내노라”라고 씌어져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탐욕스럽고 대범했던 이 현감은 이방에게 붓을 가져오라고 한 다음 그 비문 곁에다 다음과 같이 써 붙이고는 떠났다고 한다.(본문에서) 사진 신정일

“오늘 이 도둑은 가지만 내일은 또 다른 도둑이 오리니…”

한국의 현대사는 신기할 만큼 굴곡의 역사라고 할 수 있다. 해방 이후 이 나라를 책임졌던 대통령은 이승만에서부터 윤보선으로, 박정희를 거쳐서 전두환으로 이어졌고, 노태우, 김영삼, 김대중으로 이어진 정권이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와 문재인으로 이어져서 윤석열에게로 이어졌다. 그런데, 대통령을 지낸 대부분의 사람들의 최후는 불행했다. 모든 사람들에게 박수를 받으며 떠난 대통령, 그래서 그를 고마운 마음으로 회상하는 대통령이 별로 없다는 것은 이 나라의 비극이 아닐까?

몇 년 동안에 나라 안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떠올리다가 보면 생각나는 이야기가 삼남대로 변 남태령 아래 자리잡은 과천현감 송덕비에 대한 이야기다. 조선 팔도 어딜 가거나 그 고을의 수령이 갈리게 되면 송덕비(영세불망비)를 세우게끔 되어 있었다. 이곳도 마찬가지로 어느 날 악명 높았던 과천현감이 임기가 차서 고을을 떠나게 되었다. 현감이 떠나기 전 옷깃을 여민 채 종이로 싸놓은 송덕비를 제막했더니, 그 비면에 송덕은커녕 ‘금일송차도(今日送此盜)’, 즉 “오늘 이 도둑을 보내노라”라고 씌어져 있는 게 아닌가? 그런데 탐욕스럽고 대범했던 이 현감은 이방에게 붓을 가져오라고 한 다음 그 비문 곁에다 다음과 같이 써 붙이고는 떠났다고 한다.

남태령 과천현감 송덕비문

‘명일래타독(明日來他盜), 차도래부도(此盜來不盡)’, 즉 “내일이면 또 다른 도둑이 오려니, 이 도둑은 끊임없이 오노매라.”

이곳 과천에 지금도 남아 있는 송덕비 중 현감 민치록(閔致祿)은 명성황후 즉 민비의 아버지이고, 현감 민상호(閔商鎬)는 훗날에 조선총독부 중추원의관을 지낸 사람이며, 정기세(鄭基世)는 조선후기의 문신으로 강화유수를 지낸 사람이다.

다음에 이 나라를 책임지는 대통령이나 시장, 군수, 국회의원들이 더 나은 정치를 펴서 나라 살림도 좋아지고, 모든 사람들이 행복한 세상을 누렸으면 좋겠다는 염원은 금세 사라지고, 오히려 국민들에게 고통만 증가시키므로 국민들이 정치가들을 걱정하고 증오하는 나라가 되었으니, 이를 어찌할 것인가?

말로만이 아니고, 국민을 위해 사심없이 일하는 일꾼(정치가)은 요순시대에나 있었단 말인가? 가슴만 답답할 뿐이다. 이를 개선할 길은 정녕코 없다는 말인가?

사진 신정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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