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봉석의 뉴스돋보기] ‘경제간첩’의 못된 ‘고객 서비스’
[매일경제]?첨단 디스플레이 기술 中유출
삼성과 LG 핵심기술을 이스라엘 검사장비 업체 직원들이 빼돌린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유출된 기술이 중국 최대 디스플레이 업체에 넘어간 정황이 포착돼 충격을 주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첨수1부(김영종 부장검사)는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가 개발한 아몰레드(AMOLED) 기술을 빼낸 혐의(산업기술 유출방지ㆍ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협력업체인 오보텍 직원 김 모씨(36)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고 27일 밝혔다.
또 이들이 빼낸 자료를 오보텍 이스라엘 본사와 국외지사 임직원에게 전달한 이 모씨(43) 등 3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오보텍 한국지사를 양벌 규정에 따라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 등은 2011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수차례 SMD와 LGD를 방문하면서 두 회사가 개발 중인 아몰레드 패널 레이어별 실물 회로도를 촬영해 USB에 옮겨 담은 뒤 허리띠와 구두 등에 숨겨 유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하략)
*최근 심심치 않게 들리는 산업스파이 소식을 두 가지 약간 다른 관점으로 생각해 봤습니다. 첫째는 삼성과 LG가 오늘의 세계적 전자, 가전업체가 된 배경입니다. 이들 두 기업은 20세기 후반에 서로 경쟁을 하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와 기술을 솔직하게 말하면 도용하고 카피할 마르지 않은 샘물이 가까이 있었습니다. 일본의 소니에서 NEC까지, 파나소닉에서 코끼리 전지밥솥까지 무궁무진했습니다. VCR과 컬러TV도 일본 제품을 사다가 나사 하나까지 다 분해를 하고 재조립을 하면서 기술을 익혔다고 합니다.
요즘 중국이나 동남아 업체들이 우리나라 첨단기술을 훔치거나 도용하는 것을 보면 속이 끓어 오르듯 당시 일본 기업들이 속으로 부글부글 했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나머지 하나는 산업스파이 사건이 터지면 피해자 뿐 아니라 ‘가해자 사연’도 숨어 있는 경우가 간혹 있다는 겁니다. 오보텍은 설비업체인데 삼성과 LG기술을 선물하는 대가로 더 많은 설비를 사달라고 했답니다. 구매자에 기술력을 높여 주는 못된 ‘고객 서비스’를 한 셈입니다.
그런데 이런 산업스파이 사건도 가끔 돈이나 영리가 아닌 증오나 ‘사상 확신범’ 같은 행동으로 이뤄지기도 합니다. 몇년 전 기밀이 유출이 되기 직전에 공항으로 가는 산업스파이를 택시기사의 기지로 잡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당시 잡힌 이들은 이공계 엔지니어들로 회사의 푸대접과 냉대에 못이겨 산업스파이 노릇을 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스파이는 ‘간첩’입니다. 간첩은 확고한 증오 혹은 애정이 있을 때 할 수 있는 행위입니다. 우리나라 이공계 엔지니어들이 받는 대접과 대우로 볼 때 계속 ‘경제간첩’은 늘어갈 것 같아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