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서유성 순천향대 부총장, 정직·열정·도전의 CEO

서유성 정형외과 교수는 우리나라 고관절 분야 최고 전문의 가운데 한명이다. 순천향대 의무부총장이자 이 대학 서울병원장을 맡고 있는 서 원장을 4월 28일 오후 2시 인터뷰했다. 애초 30분 안팎으로 예정된 인터뷰는 3시 10분께 마무리 됐다. 그다지 공손하지도, 자상하지도 않지만, 기자의 질문에 핵심을 정확히 짚고 답했다. 질문지가 사전에 준비되지 않은 게 되레 다행이었다. 기자는 서 원장 인터뷰 이전인 3월 22일, 응급 고관절 골절로 1년 이상 서 원장 환자였던 하상남(94) 여성벤처협회 창립회장의 외래진료 때 서 원장과는 처음 인사를 나눴다. 세번째 만남에서 서 원장이 어떤 얘기 보따리를 풀어낼지 자못 기대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을 잘 극복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금 상황은 어떤가?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말 그대로 숨 막히는 순간의 연속이었다. 최고 수준으로 꼽히는 존스홉킨스병원도 위기를 경험으로 세계적으로 안전한 병원으로 거듭났듯이 우리 병원도 완전히 새로운 병원으로 탈바꿈했다. 소독과 방역은 물론, 감염병 대응과 관리 체계를 꼼꼼하게 보완해 더 안전한 병원으로 거듭났다. 감염병 신속대응팀도 정비해서 감염관리팀을 중심으로 데이터상황실, 안전보건상황실을 보강해 원내외 소통 상황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도록 보완했다. 원내 감염 방지를 위해 보호자 및 간병인의 밀집 문제를 차단하는 시스템을 마련했다. 보호자나 간병인을 가급적 제한하고, 간병시작일 기준 3일 이내 코로나19 음성 결과가 있어야 가능하다. 3일째 추가 검사도 받아야 한다. 즉 △병동에서의 층간 이동 제한 △여타 간병인과의 만남 금지 △병실에서의 식사 지침도 보완해서 강력히 실천해 나가고 있다. 어려움을 겪었지만 우리 자신을 점검하고, 전화위복의 기회가 되었다. 모든 교직원과 우리 병원을 사랑해주시는 환자와 가족들께 감사를 드린다.

당시 위기상황 극복처럼 순천향은 저력 있는 곳이라는 평가가 많더라.
우리병원은 1974년 ‘성실, 봉사, 연구’의 원훈 아래 ‘하늘의 뜻을 받들어 인술을 펼쳐가는 고향 마을을 만들어 가겠다’는 인간사랑, 생명존중의 순천향(順天鄕) 정신으로 설립됐다. 향설 서석조(鄕雪 徐錫助) 박사가 설립한 우리나라 의료법인 제1호다. 서석조 박사는 ‘질병은 하늘이 고치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다’라는 말을 평생의 사표로 삼았다. 올해가 탄생 100주년이다. 병원 이름을 지을 때 주위 분들이 설립자의 좌우명을 한자식으로 표현하길 권유하면서, 설립자의 뜻을 가장 이상적으로 실현하는 병원이 되라는 취지에서 순천향이라는 이름이 탄생하게 되었다. 1978년 학교법인 동은학원(東隱學園)을 개설하고 순천향의대를 개교했다. 의사가 설립한 최초의 의학대학이다. 순천향의대는 1990년 종합대학으로 승격했다. 우리병원은 1979년 구미병원 개원에 이어 1982년 천안병원을 개원하였다. 2001년에는 첨단 의료시설과 장비를 갖춘 부천병원을 개원했다. 현재는 순천향대 중앙의료원 산하 4개 병원에서 3,000 병상에 이르는 굴지의 의료기관으로 성장했다. 지난 5월엔 천안병원 새병원 기공식도 가졌다. 1,000병상 규모의 새 병원과 감염병 전문병원을 곧 갖게 된다.

보건복지부 의료질 평가에서 5년 연속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고 들었다.
그렇다. 서울병원은 간호간병통합서비스 병동확대, 신포괄수가제 시범사업 선도적 참여, 환자안전시스템 구축 등 정부 정책을 적극 활용해 성장과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의료의 질 평가에서 5년 연속 1등급을 유지하고 있다. 그동안 유방암, 위암, 간암 등 주요 암 질환 평가에서 1등급, 중증질환자 및 희귀난치질환자의 구성비가 월등히 높고 경증질환자는 회송을 잘하는 병원, 간호등급 1등급, 3년 이상 경력 간호사의 비율을 높게 유지하는 등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법무부가 선정하는 의료관광 우수 유치기관도 2014년부터 4회 연속 지정받았다. 아직 많이 부족한 게 사실이다. 하지만, 어제보다 나은 내일을 위해 꾸준히 나아갈 것이다.

요즘 경영계에선 CSR이나 ESG가 주목을 받고 있다. 순천향은 어떤가?
설립자의 정신에 따라 오랫동안 국내, 국외 의료봉사 및 저소득 환자 후원을 하고 있다. 특히 최근엔 해외에 의료기술을 전파하며 순천향의 가치와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고 있다. 의료수준이 낙후된 국가를 직접 방문해 선진 의료기술을 전수하고 있다. ‘한캄봉사회’라고 부천병원을 주축으로 2002년 설립했는데, 캄보디아 현지 의료진을 초청해 교육하는 등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베트남 퀴논시 종합병원에 백내장수술센터를 개소해 수술 기술과 직원교육, 장비운영, 병원운영 등 노하우를 전수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제 원장님 전공에 대한 질문으로 넘어가 보자. 노인들이 낙상하여 골절상을 입으면 매우 위험하다고 하던데.
그렇다. 일반적으로는 30% 정도 된다. 문헌상 1년 내 20~30% 돌아가신다고 한다. 우리 병원 데이터로는 13% 정도 된다. 절반이 채 안 되는 수치다.

그래서 원장님께서 정형외과 중에서도 고관절 분야 명의로 알고 있다. 수술 방법 등 과거에 비해 많은 것이 변했을 텐데 노하우가 있다면.
고관절 수술은 1980년대 중반부터 시작했으니 30년이 넘었다. 그동안 수술방법과 수술기구, 인공 삽입물 등 많은 것이 변화하고 발전했다. 가장 확실한 변화는 고관절 골절 환자들 나이가 급격하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1980년~1990년대에는 60대가 대부분이었는데 요즘은 80~90대가 주류를 이룬다. 최근에는 1주일 사이에 103세 어르신을 두 분이나 수술했다. 고령이다 보니 당연히 동반한 만성질환도 많고, 수술 후 사망률도 높다. 최대한 안전하게 수술하는 것이 관건이다.

골절은 나이가 들면 자연스런 현상인가?
나이가 들면서 근력이 떨어지고 근육간 밸런스도 맞지 않기 때문에 보행에 장애가 생기고 낙상의 위험 또한 증가하게 된다. 또한, 이러한 고령의 환자는 대부분 근육과 뼈가 약해지는 근감소증과 골다공증이 동반되어 있기 때문에 넘어지게 되면 적은 외력으로도 골절이 발생할 수 있다. 이것이 나이가 들수록 고관절 골절 환자가 훨씬 많은 이유이다.

고관절 골절의 경우 ‘수술 후 돌아가셨다’는 얘기를 듣기도 하는데 대안은 있는가?
고령이다 보니 동반 질환도 많고 사망률도 높은 게 현실이다.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골대사학회가 공동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6년까지 9년간의 데이터를 기준으로 고관절 골절이 처음 발생한 환자 중 17.4%가 1년 이내에 사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령대별로는 남자를 기준으로 △50대 6.2% △60대 9.8% △70대 18.7% △80대 32.4% △90대 47.2%로 높아졌다. 이렇게 ‘사망률이 높은데 수술을 받아야 하나?’ 하는 의문이 생길 수 밖에 없다. 답은 수술이 가능한 여건이라면 반드시 수술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도 가능한 빨리 받는 게 좋다. 골든타임을 놓치면 수술이 힘들어지고 수술을 해도 상태가 좋지 않다. 수술이 어려운 상황이면 누워서 지낼 수밖에 없는 게 고관절골절이다. 누군가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오래 누워 있으면 폐렴, 방광염, 욕창 등의 합병증이 생겨서 결국은 목숨을 잃게 된다. 모든 질병이 그렇듯 고관절 골절도 예방이 최선이다. 낙상 예방과 골다공증 치료가 중요하다. 집안에서는 화장실이나 거실에 물기를 없애고, 외출할 때는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다. 오르막이나 계단을 이용할 때는 난간을 잡고, 필요하면 보행기나 지팡이를 사용하는 게 좋다. 고관절 골절의 주요원인인 골다공증 예방과 치료도 중요하다. 특히 폐경 후 여성은 호르몬의 변화를 겪기 때문에 정기적인 골밀도 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

전공의 하면서부터 고관절을 하셨나?
인턴 레지던트 할 때 정형외과의 모든 영역을 공부했고 전문의 되고 나서 고관절을 했다. 돌아가신 최창욱 학장님 밑에서 공부를 했으니까 1988년부터 고관절을 했다.

순천향병원 혹은 원장님의 특별한 수술 방법이 따로 있나?
일반인들이 이해하기에 조금 어렵겠지만, 설명해 보겠다. 우리 병원은 수혈을 가능한 최소화 하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종교나 기타 이유로 수혈을 원하지 않는 무수혈환자들에게서 환자혈액관리 프로그램을 적용해 헤모글로빈 수치가 10g/dl(이하 단위 생략) 아래인 빈혈 상태 환자도 안전하게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고관절 골절 수술은 다량의 출혈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 환자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대퇴경부 및 전자간 등의 고관절 골절이 발생하면 수술 전후의 출혈로 헤모글로빈 수치가 점점 감소하게 된다. 수술 직전 트라넥사믹산(tranexamic acid-혈전을 분해하는 플라스민을 억제하여 지혈 작용을 하는 지혈제)을 정맥 투여하고, 수술 중에는 셀세이버(자가수혈회복시스템-수술 중 흘러나오는 피를 모아 원심분리기로 적혈구 성분만 걸러내 다시 환자에게 집어넣어주는 시스템)를 사용한다. 수술 후에는 헤모글로빈 값이 10이 될 때까지 수술 전 시행한 환자혈액관리 프로토콜을 유지한다.

전문적인 분야를 그래도 쉽게 풀어주신 것 같다. 개인적인 질문 몇 개 하자. 환자를 대하는 특별한 철학이 있을 것 같다.
특별한 철학은 없다. 다만 환자에게 거짓말 안하고, 있는 그대로 설명한다. 꼭 수술이 아니어도 치료를 잘 하려면 있는 내용을 그대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필요하다. 내 환자들 대부분 고령으로 병에 대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신뢰다. 잘 모르기에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들을 알아들을 수 있게 쉽고 정확하게 설명하면 신뢰가 생기고, 그 신뢰를 바탕으로 의료의 질이 올라간다고 믿는다. 의사뿐 아니라 사람에게는 실력과 열정, 그리고 사고방식 이 세 가지가 갖춰줘야 하는데 사고방식이 잘못 돼 있으면 실력과 열정이 있어도 아무 소용이 없다.

아침에 눈 뜨면 제일 먼저 무슨 생각을 하나?
병원에 별일 없나.(웃음) 핸드폰 앱 ‘스마트 닥터’를 연다. 거기서 응급실부터 확인하고 내 환자, 응급실환자, 오늘 수술할 환자를 체크한다. 다음으로 병원 이메일을 체크하고 스트레칭 하고 화장실 간다. 매일 5시20분에 일어나 6시에 집을 나선다.

병원에서 제일 힘든 사람이 원장 아닐까?
원장은 잔소리만 하면 되니까 제일 편하다. ‘똑게’라고 ‘똑똑하고 게으른 사람’이 CEO가 돼야하는데 나는 머리도 좀 나쁘고 부지런해서 직원들이 힘들어 한다. (웃음)

주말이나 휴일도 출근하나?
응급상황이나 일 있으면 나온다. 2월 11일 설날이었는데 코로나19 상황이 발생해서 약속 다 취소하고 병원 일 보고 그랬다. 급하면 주말이 아니라 밤에라도 나와야 한다. 이런 건 의사면 다 하는 일이다.

언제부터 의사를 하려고 생각했나?
의사 할 생각은 별로 없고, 사업하고 싶었다. 경영학과 가려고 했는데, 아버님이 의과대학 가라고 하셔서 여기까지 왔다. 어떤 의사가 되고 싶은 지, 의사가 되어서 무엇을 해내고 싶은 지와 같은 고민은 의대에 진학하고 나서 시작되었다. 다행히 우리 때는 의대 가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았다. 가난하고 어려운 환경에서도 노력하면 의사가 될 수 있는 구조였다. 다시 말해 개천에서 용 나는 구조 중에 가장 가능한 게 의사 아니었던가 싶다. 의사가 용은 아니지만 지금처럼 팬데믹 위기가 닥쳤을 때는 의사로서 가지는 소명 의식이 무엇보다도 크게 발휘되는데 그것이 ‘용’ 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여기고 살아왔다. 다만 요즘은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의대 진학률이 높은데 이러한 위기 속에서 좀 더 안정적 선택을 선도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지금처럼 성적 높은 고3이 의과대학으로 쏠리는 것 문제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왜 의대로 몰린다고 생각하나?
아무리 똑똑하고 좋은 직장에 있어도 어느 날 갑자기 젊은 나이에 퇴직하는 그런 일들이 비일비재 하니까 좀 안정된 직업, 공무원이나 교사나 의사나 그런 것들을 원하지 않을까 싶다. 일반인들이 생각할 때 의사를 하이클래스라고 생각하는데, 내 생각으론 의사는 하이클래스 아니다. 솔직한 얘기로, 힘도 많이 들고, 보상 역시 남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대단하지 않다. 다른 직종 중에는 이보다 더 특출나게 높은 연봉을 받는 직종도 있지 않은가. 그것보다는 직업의 안정성, 무슨 문제가 있어도 자기 라이센스를 가지고 살아갈 수 있는 것 때문에 선호하는데, 의사라는 직업을 선택하는 데 있어 단지 미래의 안정성만이 중요한 선택의 이유라면 나는 잘못 됐다고 생각한다.

순천향대학교 병원은 2020년 9월 미군 주차장으로 이용하던 부지를 활용해 드라이브스루가 가능한 선별안심진료소를 운영했다. 서유성 원장이 당시 현장을 방문한 용산구청장 일행을 등을 안내하고 있다. (왼쪽부터) 서유성 병원장, 성장현 용산구청장,
김정재 용산구의회의장, 알베이커 미8군 용산기지사령관, 서교일 이사장, 박세윤 감염내과 교수

코로나 겪으면서 의사들에 대한 이미지가 많이 개선됐다고 본다. 의료진의 헌신에 많은 국민이 고마워하고 있다.
당연히 할 일 한 것 아닌가? 우리 병원만 봐도 의사들이 개인주의적이고, 각자가 자기할 일에 대한 것에 관심이 높은 것도 사실이지만 국민건강이나 보건에 대해서는 우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당연시 하고 살아간다. 그런 의식은 다 갖고 있다. 정부의 대처도 메르스 때보다는 많이 바뀐 것 같아서 다행이다. 의사뿐 아니라 병원에 종사하는 간호사나 행정직원 모두 팬데믹 위기에 소명의식을 갖고 최선을 다해 주고 계셔서 늘 감사하게 생각한다.

TV에서 명의라는 프로, 괜찮은 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부정적으로 보지는 않는다. 그 분야에서 진료나 연구 부분에서 성과가 뛰어난 분들을 중심으로, 기타 사항들을 종합하고 의사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대상자를 선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고관절이라고 하면 고관절 전문의들한테 설문해서 선정하고, 여러 가지 사회적인 여건을 고려해 나온다. 예를 들어 우리병원에 명의라고 나오신 분들은 정말 존경스런 분들이 나오니 나쁘다고 보지 않는다. 다만 방송에 나오면 환자들이 갑자기 몰렸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그런 것들은 매스컴에만 쏠리는 현 세태를 반영하는 것 같아서 아쉬운 부분이다.

환자입장에서 볼 때 좋은 의사는 어떤 의사라고 보나?
신뢰가 가야 되지 않을까. 거짓말을 해서 신뢰를 얻을 수는 없다. 감언이설로 얻은 신뢰는 오래가지 못한다. 신뢰가 생기려면 우선 실력이 있어야 하고, 그것을 표현하는 방법도 상당히 중요하다. 그 다음에 환자에 대해서 정확하게 설득을 해야 한다. 설득을 해야 하는데 너무 권위의식에 쌓여 있다면 문제가 될 가능성이 많다. 환자를 무시한다거나, 내 말이 다 맞으니 따라오라든지 하는 건 곤란하다. 우리 순천향 정신이 인간사랑 생명존중이라고 얘기하는데, 설립자 서석조 박사님은 ‘질병은 하늘이 고치는 것이고 의사는 그 과정을 도울 뿐’이라고 했다. 의사가 잘 나서 병을 고치는 게 아니라는 거다. 의사도 겸손해야 한다.

병원장 장기집권하신다고 하던데.
좀 부끄러운데 10년째 병원장이다. 원장 전에 기획실장, 부원장, 진료부원장까지 하면 16년 정도. 교수협의회 의장도 했으니까 18년, 지금 만 64살인데 50살 전부터 한 셈이다. 보직을 하다보니 자기개발을 많이 해야 하더라. 싫든 좋든 남들보다 좀 더 체크해야 되고, 공부도 더 해야 하고, 또 부지런해야 하고 자기생활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한다. 내 시간이 줄어든 대신 시간을 참 알뜰하게 쓰게 되더라. 오래 전에 어떤 분이 ‘서 선생, 당신 보직을 하라고 의뢰 오면 안 한다고 하지 말고 꼭 하라’고 그러시더라. 그때는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지나고 보니 너무 오래하다 보면 다른 사람이 할 수 있는 기회를 뺏고 있다는 생각도 든다. 스스로 관리하고 체크하는 건 힘든 게 사실이다. 단점을 들자면 어떤 그룹은 마음속에 불편함을 갖고 있는데도 내 눈에 그것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또 잘 해주고 싶은데 잘 못 해주는 그룹이 있을 때도 있고 또 손이 많이 가는 그룹은 객관적으로 그렇게 하고 싶어도… 내 마음과 다르게 내 손이 원하는 만큼 미치지 못하는 집단이 생길 때 안타까운 마음이 크다.

인터뷰 후 녹음을 들어봤다. ‘아, 병원장이 거침없이 얘기하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대로 쓰자니 조금 망설여졌다. 1주일쯤 뒤 방송사 보도 책임자 출신 고교후배에게 서유성 원장 어떠냐고 물었다. “형 언제 만났어요? 그분 최고예요. 아주 멋쟁이죠.” 원래 인터뷰한 내용 몇 대목만 손보고 그대로 독자들께 전하기로 했다. 이미종 순천향병원 홍보팀장의 도움도 꽤 컸다. 사진 순천향대학교 병원 제공

Leave a Reply