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검술 이야기 4] 단절된 전통, 복원해 계승하고 연구
[아시아엔=최진욱 PM본부장, 육사 43기, 레저스포츠학 박사]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전통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그럼 무엇을 전통이라고 칭하는 것일까?
전통을 광의적 의미로 사용할 때에는 과거로부터 전해진 모든 문화유산을 말한다. 그러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파악된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은 구별되어야 한다. 객관적인 판단에 기반해 과거부터 현재까지 전해진 사상, 관행, 행동, 기술 등은 관습이라고 해야 하며, 이는 연속성을 지닌 문화유산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전통은 같은 문화유산이라 하더라도 현재 시점에서 볼 때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기초하며, 연속성을 필수조건으로 삼지는 않는다.
따라서 어느 시대에 유행했다가 그 이후 망각되었던 것이 후대에 이르러 다시 전통으로 되살아나는 일을 흔히 볼 수 있다. 잊었던 것이 전통으로 되살아나는 것은 그 시대 사람들의 주관적인 가치판단에 의하여 재평가 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화유산은 시대의 관점을 반영한 재평가를 통해 전통으로 인식되며, 우리는 단순히 예부터 내려온 인습 또는 누습 등을 전통이라 하지 않는다.
전통은 이처럼 문화유산의 재평가가 불가결한 요소이므로 재평가를 하는 주체는 일정한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또는 사회적으로 확고한 결합체이어야 하며, 그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시간적 연속성을 전통의 필수조건으로 삼으면 우리나라 검술을 전통으로 여기기엔 논란의 여지가 발생할 수 있다. 우리 근대 역사에 있어서 분수령이 되는 임오군란 이후 검술을 주된 훈련으로 삼았던 구식군대가 해체됨에 따라 조선의 검술 또한 사라졌기 때문이다. 과거로부터 현재에 이르는 시간의 연속성으로 봤을 때 우리의 전통검술의 맥은 이 시점에서 끊어졌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나라 검술은 근대 이후 상당 부분이 일본검도의 유입으로부터 발달해 왔으며, 우리의 전통적인 검술은 그 맥이 이어지지 못하고 많은 부분이 사라졌다. 이러한 전통검술의 소멸 이유에 대해서 구한말과 일제 지배하에서 강제로 수용된 일본검도가 우리 고유 검술의 맥을 끊었다는 주장과 그 이전에 신식군대가 도입되면서 고유 검술이 사라졌다는 주장이 대립하고 있다. 전자는 일제시대 일본에 의해 일본검도가 유입되면서 우리 전통검술의 맥이 끊긴 것이라 하였고, 후자는 우리 검술이 신식군대의 병과목에서 제외되면서 그 맥은 일제시대가 아닌 그 이전에 사라진 것이라 주장한다.
전통을 연속성을 지닌 채 내려온 문화유산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전통검술은 없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우리는 일시적으로 단절되었더라도 복원을 통해 우리의 검술을 재해석하고, 이를 다시금 전통으로 계승하고 연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조선의 군대에서 병사들이 연마하던 전투기술로서의 검술이 신식 군대의 병과나 교과목에서 사라진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당시에는 검술을 전투의 주요 기술이 아닌 전투의 보조 수단으로 인식했었다. 그렇기에 더 이상 효용성이 없어진 검술이 군대에서 퇴출당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군대는 전통을 보존하는 집단이 아니라 전투기술을 연마하여 효과적으로 적을 제압하고 국가를 보위하는 집단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당시의 검술을 문화적 콘텐츠로 해석하는 것에는 무리가 있다. 검술이 문화적으로 인식이 되고 스포츠 산업화하는 것은 현대의 인식이자, 개념에 따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메이지유신 이후 사회의 지배계층이었던 무사계급이 몰락하면서 수많은 낭인들이 발생했고, 사회적 출세를 위해 검술을 겨루는 사회풍조가 자연스럽게 형성되었다. 이러한 사회풍조는 자연스럽게 검술이 발전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했다.
여기서 우리는 검술을 체육사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문화적 행위로 인식하는 것에 대해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무술의 본질은 스포츠나 문화적 행위 이전에 전투기술이기 때문이다. 무술은 한마디로 병법의 하급단위, 즉 고대의 각개전투기술이었다. 그럼에도 현대인들에게 있어서 무술은 본래부터 정신수양이나 심신 단련을 목적으로 하는 문화적 행위라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한다.
이러한 인식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무술의 본질, 그 기원이 문화적 행위라는 인식은 근대사적 왜곡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무술을 문화적 행위로 보는 인식은 20세기 이후 포스트모더니즘 사조와 맞물리면서 문화사의 왜곡을 낳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