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오충 시인 ‘금의 향연’

오충 시인 <금의 향연> 표지


‘실존적 사유’ 향한 시 쓰기…인생에 대한 끝없는 성찰 

오충 시인의 세 번째 시집 <금의 향연>이 나왔다. 앞선 두 시집(<물에서 건진 태양>, <우크라이나 어머니의 눈물>)에서 보여준 소외된 삶에 대한 관심과 더 좋은 세상에 대한 갈망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 쓰기의 실존을 탐색한 시가 실려 있다. 62편의 시에 흐르는 정서는 강렬함과 현재에 대한 확신과 믿음이다. 존재를 인정하고 오늘에 충실하자는 의지가 읽혀진다. 지금 여기를 사는 주체인 자기 자신을 자각하는 존재로서의 실천하는 삶을 추구하는 시인의 면모가 드러난다.

시란 무엇인가를 끝없이 묻고 탐구하는 오충 시인의 시는 삶에 대한 질문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인생에 대한 끝없는 성찰의 과정인 시인의 시 쓰기는 우리의 이야기를 삶의 향기로 발효하는 과정이다. 그는 여전히 “봄비처럼 시원하고 / 여름 뙤약볕처럼 강렬하고 / 가을 잎처럼 촉촉하며 /겨울 볕처럼 따뜻한” 새로운 세상을 꿈꾸고 있다.

다음은 그의 시 몇 편이다. 

시 몇 편을 보자

금은 좋아
돈만큼 좋은 황금
바다의 보석 소금
꿈을 만들어 주는 풍금

금은 싫어
너와 나를 갈라놓는 앙금
처녀 마음 몰래, 슬금슬금
남의 집 훔치러, 살금살금

수많은 금이 있어도
최상의 금은 지금
내일이 오지 않는다 해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는 마음

우린 무엇을 해야 하나
지금
_’금의 향연'(본문 31쪽)

밤하늘에 반짝이는 별
흰 눈밭에 너울대는 눈송이
창밖으로 스며드는 시원한 바람
희미한 기억 속 피어나는 너의 흔적

붉게 물든 저녁노을 아래
시간의 흐름마저 멈추게 하는
은은하게 퍼져 오르는
내 손에 감기는 너의 향기

봄비처럼 시원하며
여름 뙤약볕처럼 강렬하고
가을 잎처럼 촉촉하며
겨울 볕처럼 따뜻한

시간이 멈춘 그 순간
너와 나만의 유일한 세상
아름답게 익어가는
우리의 이야기를
시의 향기로 적어 나간다
-‘시의 향기’ 본문 16쪽)

오충 시인은 여수에서 태어나 ‘한맥문학’으로 2015년 수필, 2018년 시로 등단했다. 한국시인협회, 세종마루시낭독회와 글로벌시낭송회에서 활동 중이다.

다음은 ‘추천사’.

그의 시는 인생에 대한 끝없는 성찰의 과정이다. 오충 시집 <금의 향연>시제 중 하나인 ‘시란 무엇인가’가 ‘삶이란 무엇인가’로 읽히는 이유다. 본질적인 문제, 즉 인간 자체에 대한 탐구는 자연히 시인으로 하여금 세계로 눈을 돌리게 한다. 오 시인은 과거 나의 외교관 시절 근무국가를 방문하는 건 물론이고, 아무 인연도 없는 폴란드에 가서 한국어 강사를 하는 등 도전을 멈춘 적이 없다. 그 같은 오랜 담금질로 울림이 큰 시를 계속 뱉어 낼 수 있는 깊이가 형성되었다고 확신한다. 결국 시인의 말대로 시는 문학이라기보다는 영혼이 머무는 곳인지도 모른다.
– 오준 (세이브더칠드런 이사장, 전 유엔 대사)

오충 시인에게 시 쓰기는 ‘우리의 이야기’ 삶의 향기로 발효하는 과정’이다. 그 향기가 다시 ‘우리의 이야기’에서 그 씨앗을 심은 다음 별, 눈송이, 바람으로 확장된다. “봄비처럼 시원하며/ 여름 뙤약볕처럼 강렬하고/ 가을 잎처럼 촉촉하며/ 겨울 볕처럼 따뜻한” 새로운 세상을 연다.
– 박명순(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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